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탐방 보고서Ⅱ

2019 대학생 근현대사 탐방경연대회

기억의 한 곳, 연해주를 만나다

아시아에서 유럽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러시아 연해주. 대륙 횡단 열차와 새하얀 눈으로만 기억되던 그곳에 우리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다녀온 6개 탐방 팀의 소감을 전한다.

역사를 잊지 않고 세상을 비추는 작은 빛이 되겠습니다
‘삼삼오오’팀(장관상) | 팀장 신원이

저에게 역사란 기록 혹은 몇몇 문장으로 기억된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통로이고, 과거의 연장선은 지금 생활의 근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어떤지, 앞으로는 어때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연해주 탐방 기간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100년 전 역사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여정을 날씨가 방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경건해지고 독립운동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신한촌기념비가 기억에 남았어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병환 중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관리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역사를 지키려는 두 분의 숭고한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유적지를 보며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이번 탐방을 계기로 저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잊지 않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년 전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이 만들어낸 빛이 아직까지도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저 또한 제 위치에서 세상을 비추고 미래를 향한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각자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큰 희망의 날갯짓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춘래불사춘’팀(관장상) | 팀장 양수영

타국에서 독립운동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번 탐방은 저희 팀 모두에게 정말 의미 있었습니다.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며 많이 반성했고, 항상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팀 콘셉트에 맞춰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 다니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탐방 장소 중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보내진 고려인의 눈물이 스며든 라즈돌리노예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픈 역사가 없었다면 우리와 같이 살고 있었을 것이기에 그분들께 죄송했습니다. 연해주 탐방을 계기로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게 된 점도 큰 변화입니다. 노비 출신으로 나라를 위해 애쓴 최재형 선생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봄은 왔으나 아직 겨울 속에 남아 계신 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을 잊지 않으며 같은 자세와 신념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향해 힘껏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 조상의 희생으로 이룬 소중한 현재에 감사합니다
‘언행일치’팀(관장상) | 팀장 박연수

친구들과 여성 독립운동가의 재조명을 주제로 참여하여 탐방 기회를 얻었습니다. 직접 가보니 편하게 여행 다니는 탐방 팀과 달리 아무것도 없는 연해주에서 밭을 일구고 독립운동을 위해 숨죽여야 했던 고려인의 상반된 삶이 보였습니다. 한 예로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과정에서 대다수가 기차 안에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여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성품이 따뜻해 고려인들 사이에서 러시아어로 난로를 뜻하는 ‘페치카’로 통했다는 최재형 선생도 기억에 남습니다. 본인의 부귀영화보다 고국의 독립이 먼저였던 그 정신이 크게 와닿았고,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라 평가받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 첫 번째 방문지였던 신한촌기념비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기념물을 국가가 아닌 사단법인이 세우고 개인이 관리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탐방 이후 조상의 노력으로 얻은 시간과 공간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정진하는 멋진 청년이 되겠습니다. 파이팅!

연해주 탐방에서 느낀 감정을 기억하겠습니다
‘발자국’팀(장려상) | 팀장 최정화

연해주 탐방은 저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먼저, 최근 뜨고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연해주에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와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머나먼 타국에서 독립을 위해 애쓴 분들, 먹고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야 했지만 조국을 잊지 않고 사랑한 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알고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신한촌기념비 앞에서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둥 하나는 남한, 다른 하나는 북한, 나머지는 재외동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한민족을 상징하는 기념비였습니다. 대립하고 갈등하던 과거의 역사가 미래에는 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가들은 저희 팀이 조사한 의령의 한글학자처럼 이념 대립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대립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잊힌 역사도 자연스럽게 재조명되겠지요. 이번 연해주 탐방을 통해 느낀 감정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그 역사가 제 주변으로도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민하고 희망하며 미래 역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돌아봄’팀(장려상) | 팀장 전혜현

저희 팀은 탐방 주제를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후 주인공으로서 역사에 기록될 수 없었던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성의 이야기를 사료 조사와 유적 탐방을 통해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이는 연해주의 우리 역사가 현재 우리나라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덜 주목받는다는 점에서 탐방 주제와 결을 같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여정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까지 걸쳐 있는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해, 우리 세대가 직면한 전 지구적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이상설 선생입니다.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으로 파견되었지만 실패하자 그는 후손에게 본인의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 한 사람의 힘을 역사에서 보여주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여러 유적지를 탐방해보니 다수가 국가보훈처에서 관리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독립운동사 및 관련 유적 전담 국가기관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연해주 탐방을 마치며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안목을 넓혔습니다
‘해인학림’팀(장려상) | 팀장 김성준

평소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역사 테마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러던 중 근현대사 탐방경연대회 개최 소식을 접하고 관심사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했습니다. 타국에서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을 좇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떠한 설명이나 팻말도 없이 방치된 조형물도 있었는데, 그 때문에 미리 알고 가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거리가 멀고 온전히 보존돼 있는 것이 드묾에도 많은 한국인이 최재형 고택 및 기념관이나 이상설 선생 유허비와 같은 우리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들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여서 희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리 역사를 한반도에 국한해 이해하는 자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앞으로는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서 더 넓은 시야와 마음을 가지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기억의 문화에 동참하는 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라 불린 최재형 선생의 고택
고려인 거주지를 기억하기 위한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기념비
일본군에게 희생된 조선인과 러시아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4월 참변 추모탑
고려인 강제 이주의 뼈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뻬르바야 레치카역
고려인문화센터 앞 안중근 의사 기념비
* 모든 사진은 연해주 탐방에 참여한 6개 팀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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