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지니고 있는 나만의 보물이 있나요? 값비싸고 희귀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물건들,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던 경험과 관련 있는 물건들,
혹은 소중한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물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물건, 나의 보물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요?
글 | 권기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2024년 마지막 특별전은 개인의 소장품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 소장품들에는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얽혀있습니다. 역사는 의미를 부여받아 탄생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권위자가 쓴 교과서 내용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만 역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전시하는 소장품은 박물관에서 고른 것이 아니라 물건 각각의 주인이 고른 자기만의 보물입니다. 즉 이번 전시에서는 자기 자신이 쓴 역사를 보여드립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 역사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관람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주제로 엮어서 전시합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24명의 소장품으로 현대사의 다섯 가지 주요 주제를 살펴봅니다. 광복과 우리말, 민간 국제교류, 전통과 역사, 민주주의와 자유, 이념 갈등과 화해가 그것입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격동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정부를 수립하고, 우리말과 전통, 역사를 되찾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광복 후 찍은 사진, 소장자가 공부한 국어사전, 전통을 살린작품, 소중한 이웃과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얻어내었던 역사도 중요합니다. 민주화 시위에서 모두가 불렀던 자신의 노래가 수록된 음반, 표현의 자유를 얻어내고 동료들로부터 받은 축하 메시지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간의 갈등을 딛고 함께하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 한장도 소중합니다. 이 모든 소장품, 역사의 장면들이 쌓여서 오늘의 한국 사회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자신 있게 문화 강국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기여했던 이들의 보물을 2부에서 보여드립니다. 1부 건너편 전시실에서는 우리 문화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36명의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묶어 소개합니다. 첫 번째로 출판문화, 학문탐구, 그리고 문학으로 보는 사회상을 살펴봅니다. 이들에겐 자신이 처음 낸 전집, 각 분야에서 초석을 닦은 연구, 그리고 혼신을 다했던 작품이 소중했고,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화와 TV 방송 등 영상 문화에서는 자신을 도약시켜준 작품이 보물입니다. 이어서 세 번째는 우리 대중음악의 발자취 입니다. 음악인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곡이 실린 음반입니다. 자기 것이기에 소중하고,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체육인과 예술인, 기업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자기 자신의 것이면서, 나라의 역사를, 세계의 기록을 다시 썼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한국 최초의 금메달, 세계최초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시된 60명의 소장품은 각자 분야에서 업적을 세워 세상에 이름을 알린 분들의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한 분 한 분의 소장품 역시 아카이브 키오스크에서 소개합니다. 또한 여러분의 이야기도 역사가 됩니다. 잊지 못할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물건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전시장에 오셔서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50년 뒤 역사학자가 그 물건을 발견한다면, 어떤 역사를 서술할 수 있을까요? 사소해 보였던 개인적인 물건도, 우리 현대사의 보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