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

한미 동행의 태동과 진화,
그리고 미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전
<동행>


2023. 9. 22.~2023. 12. 3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동행(同行)은 ‘같이 길을 감’을 뜻한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국과 미국이 동행한다는 이야기는 후대 역사가들이 보기에 꽤 생경해 보일 듯하다. 규모나 지리적 위치, 각자가 처한 상황 등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동맹을 유지하며 동행해왔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70년간 진퇴를 거듭하며 혈맹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관계가 됐다. 두 나라가 동행하며 걸어온 시간 속 여러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함영훈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식 장면

역사적 변곡점 속 미국을 발견하다

9월 22일(금)부터 12월 31일(일)까지 열리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전 <동행>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전시는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중심으로 체결 배경과 과정, 그리고 조약 체결의 영향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전시장 전면에는 데니 태극기(대한제국 시대의 태극기)와 주한미군이 사용했던 성조기가 전시돼 있다. 단순한 두 나라의 깃발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우리에게 미국은 어떤 존재일까? 유일한 동맹국이지만 단순히 사이좋은 국가라고 하기에는 복잡한 기분이 들 수 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1)처럼 우리도 모르는 새 미국이 우리의 운명에 끼어든 순간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종의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Owen Nickerson Denny)는 조선에 대한 청나라 간섭을 비판하고 조선이 독립국임을 주장하다 청의 미움을 받아 미국으로 돌아갔고,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제28대 미국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통해 1919년 3·1 운동의 사상적 배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밖에 우리가 나라를 되찾고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미국은 여러 자취를 남겼다. 간략하게 마련된 전시장의 프롤로그를 보면 대한민국의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 속 미국을 발견할 수 있다.

  • 미국의 경제원조 홍보 포스터
  • UN 한국민사원조처에서 발행한 달력

진화하고 있는 두 나라의 동맹

1부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 전쟁이 휴전한 이후 우리의 안전 보장을 위해 체결됐다. 조약 체결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새롭게 형성된 국제정치적 배경이 조약 체결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의 창설과 6·25 전쟁, 그리고 「미일안전보장조약」 체결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미동맹의 체결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엔기와 6·25 전쟁 관련 다양한 자료를 보면 관람객은 우리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국제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2부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의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격동하는 국제정세와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은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과 미국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1954년 정식으로 비준 후 조약이 발효됐다. 조약 체결 이후 1954년 11월 「한미합의의사록」을 체결하며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정리하고자 추가 제안을 했다.

3부에서는 조약 체결 이후 한미관계를 돌아본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양국은 여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다져왔다. 조약 체결 직후에는 한국이 도움을 받는 양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미 양국은 서로를 도와가며 나아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종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정치동맹 이상의 관계로 발전했다. 1966년 3월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 협조 관련 내용이 담긴 「브라운 각서」 원본과 미국국제협력본부(ICA)의 한국원조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 관련 자료 등 다양한 양국 관계 관련 자료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 미국에게 원조받은 물자를 홍보하는 1954년 포스터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1957년부터 2년간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개최된 한국 국보전 자료와 영상 등을 통해 한미문화동맹의 초창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여러 가지로 다르지만, 격동의 역사를 동행하며 정치동맹을 넘어 문화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롭게 그려나갈 두 나라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