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소식
근현대사박물관 방문기
금단의 땅에서 피어난 기록
특별전 《경계와 기억의 땅, 하야리아》
기간 2026년 5월 10일까지 | 장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시민공원로 73
기간 2026년 5월
10일까지
장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시민공원로 73
역사는 때로 높은 담벼락 뒤에 숨어 우리를 기다린다. 이번 호에서는 임시수도기념관이 기획하고 부산시민공원역사관 원형전시실에서 펼쳐지는 특별전 《경계와 기억의 땅, 하야리아》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 땅이었음에도 마음대로 발을 들일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 어떻게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기록의 장이 되었는지, ‘경계’를 허물고 모두의 ‘기억’으로 다시 태어난 그 특별한 현장을 소개한다.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
지원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전국 150여 곳의 근현대사 관련 박물관과 함께 소통 및 협력할 수 있도록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을 운영하며, ‘협력망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학예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근현대사박물관 방문기’
코너에서는 ‘협력망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관과 전시를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특별전 《경계와 기억의 땅,
하야리아》는 2025년 협력망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임시수도기념관의 전시입니다.
미군 기지 건축물에 자리한 부산시민공원역사관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경계와 기억의 땅, 하야리아》 입구 전경
이방인의 땅에서 피어난 시민의 기록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산시민공원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 땅이었음에도 밟을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었다. 일제강점기 서면경마장과 일본군 군용지로, 광복 후엔 ‘캠프 하야리아’라는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들어서며 오랫동안 낯선 이방인의 공간으로 남았다. 2014년,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끝에 마침내 그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고, 부산시민공원역사관은 당시 부대 내 건축물 중 가치를 인정받은 24동을 보존하며 조성되었다. 그리고 이번 특별전의 중심에서 전시를 이끈다.
거대한 기록이 된 공간과 새롭게 빛을 본 벽화
역사관의 핵심인 원형전시실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록이다. 1950년 완공된 이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과거 캠프 하야리아의 장교클럽으로 사용되었다. 천장 중앙을 장식한 미8군 상징인 팔각-십자 모양 마크와 그 주위를 에워싼 8개의 별은 이곳이 지녔던 물리적 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동선상 가려져 있던 장교클럽 건립 당시의 벽화를 새롭게 설치된 가벽을 통해 공개한다. 관람객들은 구불구불한 가벽 사이를 산책하듯 걸으며 70여 년 전의 벽화와 조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군 주둔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별전시실 전경
철조망 너머의 일상과 문화적 기억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하야리아의 시간을 촘촘히 복원한다. 1부에서는 미군 진주와 부대 설치로 시작된 ‘감춰진 공간’ 캠프 하야리아를 소개하며,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복잡한 역사를 추적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기지 안팎의 일상과 기지촌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캠프 하야리아 관내 지도, 미군 부대 급여 명세서, 근속 기념 배지 등 실물 자료들은 철조망 너머의 서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특히 이용길 화백의 작품 사진들은 이곳이 단순한 군사기지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기억의 장소였음을 보여준다. 범전동 본동마을 주민들이 미군과 교류하며 생계를 이어갔던 손때 묻은 기증 기록들은 지역민의 삶과 애환이 복잡하게 얽힌 현대사의 단면을 실증한다.
쿠키 냄새 풍기는 일상, 그리고 시민의 기억
1950년 장교클럽 앞 단체 사진은 건물의 축조 시기를 규명한 결정적 사료인데, 여기에는 오븐에 둔 쿠키가 탈까 봐 노심초사하며 셔터를 눌렀다는 기증자의 유쾌한 일화가 숨어 있다. 이처럼 소박한 일상의 기록들은 3부에서 다루는 ‘하야리아 되찾기 운동’의 역사와 결합하여 역사의 퍼즐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계’의 공간이 시민들의 ‘기억’으로 어떻게 치유되고 있는지를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현대사의 연속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와 현재가 교감하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
이번 특별전의 가장 상징적인 풍경은 공간을 채우는 관람객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과거 캠프 하야리아의 구성원이었던 고령의 방문객들은 이곳의 주요 내방객으로서 본인의 실증적 경험을 공유하며 학예사적 관점과는 또 다른 생생한 서사적 도슨트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 단절과 경계의 상징이었던 하야리아는 이제 세대 간의 정서적 교감을 매개하는 공감의 장으로 기능하며 현대사의 연속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하야리아가 품은 역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이어갈 소중한 기록입니다”
◉ 부산시민공원역사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이곳은 과거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캠프 하야리아) 내 장교클럽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박물관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미군 주둔기까지 이 땅이 겪어온 굴곡진 근현대사를 기억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 전시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기록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장교클럽 완공 기념사진 기증 사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증자분께서 사진 속 본인의 표정이 ‘쿠키 걱정’ 때문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덕분에 건물의 완공 시기(1950년)라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당시의 생생한 삶의 온기까지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 역사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곳은 명절이면 캠프 하야리아에서 근무하셨던 어르신들이 손주들과 함께 오셔서 직접 이곳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기도
하는 살아 있는 역사 현장입니다. 전시실 천장의 미8군 마크나 숨겨진 벽화처럼 공간 곳곳에 남은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며, 우리 땅의 소중함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