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사람들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
전시의 가치입니다

전시운영과 김수진 학예연구관

박물관 전시실이 무대라면 무대 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시운영과에서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 운영 중이다. 관람객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전시를 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노력 중인 그들의 이야기를 전시운영과 김수진 학예연구관에게 들어본다.

전시 도록은 전시 기록물로 가치를 지닌다
한국 민주주의의 여정을 사진으로 조명한 특별전 <안녕! 민주주의>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특별전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
Q

전시 기획부터 개최 후 관리까지 단계별로 큰 흐름을 짚어주세요.

먼저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 단계가 있습니다. 이후 기획 내용을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됩니다. 자문 구하기, 업체 선정, 콘텐츠 제작과 산출, 전시물 대여 등이 해당됩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공사가 시작되고 개막식 등 사회적으로 공표하는 순서가 이어집니다. 전시가 끝나면 관람객 대상의 설문 조사, 자체 평가 등을 합니다. VR 촬영과 도록 제작으로 전시 이후까지 전시를 기록하는 일도 합니다. 일련의 행정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은 전시운영과, 즉 박물관이 최종 결정의 주체가 되어 맡게 됩니다. 모든 과정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하며, 전시는 자문 전문가와 관련 분야 업계 등과의 협업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첫 단계인 전시 기획은 어떻게 시작되나요?

역사박물관으로서 마땅히 담당해야 할 전시 영역이 있습니다. 현대사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영역입니다. 다음으로는 현대사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원적으로 해석하여 주제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외부 기관이나 단체의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이 경우 주제의 중요성을 판단하여 공동 주최로 전시를 열기도 합니다.
한 해에 하반기 특별전 2개, 그리고 소규모 기획 전시를 3~4개 정도 개최합니다.

Q

전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려할 점이 많을 듯합니다.

우리 박물관은 사무용 건물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전시 공간에 제약이 있습니다. 여백을 두기보다 채우는 전시를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전시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합니다. 가벽으로 방사형, 미로형 등 다양한 동선을 만들고 영상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표현 방법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Q

전시 업무 담당자의 역할과 지녀야 할 태도나 마인드가 있다면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 등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현대사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 당사자가 살아 있는 경우도 많을 뿐 아니라 사자 훼손 문제 등 갈등 요소가 잠재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이라는 공공 공간에서는 전시 업무 담당자가 쓰는 단어 하나가, 내 신념과 역사관(그것이 올바르다고 해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겸허해야 합니다. 동시에 갈등을 피하려고 피상적으로 주제를 다루거나 감추려 하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하며, 결과물이 해답이나 정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실적인 여건은 충분치 않지만 최대한 깊이 공부하고 고민해 전시를 준비해야 합니다.

Q

관람객 눈높이에 맞는 전시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하는데, 불충분한 말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유아적인 어휘를 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역사 전시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시대와 사건이기에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관람객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마음의 벽과 문턱을 낮추는 게 ‘중학교 2학년 수준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는 말에 담긴 의미라고 봅니다. 단어가 쉽다고, 전시장이 화려하다고 해서 눈길을 끄는 게 아닙니다. 그것이 보물 또는 유물 중심 전시와 역사 이야기 전시의 차이점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전시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첫 번째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2019.2.22~9.15)입니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데 성공했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습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협업 방식을 시도했던 평화를 여는 특별 사진전 <안녕! 민주주의>(2018.12.1~2019.1.20)입니다. 사진은 사료이자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한국 사회에서 포토저널리즘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1980년대 이후 작가적 시선을 담은 보도사진이 적었는데 민주주의 의식을 지닌 젊은 사진작가 그룹을 발견하게 된 것 자체가 고무적입니다. 그들과 협업하면서 박물관이 수집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 역사를 적극적으로 기록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새로운 소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즐거운 전시 관람을 위해 한말씀 해주세요.

전시는 책을 읽는 것과는 다릅니다. 전시는 공간에서의 경험이자 시각적 체험이 중심입니다. 쓱 훑어봐도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고, 박물관은 그렇게 연출해야 합니다. 박물관에 쉽게 들어와 가볍게 둘러보길 바랍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느끼면 됩니다.

top
<역사공감>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전시, 조사·연구, 교육, 문화행사 및 교류 사업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다양한 활동을 전하는 계간 소식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