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만나는 박물관Ⅱ

국제학술대회 ‘세계 역사박물관의 현대사 기점 논쟁’

역사박물관으로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다시 생각하다

‘세계 역사박물관의 현대사 기점 논쟁’ 국제학술대회 둘째 날에는 종합 토론 시간을 가졌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지원(대림대)·조석곤(상지대)·이신철(성균관대)·권지연(홍익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각 발표자들도 토론자들의 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토론을 이어갔다.

현대사 박물관에서 논쟁은 당연한 것

권지연 교수는 “한국에서도 역사박물관의 논쟁을 두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현대사 박물관이 많이 세워지는 추세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대사 자체가 논쟁을 내포하고 있기에 서구의 여러 박물관에서는 당연히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많은 것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여러 현대사 박물관이 ‘박물관(museum)’보다는 ‘집(house)’이라는 명칭을 선호하는 것이 갈등을 당연한 과제로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유럽 역사의 집’ 수석 큐레이터 안드레아 모륵 또한 “유럽 역사의 집이 ‘집’이란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박물관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보이는 인구가 대략 30%인데, 이들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포용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물관에서만 가능한 역사 경험

이지원 교수는 “문헌으로 공부하는 역사에 비해 박물관은 매우 환상적인 공간”이라면서, “오늘날 박물관은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노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물관은 기억 문화를 전달해주는 곳이기에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결국 박물관의 실질적인 생명”이라고도 했다. ‘오스트리아 역사의 집’ 디지털 큐레이터 슈테판 베네디크는 “역사는 굉장히 긴 대중의 침묵 과정”이라면서, “역사박물관은 어떻게 하면 침묵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역사의 집 수석 큐레이터 안드레아 모륵 또한 “유럽 역사의 집이 목표한 바가 ‘여러 가지 다른 기억을 한 데로 모으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집합적인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사 박물관으로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남겨진 과제

이신철 교수는 “현대사 박물관으로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현대사를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풀고 싶다면 식민지 시기 한국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집약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억이란 관점의 문제이며, 어떤 기억을 선택할지는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부분에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며,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다른 국가(예를 들어 베트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성찰을 제기했다. 그리고 분단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통일 이후를 대비한 전시 과제도 언급했다.

동아시아 역사의 집을 상상하다

이지원 교수는 “유럽 역사의 집은 아시아를 무엇으로 하나로 묶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라도 동아시아 역사의 갈등을 냉철히 직면해야 하고, “공통의 기억 문화를 아시아에서 어떻게 형성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의 히우라 사토코 교수는 “동아시아는 유럽에 비해 단일국가로서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대만의 역사박물관과 이미 여러 차례 공동 전시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신해혁명박물관’의 후웨이 연구 책임자 또한 신해혁명박물관은 지난 2013년부터 일본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과 인력 파견과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진오 관장은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전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우리 스스로 제기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업이 철저하게 우리 박물관 내부에서 기획·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전시 개편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역사박물관으로서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비판과 고민을 잘 수렴해서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국제학술대회를 마무리했다.

글. 연구기획과 하정옥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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