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교실

특수학급 학교연계 교육
‘박물관에서 만나는 근현대사’

올해 처음으로 중·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연계 교육 ‘박물관에서 만나는 근현대사’를 기획·운영했다. 기존의 일반 학교연계 교육과는 달리, 특수학급 소속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다. 현장 교사의 자문과 특수 교원 연수 교육 시연을 거쳐 준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두 번의 교육을 마쳐 30명의 학생이 ‘박사’가 되었다.

특수학급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에 중점 두기

박물관 학교연계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수업 분위기를 좌우하는 주체는 결국 학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즐겁게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들어하는 학생을 다독여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일반학급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연계 교육에서 일부 특수학급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교육 주제와 상관없는 그림을 그리거나 보조 교사의 보충 설명을 들으며 수업 시간을 버텨야 한다. 특수학급 학생들도 재미있게 참여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물관에서 만나는 근현대사’는 청소년 특수학급 학생만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박물관 학교연계 교육 시간표 속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교육인 것이다. ‘다 함께 대박’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왔으나, 학교연계 교육 시간표에서는 그동안 포용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학급 학생은 지적 수준과 운동 능력 편차가 개인별로 크기 때문에 교육 준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작년에 박물관 특수 교육 교원 연수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꼭 2안, 3안을 준비한다고 했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근현대사’의 맞춤 전략 또한 교육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최대한 없도록 2안, 3안을 준비해 대비하는 방식이다. 또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교육 난이도 설정이었다. 학생들 입장에서 ‘최대한 쉽게’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니라 성취감을 느끼는 교육이 되도록 기획하고, 청소년이라는 신체 연령에 적합한 다양한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은 교육이니만큼 담당 교사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학생의 특징, 주의 사항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학교 교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주제로 다채로운 활동 경험하기

교육 주제는 현장 교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정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을 소재로 한 ‘대한민국 이야기’가 바로 그것. 전체 프로그램 구성은 여타 학교연계 교육과 유사하지만 시간 배분이 다르다. 시청각 강의 시간은 일반 학교연계 교육의 절반 정도(20분)다. 이 시간에는 대한제국 시기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국호,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의 모습을 찾아보고, 그 변화도 살펴본다. 전시실 활동 시간은 45분 정도로 길게 편성했다. 특히 전시실 활동과 향후 이어지는 체험 활동을 위해 다양한 교구재를 사전에 제작했다. 활동지는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작은 카드 형태로 제작하고, 카드를 담는 목걸이형 명찰과 체험 활동을 위한 스티커 등을 만들었다. 전시실 활동은 각각의 카드에 담긴 비밀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카드에서 제시하는 전시물을 찾고, 선생님과 함께 전시물에 담긴 이야기를 나눈다.

체험 활동은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물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단순한 손 조작만 가능한 학생은 스티커를 활용하도록 했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좋고 싫음이 분명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도움을 주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면서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체험 활동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 ‘내 것’을 만들어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발표를 하지만, 막상 앞에 나오면 수줍어하고 힘들어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 2시간의 긴 여정을 함께한 학생에게는 ‘근현대사 교육 이수증’을 수여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박수를 받으며 ‘박사’가 되는 시간으로, 오롯이 ‘우리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준비했다.

지금까지 ‘박물관에서 만나는 근현대사’를 진행하며 만난 학생들은 유난히 사려 깊고 마음이 따뜻했다. 학생들은 밝은데 중간중간 지친 선생님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까지 만난 학생보다 앞으로 만나야 할 친구가 더 많은 의미 있는 교육이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근현대사’가 학생과 부모님 그리고 학생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 같은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

글. 교육과 이지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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