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한국영화박물관은 2008년 개관해 2015년 국립박물관으로 등록된 전문 박물관이다. 영화 매체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한국영화가 오늘날 전 세계에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기까지 100년이 넘는 한국영화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글 정민화 한국영상자료원 KOFA서비스팀 차장 / 사진 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상자료원 1층에 자리 잡은 한국영화박물관의 전시는 크게 한국영화사와 초기 세계영화사를 조망하는 상설전시, 한국영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는 기획전시로 나눠 운영된다.
우선 상설전시 <한국영화를 보다>는 여행가 일라이어스 버튼 홈스(Elias Burton Holmes)를 통해 활동사진이 처음 조선에 들어온 경로와 그가 촬영한 활동사진으로 첫발을 뗀다. 이후 1919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김도산 감독)가 탄생한 이래 100년이 넘는 한국영화사가 연표로 정리돼 있어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이 전시는 총 12개 섹션으로 1900년대 초기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한국영화를 본편 영상은 물론 영화 스틸, 시나리오, 콘티, 제작 일지 등 다양한 종류의 지류와 카메라, 필름 캔, 트로피,영화 속에서 직접 사용된 의상과 소품 등 박물류 그리고 한국영화사의 주요 데이터를 표기한 월 그래픽과 하이라이트 영상 등 다채로운 전시물로 만날 수 있다.
올해 3월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또 다른 상설전시 <초기영화로의 초대>에서는 19세기 후반 영화의 탄생 과정과 당시 영화인을 통해 초기 세계 영화사와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탄생시킨 뤼미에르 형제, 필름 영화의 시대를 연 토머스 에디슨, 최초의 여성 감독 알리스 기 블라쉐(Alice Guy Blache) 그리고 극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elies)를 통해 영화가 어떻게 탄생해 대중과 만나게 됐는지 소개한다.
특히 본 전시에서는 19세기 제작돼 대중 상영에 사용된 영사기 시네마토그래프를 비롯한 에디슨의 1인용 영사기 키네토스코프의 모형을 제작·설치해 관람객이 직접 19세기 영화를 영사하거나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르주 멜리에스 섹션에는 관람객이 태블릿을 활용해 필름 위에 색을 칠해 만드는 채색 필름 제작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11월 18일(토)까지 운영되는 기획전시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는 한국영화 제작 과정 중 ‘프로덕션 디자인’을 주제로 한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그간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프로덕션 디자인’을 단일 주제로 전시하는 첫 전시로 현재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류성희, 조화성, 한아름의 작업 과정을 통해 프로덕션 디자인이 영화 제작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지 조망한다.
프로덕션 디자인라는 단어에는 프로덕션의 ‘제작, 생산’이라는 의미와 디자인의 ‘계획, 설계’라는 의미가 동시에 내포돼 있다. 산업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이 공존한다는 것은 예술적 창조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시각적 요소를 구현하기 위한 제작과 관리 전반 또한 포함됨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은 크게 분석-디자인-제작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인 분석 과정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캐릭터와 인물 간 관계를 분석하는 단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2022년)의 주인공인 서래(탕웨이 역)의 집을 디자인하기 위해 실제 아파트를 답사한 현장 로케이션 자료부터 이미지화하기 위해 조사한 회화, 가구, 창틀 이미지 등 다양한 사전 자료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에 나오는 공간을 사실적이고 밀도 있게 구현하려면 얼마나 많은 자료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두 번째 디자인 단계는 주요 장면의 콘셉트를 결정하고 이미지화하는 ‘콘셉트 디자인’을 그리는 데서 시작한다. 전체 콘셉트가 결정되면 세트 디자인·데코레이션 작업으로 설계, 3D 그래픽 모델링, 인테리어, 소품 디자인 등 공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디자인한다. 전시에서 <길복순>(변성현 감독, 2023년)의 주요 공간인 상가 식당을 구현하기 위해 식당 내부 집기부터 식당 간판, 유리창 시트 글씨체 등을 설계하고 디자인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또한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 2022년)에 등장하는 거북선, 이순신 장군이 승선한 판옥선 등 다양한 배의 설계 도면과 무늬 디자인 과정 등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자료 역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3D 그래픽 모델링 자료를 영상으로 재구성해 관람객이 마치 거북선 안, 혹은 영화 속 주인공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지막 제작 단계에서는 세트와 데코레이션, 의상 등 디자인된 모든 요소를 제작·시공한다. 촬영 전 최종 확인을 위해 테스트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며, 콘티부터 세팅 계획까지 정리된 데코 보드(아트 보드)를 중심으로 현장을 세팅한다. 전시에서는 실제 프로덕션 디자인팀에서 사용했던 데코레이션 보드를 전시해 의자, 액자 등 작은 소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제작하고, 정확한 위치에 세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생산되는 자료뿐만 아니라 전시실 입구와 가장 안쪽에는 세 명의 디자이너가 작업한 영화를 편집해 영상으로 상영한다. 특히 3채널 영상은 영화 속 인상적인 공간을 다양한 시점으로 분절해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이야기가 아닌 공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밖에 디자이너 3인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부터 작업 과정 비하인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전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근현대사 박물관 협력망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각 약자층을 위한 투명 점자 리플렛을 별도 제작해 배포하고, 보이스오버 전시 해설 페이지도 운영한다.
관람 시간 |
10시~19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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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신정, 구정 및 추석 연, 창립기념일(1월 18일), 근로자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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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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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1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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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