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학생 근현대사 탐방경연대회
역사 탐방 보고서Ⅰ

2019 대학생 근현대사 탐방경연대회

100년의 걸음을 따라가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대학생 근현대사 탐방경연대회는 ‘100년의 걸음을 따라가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지난 100년간의 다양한 기억 중 하나를 선정해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오늘이 지닌 의미를 찾고 미래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특별히 수상 팀과 함께 연해주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며 고민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100년의 걸음, 100가지 이야기

제안서를 공모하며 주로 독립운동이나 민주화를 다루는 주제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방의 독립운동가, 여성 독립운동가, 철도를 통해 읽는 역사, 종교계 활동, 디아스포라, 청년 활동, 학생운동 등 100년을 기억하는 다양한 주제가 모였다. 예년보다 많은 약 100개의 탐방 제안서가 도착했다. 기존의 역사적 평가에 얽매이기보다 현재 청년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더 깊은 걸음을 따라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12개 팀은 각자가 제안한 주제와 일정대로 1박 2일간의 탐방을 진행했다.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탐방할 수 있도록 개별 탐방비가 지원되었다. 그리고 PPT 현장 발표와 박물관 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전 UCC 투표를 통해 최종 6개 팀이 선발되었다. 6개 팀에는 연해주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100년 전 그때,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에는 어떤 걸음이 이어졌을지 현장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서 계속 씨앗을 뿌렸을까

7월 2일부터 6일까지 연해주 탐방이 진행되었다. 비가 자주 내리고 쌀쌀한 날씨 속에서 참가자들이 지치지 않을지 염려되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블로그와 다르다”며 유쾌하게 웃는 대학생 특유의 에너지와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이었다.

탐방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해나가는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힘겹게 삶을 개척하고, 힘을 모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쓴 흔적 속에서 숙연해지기도 했고 “그동안 너무 몰랐다”며 반성하기도 했다. 강제 이주의 역사가 드러날 때는 비통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탐방 초반이 과거 이 지역으로 이주한 분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면, 중반을 넘어서면서 참가자들은 ‘왜?’를 이야기했다. ‘왜 이 사람들은 이곳에서까지 나라를 지키고 싶어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조금 덜 힘들게 살아도 됐을텐데….’ 그 고민을 이어가던 한 참가자는 “조선인이라는 것이 자기 정체성의 일부라면, 그것을 포기하는 건 존엄성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 참가자는 아마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우리가 기억하면 된다

탐방 일정이 종반을 향해 가던 이상설 선생 유허비에서 여러 학생이 ‘성공이라는 결과가 있어야만 역사로 남는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이 부여한 가치와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이상설 선생의 삶도 분명 큰 의미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만족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간직하려는 생각이 모아진 것 같았다.

탐방을 마치며 여러 학생이 이구동성으로 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이 이곳을 잊는다면, 이제 우리가 기억하면 된다.”

100년의 걸음을 따라와 이제 어떤 미래를 고민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그 문제를 던지고 싶었는데, 이 친구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년 대회에는 또 어떤 참가자들이 반짝이는 생각을 표현해줄지 기대된다.

글. 교육과 이명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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