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운영과 이지혜 학예연구사
올해는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24년 2월 26일(월)에 개막한 사진전 <모든 길은 역사로 통한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관계를 우리 현대사 속에서 조명한 전시이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140년을 넘게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이다. 1884년 조이수호통상조약 이후, 본격적인 외교 교섭을 시작한 양국은 6·25전쟁 당시에는 고통을 함께 나누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교류하며 깊이 ‘통하는’ 관계로 발전해왔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한국에 온 이탈리아 영사 카를로 로세티(Carlo Rossetti)가 찍은 사진, 1951년부터 1955년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구호의 손길을 내민 제68적십자병원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양국의 공사관이 대사관으로 승격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스포츠, 과학, 클래식 음악에서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선보였다. 또한 두 반도 국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일렁이는 바다를 경계로 한국의 풍광과 이탈리아의 풍광이 서로를 비추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3면이 거울로 된 영상실의 배경음악은 한국인에게 비교적 익숙한 칸초네 ‘돌아오라 소렌토로’,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이다. 이 음악이 전시장까지 흘러나와서 관람객들이 이탈리아 음악과 함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 구성에서 중요한 지점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역사의 접점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했으며, 이탈리아의 유명 작곡가 조르조 모로더는 88 서울 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 잡고’를 작곡하였다. 피렌체 출신 작가가 쓴 소설 속 주인공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오페라 공연, 오늘날 대중문화에도 깊은 영감을 주고 있는 단테의 신곡도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이탈리아와의 관계성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어서 함께 조명하였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연합뉴스와 이탈리아 ANSA 통신사와 공동주최한 이번 사진전은 각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가능했던 전시이다. 사진 캡션과 패널에 모두 이탈리아어를 포함한 것은 한-이탈리아 140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한-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우리 박물관에서도 2024년의 첫 포문을 여는 전시였지만 이탈리아대사관에서도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첫 행사로 그 의미가 매우 컸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관람객들이 한국과 이탈리아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교육과 홍연주 학예연구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에 자리한 어린이박물관이 올 상반기 중으로 4층 체험관으로 통합된다. 어린이박물관은 2012년 12월 27일 <우리역사 보물창고>로 개관, 2016년 12월 28일 <우리역사 꿈마을>로 체험전시 위주의 공간으로 개편됐다. 그동안 어린이들이 근현대사와 관련한 전시를 다양하게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장이었다.
약 10년간 어린이박물관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유아부터 13세 이하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어린이들이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이 관람객이 늘고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방문함에 따라, 더욱 넓은 공간에서 더욱 풍부한 체험 전시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오랜 고민 끝에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 체험전시 공간이라는 기능을 4층 체험관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박물관을 찾는 다수의 어린이 관람객들이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체험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우리 현대사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며 서로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장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1층의 어린이박물관은 3월 31일까지 운영하고, 4월부터 한 달 동안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기존의 어린이박물관 공간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좀 더 편안하게 찾을 수 있도록 다목적 편의 공간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제105주년 3·1절을 맞아 듣고, 만지고 함께 체험하며 3·1운동의 뜻을 기릴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2월 27일에는 김정인 교수(춘천교대)가 ‘삼일운동과 민주주의’, 29일에는 정병욱 교수(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가 ‘무명씨들의 삼일운동’이라는 주제로 박물관 강의실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1층 로비와 3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문화행사 ‘나도 3·1운동가’는 어린이와 가족이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나무판에 못을 고정하여 실을 감아 만드는 스트링아트 태극기 만들기, 3·1운동 독립운동가 인물사진 카드와 사건 카드를 맞춰가는 메모리 게임, 독립선언서 인쇄 체험과 독립선언서 속 암호를 풀어 독립군에게 전달하는 독립선언서 전달 등을 체험하며 3·1운동의 뜻을 마음속에 새겼다. 강의실에서는 ‘박물관에서 찾아보는 3·1운동’이란 주제로 어린이와 가족 대상 교육이 진행되었다. 교육 참가자들은 3·1운동의 배경과 의미를 박물관 전시물을 통해 알아본 후 만들기 체험을 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근현대 주요 공간에 담긴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첫 사업으로 청와대 공간의 역사적 배경을 다룬 《백악산 아래, 청와대 공간 이야기》 역사문화서 1종과 영상 1종, 청와대 사계절 경관의 변화를 플레이리스트(음악 재생목록)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 《푸른 기와 위로 스며든 사계》 1편, 총 3종의 자료를 박물관 누리집(연구 발간)>발간물과 박물관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했다.
역사문화서 《백악산 아래, 청와대 공간 이야기》는 고려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청와대 공간의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공유할 수 있는 대중서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18분 정도의 영상으로도 제작했다. 청와대 경관의 변화를 음악 플레이리스트 형식으로 구성한 《푸른 기와 위로 스며든 사계》는 바람 소리, 비오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 등 계절과 어우러지는 소리와 함께 영상 속 청와대 공간을 편안하게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영상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한수)은 지역의 근현대사 관련 문화기관과의 교류·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주요 업무 협약사항은 1) 공동의 콘텐츠 개발 및 활용, 2) 근현대사 관련 조사 및 연구 수행, 3) 공동전시 개최, 4) 인적 교류 및 국내외 네트워크 공동 구축 등 이다. 1월 30일에는 대통령기록관(관장 이동혁)과 대한민국 근현대사 및 역대 대통령 관련 자료를 활용한 공동 콘텐츠 개발, 전시, 조사 등과 관련한 제반 사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서, 2월 27일에 포천시(시장 백영현)와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자문 제공 등 양 기관이 상호 협력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월 22일에는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김낙중) 3자간 업무협약, 3월 28일에는 진주시(시장 조규일)와 진주역사관건립 관련한 업무 협의 등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수 관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기관 상호간의 조사·연구 기능 강화는 물론 국민에게 다양하고 관심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4년 상반기 현대사 시민강좌는 4-5월 중 광화문 주변 근현대 유적을 돌아보는 답사 프로그램 '역사산책'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광화문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시각과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전문가의 강의와 답사로 구성된다. 프로그램 내용 확인과 교육 신청은 박물관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