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가는 시간
박물관 사람들
역사와 관람객 사이,
디자인으로 가교를 놓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전시물보다 먼저 ‘공간’의 온도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의 전시가 단순히 기록을 나열하는 공간을 넘어, 관람객이 온 감각으로 느끼는 ‘경험의 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 단계의 전시는 글과 자료로만 존재하기에 이를 관람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전시 디자이너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전시는 비로소 공간과 시각 요소로 구체화되며 하나의 입체적인 경험으로 완성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에서 전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박지은, 이수재 학예연구원을 만나 디자인으로 완성되는 전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 전시 디자이너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박지은: 박물관마다 전시 디자이너의 영역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시 디자이너의 역할은 ‘커뮤니케이터’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자분들이 전시의 전체 콘셉트와 주제를 전달하면, 저희는 공간을 구성하고 동선 계획, 그래픽, 영상, 조명 등으로 시각화해 관람객이 내용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전시장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포스터와 리플릿 등 홍보물까지 일관된 시각 메시지로 확장해, 관람객이 전시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전시장 문을 나설 때까지 하나의 완성된 경험을 이어가도록 설계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외부 업체들과 소통하며 준비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저희의 주요 업무입니다.
Q. 전시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수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관람하면서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유물의 의미와 분위기를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부터 전시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작년 7월 우리 박물관의 디자이너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더 많지만, 구상했던 것들이 공간으로 구현되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Q. 전시를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데, 그중 가장 먼저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박지은: 어떻게 하면 전시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전시를 진행할 때마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그 공간에 의미를 담아낼 수 있도록 공간 구성과 연출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Q. 하나의 전시를 위해 개별적으로 작업하시나요, 아니면 협업으로 진행하시나요?
박지은: 보통은 프로젝트별로 역할을 나누어 주도적으로 진행하지만, 규모가 큰 전시는 함께 진행하기도 합니다. 2025년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태극기, 함께해 온 나날들》이 그렇습니다. 공간과 홍보물 작업을 나누어 맡으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했습니다.
이수재: 맞아요. 입사 초기에 홍보물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지은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 경험이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업무 과정에서 마주했던 순간들 중 기억에 남는 위기나 극복 방법이 있다면요?
박지은: 모든 전시는 개막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위기 상황’의 연속입니다. 전시 자료의 상태나 현장 상황에 따라 계획이 갑자기 변경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시공 막바지에도 전시 자료의 크기나 배치가 달라지는 일이 빈번한데, 그럴 때마다 상황에 맞춰 위치를 이동하거나 보조대를 수정하며 최선의 답을 찾아내려 노력합니다.
이수재: 저에게는 첫 전시인 《밤풍경》이 큰 도전이었어요. 실무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시 주제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밤의 분위기’를 공간으로 구현해야 했거든요. 색상을 통해 주제별 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전시장 입구에는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배치해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함께 고민했던 만큼 결과물이 잘 나와서 뿌듯했습니다.
Q. 전시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박지은: 관람객 설문조사나 전시를 본 분들이 피드백을 주실 때입니다. 디자이너는 항상 관람객의 반응을 궁금해하고 또 거기서 개선점을 얻습니다. 시간을 들여 후기를 들려주실 때 감사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이수재: 전시의 주제가 공간에 잘 구현된 모습을 마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밤풍경》 관람 후기 방명록에서 전시를 통해 추억을 떠올리거나 몰랐던 시대의 밤을 알게 되었다는 후기를 보았습니다. 전시실의 다양한 밤 풍경이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Q. 우리 박물관을 찾을 관람객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박지은: 우선 전시를 찾아와서 관람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VR이나 영상으로 전시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전시는 현장에서 볼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과 직원들의 수많은 노력이 들어간 전시,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수재: 전시 기획자들의 깊이 있는 고민이 공간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 천천히 거닐며,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의 전시 관람이 즐겁고 유익한 경험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