5월 끝자락, 음악과 함께한 박물관 옥상 음악회
춤추고 노래하는 박물관

박물관! 춤추고 노래하다
야외 문화 공연 <봄과 밤, 클래즈>

2019년 5월,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음악과 소통하는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보기 드문 클라리넷과 첼로의 특별한 조합, 그리고 광화문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열린 음악회라는 점에서 관람객의 호응이 뜨거웠다.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퍼져나가고 옥상이 빌딩 숲의 불빛으로 물들어 가던 그 밤, 관람객들은 잊고 있던 낭만을 되찾았다.

클라리넷과 첼로의 아름다운 조합
여러분의 낭만은 어디에 있나요?

푸릇하게 생기가 오른 가로수를 바라보며 계절의 흐름을 느껴보는 일, 하루에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운 얼굴을 떠올려보는 일…. 이런 소소한 일상이 바쁜 일과와 스마트폰, 누군가와의 경쟁에 떠밀려간다. 그러다가 문득 몸과 마음을 단단히 묶고 있는 끈을 느슨하게 풀고 여유를 찾고 싶을 때가 온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말에 그 간절함이 담겨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평범한 일상 속에 쉼표가 되어주는 순간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열린 야외 문화 공연 <봄과 밤, 클래즈>는 봄날 찾아온 반가운 쉼표였다.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실력 있는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과 첼리스트 배성우의 듀오 연주. 기본 클래식 악기 편성을 벗어난 클라리넷과 첼로의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한껏 품게 했다. 두 연주자는 클래식과 재즈의 조합을 일컫는 ‘클래즈(clazz)’ 연주곡으로 근사한 앙상블을 선보였다. ‘Guno / Bach Ave Maria Arr. for Clarinet and Cello’, ‘S.Henryson-Off Pist for Clarinet and Cello’ 등 총 6곡의 달콤한 연주가 이어졌다. 악기 입구 가장자리에 공기가 부딪쳐 소리를 내는 관악기 클라리넷과 현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현악기 첼로가 지닌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부드러운 클래즈 선율은 도심 속 옥상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더욱 빛났다. 서서히 노을이 내려앉고 빌딩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빌딩 숲에서 시선을 돌리면 경복궁과 북악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에 음악회 분위기가 더욱더 무르익어갔다. 갓난아기를 안은 엄마, 손을 맞잡은 백발의 노부부, 연주회를 카메라에 담는 학생들 모두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옥상을 채우는 음악에 한껏 취했다. 음악, 자연, 시간, 사람이 어우러져 박물관 옥상에 서정적인 봄밤 풍경을 연출했다. 아마도 그때 잊고 있던 마음속 낭만과 조우했을지 모른다. 한없이 낭만적이었던 <봄과 밤, 클래즈>. 관람객의 마음에 어느 봄날의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았기를.

젊은 연주자들의 앙상블이 돋보인 <봄과 밤, 클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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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감>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전시, 조사·연구, 교육, 문화행사 및 교류 사업을 수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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