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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현재를 배우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인터뷰

누구나 관심이 있지만 무엇을 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현대사.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영상을 찍는다.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진지하게 역사를 다루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따라가본다.

정리 | 편집실
사진 |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 Q
    • 2022년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겨울방학 청소년 교육에 강사로 참여하시기도 했죠. 당시 역사와 관련된 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학생들을 포함, 많은 국민에게 강연하는 일은 교육적 측면과 재미 둘 다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일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역사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역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또 배운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어느 정도 재미를 생각해야 하는 건 맞는데, 반대로 재미만 쫓아서도 안 돼요. 우리 국민들이 상당히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연하는 입장에서 그들의 수준을 낮게 생각하고 무조건 재밌게만 강연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다만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가지는 궁금증과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담론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 Q
    • 사람들이 특히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현재사는 심용환’ 유튜브 채널에서도 근현대사 관련 콘텐츠의 조회수가 높고요. 높은 관심만큼 신경 쓰이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건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많이 싸우기 때문이에요. 하하. 이 싸움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세대 문제가 있는데요. 옛날 저희 부모님 세대, 속칭 산업화 세대는 독재 정권을 겪으며 가정을 살리기 위해서 살아왔던 사람들이에요. 민주화를 이끌었던 소위 386세대는 기성 체제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어요. 그다음 세대들은 또 다른 관심사가 있고요. 근데 이 모든 세대가 같이 살고 있으니까 갈등이 심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여기서 유의할 점은 그런 갈등을 부채질해서 구독자를 모아서 뜨겠다! 하는 유튜버들이 정말 많다는 거죠. 근현대사라는 시간의 퇴적물을 연구의 결과물로서,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자라나는 세대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줄 수 있거든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는 구독자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 덕에 저도 지속할 힘을 얻는 것같아요.

    • Q
    •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기존의 역사 교육 방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일반 국민들의 관점에서 역사는 ‘암기 교육’이거든요. 그러니 지루한 역사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에 쉽게 끌리게 되죠. 그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특정 관점에 치우친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요. 암기 방식의 역사 교육이 아닌 소통하고 토론하는 교육 문화가 장착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막상 변화는 쉽지 않죠. 교육 현장 자체, 즉 오프라인이 바뀌어야지만 온라인 콘텐츠의 질도 바뀐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죠.

    • Q
    • 박물관 또한 그러한 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할 주체입니다. 박물관에서 역사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외람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박물관은 유물이 적고 설명이 너무 많아요. 그건 우리나라가 전란을 겪어서 유물이 적기 때문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중국, 러시아 일부 박물관에 가보니 인상주의적으로 박물관을 구성한 곳들이 있더라고요. 박물관에 들어가면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미술적 장치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박물관 또한 설명보다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줄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또, 수직적인 가르침을 벗어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은 학교나 박물관뿐이거든요. 특히나 현대사는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살아있잖아요.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를 주장하기 쉽다는 뜻이죠. 박물관이 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Q
    •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도 막상 공부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한데요. 추천하는 방법이나 콘텐츠 등이 있을까요?

    처음엔 역사를 넓게 다룬 책을 살펴보시는 게 좋아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역사 관련 베스트셀러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아요. 몇 권 읽다 보면 특별히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 분야를 깊이 다룬 책들을 읽어보시는거죠. 저는 영상보다는 책을 추천해요. 저 또한 방송과 유튜브를 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주는 촉매제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있어요.

    • Q
    • 우리는 왜 역사를 알아야 하고,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지난 수년간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이었죠. 현실적으로 역사를 공부해서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거예요. 역사 분야에서 스타 강사가 되거나 유명세를 얻는 것 또한 우연이 돕는 일이고요.

    예전에 강의를 하던 중에 초등학생이 제게 얼마를 버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요. 그 아이는 웃기려고 한 질문이었겠지만, 수백 명 앞에서 아이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어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사람이라는 개념은 표준이 정해진 게 아니에요. 노력하면 더 좋은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된다는 얘기죠.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좋은 사람이 되자는 거예요. 역사를 공부하면 삶의 의미도 알게 되고 가치관도 생기고, 타협하지 않는 힘도 기를 수 있죠.

    • Q
    •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나 사건이 있다면요?

    1980~1990년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때가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가는 단계, 그러니까 돌이킬 수 없는 중견국가로서의 질적 전환이 일어나는 단계거든요. 일제강점기부터 독재 정권까지의 기나긴 100년의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나는 시기죠. 그래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같이 현대사를 다루는 박물관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고요.

    • Q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인의 소장품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나의 보물, 우리의 현대사> 특별전을 12월 6일부터 개최합니다. 본인이 이 전시에 ‘나의 보물’을 출품한다면, 어떤 물건을 고르시겠어요?

    많은 역사학자가 비슷할 텐데요. 연구를 위해 모은 사료들이 있어요. 선별되어 도서관에 정리된 게 아닌 아주 날것의 문서들이죠. 한국은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문화가 미흡해요. 특히나 1960년대 이후부터는 데이터 자체가 아주 제한적이고요. 그래서 연구자들이 사료를 모으느라 많이들 고생하죠. 제가 지금껏 모아둔 사료들, 나중에 기증할까요?

    • Q
    • 역사 연구와 강연, 방송과 유튜브 출연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얻어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지만, 결국에 저는 글 쓰는 사람이자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의 우리나라는 거대 담론이 사라진 사회가 아닌가 싶어요.『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나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 같은 외국의 학자들이 끊임없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고요. 그 안에서 저도 함께할 수 있는 지식인이 되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바람이있다면 민주화 이후의 대한민국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해서 세계 속에서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잘 구현해내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요. 아, 말해놓고 보니 걱정되네요.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버리면 큰일인데. 하하.

심용환

단단한 학문적 기초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 호흡하는 역사학자. 역사란 지금도 새롭게 기술되고 있는 ‘현재사’라는 것을 알리고 실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저서로 『단박에 한국사』, 『단박에 조선사』 등이 있으며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X>, JTBC <말하는대로>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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