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1

우리가 사랑했던
대중문화와 함께
성장한 한류

한류와 대중문화
특별전
<우리가 사랑했던 [ ],
그리고 한류>


2023. 7. 19.~2023. 9. 3.

한류는 세계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한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지난 30년 가까이 많이들 궁금해했고, 이런저런 해석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한류와 대중문화 특별전(2023. 7. 19.~2023. 9. 3.)은 여기에 한 가지 해석을 더 얹었다. 권기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세계와 얽히고설키며 발전한 한류

2018년 5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한국과 북미 지역에서 시작한 월드 투어에는 총 79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 이러한 BTS의 행보를 비틀스(The Beatles)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 빗대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비틀스를 필두로 한 영국 문화가 1964년부터 미국 대중문화 시장을 점령한 현상을 일컫는다. 이후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대중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현상의 기준이 됐다. 예를 들어 유럽의 유로비트나 일본 만화, 홍콩영화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던 때도 역시 비교 대상은 그러했다. 따라서 BTS를 비틀스와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 자체가 하나의 현상으로 BTS와 케이팝 그리고 한류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졌음을 실감케 한다.

앞서 예시로 든 세계의 대중문화들은 한국에서도 사랑받았을뿐더러, 한국 대중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사실 한류의 핵심인 팝, 영화, 드라마라는 대중문화 자체가 해외에서 들어온 것이기에, 한류를 생각할 때 세계와의 대중문화 교류도 함께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간 이러한 시도는 비교적 적었다.

지난 7월 19일(수)부터 9월 3일(일)까지 열렸던 한류와 대중문화 특별전 <우리가 사랑했던 [ ], 그리고 한류>는 현대사 속 한국 대중문화를 해외 대중문화와 나란히 놓아, 세계와 얽히고설키며 한류로 발전한 문화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 특별전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파사드

세계 대중문화와 연결된 한류

한류는 세계 대중문화와 연결돼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 전시실 입구에 주요 국가의 대중문화를 연결하는 대형 미디어아트를 설치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문화는 일정한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과 창의가 숨 쉬는 곳이라면 문화는 어디에서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문화의 특성을 반영해 관람객이 전시실을 사방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기획했다. 이에 따라 전시에서 ‘무질서 속 질서’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설명해야 하니 순서에 따라서 간다. 1부는 ‘한국 대중문화 속 미국’이다. 미국 대중문화는 지금까지도 한국 대중문화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시에서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등 서구와의 대중문화 교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쟁 이후인 1950년대 무렵부터 미군 부대는 대중문화의 허브 역할을 했다. 많은 공연이 열렸고, 수입 음반이 부대를 통해 들어왔으며, 음악과 영상물이 AFKN(주한미군방송)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 퍼졌다.

미군부대 공연에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 가수가 무대에 섰다. 이번 특별전에는 가수 현미나 이금희가 실제 공연할 때 입었던 무대의 상과 더불어,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걸그룹인 김시스터즈의 데뷔 앨범과 친필 사인 앨범이 전시됐다. 또한 1960~70년대 외국음악을 들을 수 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C’est Si Bon)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2부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그중 홍콩과 일본의 문화를 한국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보여줬다. 홍콩영화는 1970년대부터 이소룡과 성룡 등이 출연한 액션영화와 강시영화 등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정점은 1980년대 말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를 누린 홍콩영화는 가정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VCR과 비디오테이프’라는 매체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홍콩영화는 1990년대부터의 한류 영화 속 무술 촬영 등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관람객은 수백 장의 비디오테이프 속에서 자신의 최애 영화를 찾는가 하면, 전시장에 비치된 텔레비전으로 당시 홍콩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던 일본의 대중문화 역시 세계적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에 합법적으로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전후였다. 그 이전에는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만화영화가 국산으로 둔갑하거나, 불법 복제물로 시장에 버젓이 나돌았다. 한국 문화의 ‘흑역사’이지만, 그만큼 해외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별전에 전시된 해적판 만화책 다수와 더불어, 처음으로 합법 수입된 일본 만화가 실린 잡지 창간호를 통해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장 중앙에 자리한 3부 한류 코너에서는 한류의 배경과 간략한 역사, 그리고 팬 문화를 소개했다. 한류는 1990년대 정치·경제·사회 변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하나의 흐름’이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가 중화권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이어, 클론과 H.O.T.등의 가수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류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동아시아에서부터 서구에 이르기까지 한류는 일시적인 유행 현상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한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주된 전시품은 해외 현지에서 소비하고 즐겨온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영화 관련 문화 상품들이다. 관람객은 이러한 전시품을 통해 한류 열품을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 BTS가 표지 모델로 등장한 2018년 2월『빌보드』지

한류의 한 특징으로 독특한 팬 문화를 들 수 있다. 한류 이전에도 대중문화에 많은 열정을 보여왔던 팬들은 이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가수를 응원한다. 관람객은 응원봉 전시를 통해 다채롭게 변화 하는 응원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시장 다른 쪽에는 케이팝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세계 팬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체험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은 춤을 추며 세계와 함께하는 듯한 체험을 했다. 한국이 한때 외국 대중문화를 열렬히 사랑해오던 시절이 있었듯, 이제는 세계가 한국 대중문화에 많은 사랑을 보내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탄탄한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세계의 다양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고, 교류하며, 포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한류와 대중문화 특별전 풍경
한류와 대중문화 특별전 풍경
한류와 대중문화 특별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