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그날

1985년 7월 27일,
서울의 랜드마크 63빌딩 개장

오래전 황량한 여의도 한복판에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63빌딩이 들어섰다. 최고층이라는 타이틀은 잃었지만 한강과 하늘이 파사드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모습은 변함없이 감동적이다. 일반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며 쇼핑, 공연 관람, 웨딩 등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우리 곁에 함께하는 63빌딩을 만나본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0번지. 63빌딩의 주소다. 황금빛 반사 유리로 온몸을 감싼 이 높다란 빌딩을 찾아갈 때 주소는 필요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63빌딩은 대한생명의 모기업이던 신동아그룹이 건설했다. 미국의 스키드모어와 오윙스 앤드 메릴사가 설계를 맡았으며, 1980년 2월 착공해 1985년 5월에 완공하고 그해 7월 27일 개장했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편입하면서 소유자가 바뀌고 명칭도 ‘대한생명63빌딩’에서 현재는 ‘한화63시티’ 또는 ‘63스퀘어’라고 불린다.

한강 변을 따라 우뚝 솟은 63빌딩은 지상 249m에 이르는 아찔한 높이와 골드 바를 세워놓은 듯한 화려한 외관, 초속 40m의 강풍과 진도 7의 지진을 견뎌내는 건축 기술의 집약체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31층 높이의 종로 삼일빌딩이 최고의 마천루였던 당시 63빌딩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사무 공간 외에 서울 시내와 일부 위성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지상 60층 전망대, 총 3563m2(1078평) 규모에 400여 종, 2만여 마리의 해양 생물을 보유한 63씨월드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춘 63빌딩은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개장 당시 여의도 일대의 도심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중·고교생이 가장 선호하는 수학여행지도 경주, 제주도를 제치고 63빌딩이 선정되었고,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기 좋은 나들이 장소가 되었다. TV 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단골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63빌딩 계단 오르기, 창문 닦기 등에 도전하는가 하면, 가수 박진영의 노래 ‘엘리베이터’는 이곳 엘리베이터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개장 34년 차 63빌딩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롯데월드타워(555m), 부산 월드비즈니스센터(510m), 용산 랜드마크 빌딩(500m) 등 초고층 빌딩의 순위가 바뀐 지 오래. 그러나 63빌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애정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외국의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일궈낸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빌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63빌딩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물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서울세계불꽃축제’ 등을 즐기기 위해 찾은 여의도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서 있는 63빌딩을 만나는 일은 또 하나의 추억을 쌓는 소풍이라 하겠다.

63빌딩 한눈에 보기 63빌딩 한눈에 보기
자료 출처. 63빌딩 누리집(www.6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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