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교실

어린이·청소년 방학 특집 교육

‘생각에 생각을 키우는 역사’와
‘일상 속 나의 현대사’

유난히 짧았던 3주간의 여름방학,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주제로 ‘생생역사’ 8~10기, 청소년 근현대사 교실 ‘일상 속 나의 현대사’ 3기 교육이 이루어졌다. 작년에 이어 기대감을 품고 다시 찾아온 학생, 새로 문을 두드린 학생 모두 오늘날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가지는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주제로 학생들을 맞이한 ‘생생역사’는 초등 고학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며, 우리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중 유일한 연속 교육이다. 3일 동안 각기 다른 세부 주제 아래 생각 열기, 전시실 활동 및 시청각 교육, 생각 정리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1일 차는 3·1운동의 배경을 이해하고, 3·1운동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상설전시실에서 본 태극기 목판 복제 자료를 준비해 직접 태극기를 찍어보는 체험도 했다. 정성스럽게 잉크를 바르고, 천을 두드리는 아이들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2일 차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다양한 활동을 알아보았다. ‘대한민국임시약헌’, ‘독립공채’, ‘연통제’ 등 전시실 자료와 관련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고, 만약 내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했을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친구는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낮에는 일부러 친일 신문을 제작하고, 밤에는 독립운동가에게 자금, 식량,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운동에 꼭 필요한 세 가지를 꼽아보자는 물음에 있어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다. 독립운동은 곧 ‘마음’의 문제였다는 점을 학생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희생 정신’, ‘의지’, ‘용기’, ‘강한 정신력’, ‘끈기’ 등이 그 예다.

3일 차는 3·1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양한 행적을 살펴보며 앞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100년 전 그날, 3·1운동 현장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이들의 대답은 솔직했다. 의열단원으로서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죽음이 두려워 직접 만세 운동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지만, 독립을 원하기 때문에 밤에 일본군 몰래 사람들에게 배포할 태극기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그동안 배운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를 가지고 짧은 N행시를 지어보기도 했다.

3일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우리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정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우리를 독립으로 이끌어주었고, 독립은 곧 국가를, 국가는 곧 현재를 만들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라가,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3일간 진행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이러한 감정을 느꼈다면 교육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청소년 근현대사 교실 ‘일상 속 나의 현대사’ 3기는 1·2기와 달리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중학생에게 맞는 교재를 새로 제작하고 교육 구성을 바꾸었다. 전시실 활동, 모둠 활동이 많기 때문에 교육 시간도 이전보다 30분 늘린 2시간 30분으로 편성했다.

1주 차는 나를 찾는 시간으로 출발했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3주 동안 모둠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짧은 시간이지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박한 일상 속에서 나에게 역사가 된 순간이 언제였는지 함께 이야기했다.

2주 차에는 이번 특별전을 담당한 노선희 학예연구사와 함께 전시실 활동을 하고, 전시 내용과 더불어 학예연구사라는 직업과 관련해 궁금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3주 차에는 해방 공간 3년의 시기도 함께 다루었다. 이 시기의 문학작품, 영화, 대중가요를 통해 일상에 스며든 당시의 대중문화를 살펴보았다. LP판에 녹음된 당시 가요를 들어보고, 가까운 역사 속 일상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보는 시간이었다. 수줍음 많고 자기표현이 서툰 학생도 있었지만, 막상 교육 설문에는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재미있었다”, “이대로만 진행하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일상도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학생들 각자 이 질문을 가지고 3주 동안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눈 모든 학생이 고마울 따름이다.

‘생생역사’와 ‘일상 속 나의 현대사’는 막연하게 느끼는 역사 현장에 자기를 놓아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만난 전시물을 읽고 해석하면서 그 현장을 마음껏 상상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보다 흥미롭고 치밀하게 이러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향을 이끌어주는 것이 박물관 교육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는 조금씩 더 치밀해지고 확대될 것이다. 박물관 교육 담당자로서 학생들에게 박물관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많이, 빠르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박물관 교육 말고도 더 많다. 박물관 교육을 통해 문화 감수성을 조금씩 키워나가기를 바란다. 역사를 알아가면서 때로는 주어진 현재에 고마움을 느끼고, 때로는 현실을 논리적으로 비판할 줄 아는 학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박물관이 어쩌다 한 번 찾는 곳이 아니라, 일상에서 친밀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에 평생교육의 일환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글. 교육과 이지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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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감>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전시, 조사·연구, 교육, 문화행사 및 교류 사업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다양한 활동을 전하는 계간 소식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