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는 역사

특별한 선율

광복절 기념 강연 콘서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장유정과 하림이 들려주는 독립의 노래

나라를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들에게 그리움이자 독립을 향한 염원이었던 ‘아리랑’이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마련한 강연 콘서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는 1896년 호머 헐버트가 채보한 아리랑부터 광복군이 부르던 노래까지, 한 세기 넘게 이어진 독립의 노래를 무대에 담았다.

광복절 기념 강연 콘서트

사라지지 않는 노래, 오늘 다시 울리다

1945년 8월 15일, 오랜 어둠을 지나 맞은 광복의 기쁨은 우리 민족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81년이 흐른 2026년 8월 15일 오후 3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다목적홀은 제81주년 광복절 기념 강연 콘서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와 함께 그날의 기쁨을 다시 나누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번 강연 콘서트는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장유정 원장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장유정 원장과 뮤지션 하림이 해설과 노래를 맡고 김예진(키보드), 이동준(베이스), 최힘찬(기타)이 연주로 함께해 한 세기가 넘는 아리랑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프롤로그는 1896년 서양식 오선보에 처음 채보된 호머 헐버트의 ‘아리랑’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1부 ‘떠남, 고향, 나라’에서는 안창호가 노랫말을 쓴 ‘거국행’(1910년)과 정사인이 곡을 붙인 ‘내 고향을 이별하고’(1910년대)를 선보였다. 인도의 전통악기 슈루티 박스(Shruti Box) 선율로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불린 노래의 슬픔을 되살린 ‘고려인 아리랑’(1916년)에 이어, ‘올드 랭 사인’ 곡조의 초기 ‘애국가’(1910년대)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1부를 마무리했다.
2부 ‘절망, 저항, 기다림’에서는 1920년대에 발표된 ‘이 풍진 세월을(희망가)’과 발표 100주년을 맞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년)가 이어졌다. ‘안중근 옥중가’(1910년)와 한용운의 시에 장유정 원장이 직접 곡을 붙인 ‘나룻배와 행인’(2022년)도 차례로 무대에 올라 어둠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저항과 위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필로그에서는 나운규의 원곡 ‘아리랑’ 선율을 살린 ‘광복군 아리랑’을 관객과 함께 불렀다. 객석에서 터져 나온 노랫소리가 공연장을 채우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됐다.
통로까지 가득 메운 관객들은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00여 년 전 악보와 기록 속에 남아 있던 노래를 오늘의 목소리로 다시 불러낸 이날 공연은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노래는 부를 때 비로소 기억됩니다.
과거와 오늘을 잇는
선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림 뮤지션
하림 뮤지션
장유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원장
장유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원장

◉ 이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공연을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장유정 오랫동안 대중음악과 민요, 독립운동 가요를 연구해 왔는데, 오늘 무대에서 그 연구가 하나의 이야기로 살아나는 것을 보며 벅찼습니다. 관객분들과 눈을 맞추며 마지막 ‘광복군 아리랑’까지 함께 부르고 나니, 오랜 연구가 비로소 사람들에게 가닿았다는 보람이 컸습니다.
하림 공연의 가장 큰 의미는 실연(實演)입니다. 악보 속 노래는 무대에서 직접 불릴 때 생명력을 얻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잊혀가는 독립의 노래를 오늘의 호흡으로 되살리는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 프로그램 구성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장유정 1896년 헐버트의 아리랑에서 출발해 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사의 찬미’를 지나, 모두가 함께 부르는 ‘광복군 아리랑’에 이르기까지 독립은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라, 떠난 사람과 기다린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노래와 염원이 이어져 만들어진 결실임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림 공연을 준비하면서 원장님께 ‘내 고향을 이별하고’와 ‘안중근 옥중가’ 두 곡을 제안했습니다. 몇 년 전 『항일음악 330곡집』에 실린 노래를 직접 하나하나 불러봤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남은 곡들입니다. 특히 ‘안중근 옥중가’는 당시에도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고 하는데, 그만큼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친근하고도 질긴 생명력을 지닌 노래입니다.

◉ 옛 노래와 독립운동 가요를 오늘날 다시 부르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하림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이유는 편을 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갈등을 넘어 역사의 가치를 함께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음악은 서로의 마음을 잇는 좋은 매개가 될 것입니다.
장유정 연구가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는 작업이라면, 노래는 그 사실에 사람의 숨결과 체온을 더하는 일입니다. 악보 속 기록이 오늘의 무대에서 다시 공연될 때, 역사는 ‘아는 것’을 넘어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3층 다목적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
3층 다목적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
독립의 노래를 선보이는 장유정 원장과 뮤지션 하림
독립의 노래를 선보이는 장유정 원장과 뮤지션 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