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소식
근현대사박물관 방문기
바다와 도시 사이 안산의 기억을 다시 꺼내다
기획전 《바다에서 도시로, 다시 바다로》
기간 2026년 12월 31일까지 | 장소 안산어촌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기간 2026년 12월 31일까지
장소 안산어촌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어촌 마을에서 산업도시로 변화해 온 안산의 역사와 해양 문화를 돌아보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의 기획전 《바다에서 도시로, 다시 바다로》는 안산시 승격 40주년을 기념하는 《기억의 포구》와 기억 프로젝트 10주년을 기념하는 테마전 《기억의 창고》를 연계해, 도시 개발의 그늘 속에 사라져 간 경기만의 어촌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사를 다채롭게 조명한다.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 지원사업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전국 150여 곳의 근현대사 관련 박물관과 꾸준히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협력망 지원사업’ 을 통해 각 박물관의 다양한 학예 사업을 돕고 있습니다. ‘근현대사박물관 방문기’ 코너에서는 이 사업에 선정된 기관과 전시를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기획전 《바다에서 도시로, 다시 바다로》는 2026년 협력망 지원사업에 선정된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의 전시입니다.

기획전 《바다에서 도시로, 다시 바다로》 기획전시실 입구
사라진 포구에 남은 도시의 기억
오늘날 안산은 1980년대 이후 국가 주도로 들어선 계획도시이자 거대한 산업도시로 익숙하지만, 그 기저에는 훨씬 더 깊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산업화의 물결이 닿기 전, 이곳은 서해의 물길과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온 농어촌 마을이자 경기만 사람들의 끈끈한 생활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던 터전이었다. 그동안 대부도와 도서 지역 중심으로 민속 조사를 이어오던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2026년 시 승격 40주년을 맞아, 계획도시로 변모한 안산의 지역 발전사를 돌아보는 기획전을 기획했다. 이번 기획전의 중심에는 소래포구 이전 부흥한 시장이자, 수도권 시민들이 기억하는 삶의 터전인 ‘사리포구’가 있다. 시화방조제 공사로 사라진 사리포구의 사례를 통해, 전시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바다를 변형하고 이용해 온 역사를 되짚으며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와 바다의 관계를 인류학적 시선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기억의 포구, 기록으로 되살아나다
기획전 《기억의 포구》는 조선시대 안산 지역 조기나루, 성포포구, 별망포구를 거쳐 경기만의 대표 포구로 흥했던 사리포구를 중심으로 어촌이 도시로 거듭난 여정을 조명한다. 남아 있는 유형 유산이 거의 없는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상, 지도, 연표, 구술 기록, 사진을 적극 활용했으며, AI를 활용한 사진 영상화 작업과 현대미술 작품을 조합해 과거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관람객은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QR코드를 통해 온라인 전시 페이지로 접속하여 세부 해설(캡션)과 구술 자료를 더욱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유물은 ‘그물바늘’이다. 사리포구 수문 건너편에는 어민들의 장사와 어업을 보조하는 이주민들이 살았는데, 아침마다 수문 위로 건너오는 ‘노동자들의 출근길 행렬’이 형성될 만큼 어업 지원 산업이 발달했다. 어업 규모가 커지며 그물 손질이 외주화될 정도였는데, 전시된 그물바늘은 당시 사리포구 시장이 얼마나 번성했는지, 또 어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들의 삶터가 어떠했는지를 증언하는 소중한 자료다.
다시 바다로, 순환의 감각을 마주하다
기획전 《기억의 포구》가 바다가 도시로 변화해 간 과정을 보여준다면, 테마전 《기억의 창고》는 쓸모를 다한 바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감각을 선사한다. 지난 10년간 박물관이 축적한 ‘기억 프로젝트’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제주 등 해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현준 작가와 협업해 설치미술과 단채널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직접 바다로 잠수해 폐기물을 수집하고 작품화하는 김현준 작가의 시선은 인간의 행동이 바다에 남긴 흔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버려진 물건들이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장면은, 바다가 지닌 순환의 의미를 차분히 사색하게 한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 기획전 《바다에서 도시로, 다시 바다로》는 안산이 품어온 바다의 세월과 이웃들의 삶을 다각도로 풀어낸다. 비록 포구는 사라졌지만, 이번 전시가 옛 기억을 가진 세대에게는 추억을 상기하고, 이후 세대에게는 지역의 정체성과 바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중 폐기물을 통해 작가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는 테마전 《기억의 창고》
안산과
안산의 바다를 다시 생각해 보는
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자료나 이야기가 있다면요?
전시 유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수집 자료 중 백지도 한 장이 깊이 기억에 남습니다. 연구 자료를 공유해 주신 안산 신길중학교 신대광 선생님께서 현지 조사를 하며 주민들의 구술을 듣고 개발 이전의 예전 지리를 직접 그린 지도입니다. 빠르게 개발되는 환경 속에서도 지나가는 기록을 남기려 애쓴 풀뿌리 연구자들이 계시고, 그분들의 노력이 훗날 근현대사 연구와 기록 보존에 큰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 이번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람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김현준 작가와 협업한 현대미술 작품을 천천히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바다를 이용하고 개발해 온 지역사의 분위기를 간접적인 연출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관람객 각자의 세대와 경험에 비추어 과거 안산은 어떠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자유롭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학예사님께 안산은 어떤 도시인가요?
안산은 제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이 깊은 도시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수많은 추억과 삶의 시간이 쌓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안산이 걸어온 변화와 나아갈 방향을 근현대사와 민속학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그 안에서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꾸준히 찾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