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가는 시간
근현대사 재발견
2002년의 현장을 다시 마주하다
『2003년 보도사진연감(報道寫眞年鑑)』
역사의 찰나를 기록한 사진기자들의 증언을 마주한다. 이번 호에서는 2002년 한 해의 격동을 담은 『2003년 보도사진연감』을 소개한다. 월드컵의 환희부터 제16대 대통령 선거까지, 인화된 종이 위에 새겨진 생생한 현대사의 기록을 통해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가치를 되짚어 본다.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학교 작품게시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2025년 여름부터 현대 소아 보건의료 발전 과정을 살펴보는 구술 조사를 진행했다. 병원은 의술(醫術)을 행하는 공간을 넘어, 교육·문화까지 다양한 분야로 역할이 확대되었다. 그중 소아과는 성인과 신체적·정신적으로 다른 ‘어린이·청소년’을 담당하는 과로, 병원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분과이다. 특히 ‘병원학교’ 는 치료를 넘어 교육에 이르기까지, 건강장애학생1)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병원과 의료진, 관계자들의 노력과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병원학교’의 설립 배경, 개교, 운영 현황을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병원의 다양한 역할과 병원학교를 채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과거 ‘사망 선고’로 여겨졌던 백혈병 등 소아암은 1990년대 전반 완치율이 60~70%까지 높아지면서 불치 병이 아닌 ‘완치 가능한 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후 어린이 전문 병원의 설립, 진료 분과 세분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1990년대 후반 소아암 관련 질환 완치율이 80%대로 상승함에 따라, 소아암 환자들이 완치 이후 학교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 문제가 제기되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소아과학교실 신희영 명예교수는 “1995년 완치하여 퇴원한 환자가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지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서의 ‘올바른 치료’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소아암 환자의 완치 후 학교·사회 적응에 대한 문제 인식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1979년 핀란드에서 병원학교를 경험하고 돌아온 최용 어린이병원 원장의 지지와 신희영 교수의 열정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결과 1999년 7월 15일, 어린이병원 7층에 어린이병원학교가 정식 개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학교 설립 이후 병원의 역할은 의학적 치료를 넘어 교육의 영역까지 확대되었다. 병원학교에서는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교과 과목뿐만 아니라, 무용· 미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자 선생님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 병원학교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병과 치료 과정을 이해하고 극복할 힘을 길러가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학교 개교기념식(출처: 최용 제공)

아픈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병원학교 설립을 넘어, 2005년 특수교육법(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건강장애’가 특수교육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병원학교 수업이 정식 수업으로 인정되었다. 초등학생은 1일 1시간, 중·고등학생은 1일 2시간 병원학교 수업 출석 시 하루 출석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법 개정과 정부의 지원, 병원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함께 건강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병원학교 설치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전국 모든 대형 병원에 병원학교가 설치 및 운영되기는 어려웠다. 병원 내 병원학교를 설치하려면 6인실 규모의 병실 공간이 필요했고, 다양한 연령대 학생에 대한 개별화 교육 지원을 위한 전담 인력 부족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병원학교 운영의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말 기준 33개 병원에서 병원학교가 운영되고 있다.2) 그리고 대부분의 병원학교가 정부 지원금 축소와 병원 예산, 인력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학교는 학생들에게 병원 내 마련된 ‘학업을 이어나가는 교실 공간’을 넘어 ‘선생님·또래 친구들과 교류·소통하고,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전체 구성원 중 비교적 소수에 해당하는 건강장애학생들의 처한 교육 환경에 여전히 무관심하다.
2025년 12월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학교에서 열린 <어린이병원학교 학예시상식 및 전시회 – 2025 우리들의 아름다운 꿈> 행사는 병원학교가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병원학교가 ‘일부 아픈 아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아이들을 위한 공간’임을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치료받을 권리와 함께 교육받을 권리도 지키기 위해 병원학교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병원학교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2026년 여름 조사보고서로 발간,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1) 2005년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심장장애·신장장애·간장애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특수교육 대상자
2) 병원학교 운영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병원이 서울 지역 운영 방식으로 교육청 협약하에 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10곳). 다른 하나는 서울 외 지역 운영 방식으로 교육청에서 특수교사를 파견해 운영하는 방식이다(23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