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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어떤 재테크가
유행일까?

재테크란 ‘돈 버는 기술’을 뜻하는 것으로 21세기 들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지난 50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우리나라는 재테크를 통해 누구나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집단적으로 표출됐다. 과거에는 그저 저축이 전부였고 그렇게 모은 자본으로 내 집을 마련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인터넷이란 혁명적 도구가 등장한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의 재테크 아이템들이 쏟아졌다.
전통적인 재테크인 부동산, 주식 이외에도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재테크는 과연 어느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테크를 해야 할까?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겸 재테크 분야 작가,
한국머니트레이닝랩 대표

급격하게 낮아진 경제성장률과 경제 위기,
재테크 부작용 속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에 10%, 1990년대만 해도 8% 이상이었다. 그만큼 실물자산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강남 개발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부동산 투기라는 부작용을 낳을 정도로 내 집 마련이 곧 최고의 재테크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청약통장 하나쯤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1998년 IMF 금융위기와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더해졌다. 2010년대 들어서는 경제성장률도 급격하게 낮아져 이제는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5년간의 경제성장률 평균은 고작 2.16%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시장에 풀리면서 자산가격에는 거품이 생기고 또 그것이 꺼지는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위기가 닥쳤다. 그 때문에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엄청나게 큰 변동성을 갖게 됐다. 그렇다 보니 이제 재테크는 그 변동성을 이용해 사람들의 투기 성향을 키우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무대가 될 성향이 짙어졌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최근 5년)

  • 출처: 통계청

새로운 재테크 영역이 된 소셜 네트워크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시장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주식과 부동산이 대표적인 재테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거래시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주식에는 발행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이 있으며 부동산에도 분양이란 주택시장이 있는데 주식거래소는 결국 주식을 언제든지 돈으로 바꿀 수 있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즉 시장은 모든 실물에 돈이란 가치를 불어넣는 마법 같은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공급된 유동성(liquidity)이 재테크를 가능하게 했다. 재테크를 하는 데 필수요소인 시장이 형성되려면 수요자와 공급자, 그들이 만날 수 있는 일정한 장소가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 소수라도 모을 수 있다면 재테크의 영역은 무한히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을 모아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 식물로 하는 재테크 열기 ©연합뉴스

이제 소수만 모이면 재테크의 영역은 확대될 수 있다. 최근에 활성화된 중고거래, 리세일 시장, 물물교환 등이 그것이다. 시장이란 개념이 인터넷으로 확대되면서 자산이 아닌 소비재조차 리세일 가치가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물건도 자산시장처럼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명품 재테크다. 명품 브랜드는 과거 제품 중 희귀한 경우에는 오히려 가격이 더 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 특정 명품 브랜드를 활용하는 샤테크(cha-tech)는 요즘 MZ세대에게 힙한 재테크 중 하나이며,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를 활용한 ‘롤테크’ 역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 지 오래됐다. 아울러 꼭 명품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운동화를 이용하는 슈테크까지 등장하고 있다.

취미와 재테크를 결합하는 형태도 늘고 있다. 조립형 장난감을 기반으로 하는 레고 재테크가 대표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한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 치부될 수 있으나, 다른 누구에게는 고수익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희소성 장난감 아이템이 소수 사람들의 관심을 잘 모으면 시장이 형성되고, 그 시장에서 장난감은 뛰어난 재테크 아이템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스타워즈 UCS 밀레니엄 팔콘(10179)’ 모델은 미국에서 3,500달러 이상을 호가한 적이 있고, 국내에서도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 한국거래소 홍보관 풍경 ©연합뉴스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실물화폐인 동전을 이용한 재테크도 있다. 특정 연도에 발행된 동전이 희소성을 띤 경우, 가격이 매년 10퍼센트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아 은행 금리보다 3배의 수익률을 올리는 아이템으로 주목받는다. 실제 1972년 50원짜리 동전은 적게는 100배에서 많게는 3,000배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또한 유명한 미술작품을 통해 돈을 버는 아트테크도 부유층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큰 인기를 끈다. 개인이 갤러리와 작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미술품을 대여하거나 임대해 나온 수익을 나누는 투자 방식은 적은 자본으로도 가능해 특히 인기다. 그 밖에 개인투자자들이 특정 음원에 공동으로 투자한 후 소유권을 나눠 가지는 뮤직테크도 일정한 저작권료를 정산받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역시 개인투자자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이 밖에도 취미와 관심 분야에 따라 식물 재테크, 와인 재테크, 중고서적 재테크, 피규어 재테크 등 최근 재테크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2023년 재테크,
당분간은 안정형 자산에 집중해야

초저성장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경제로 진입하면서 이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초저성장 사회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적인 자산 가격의 상승이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안정성 높은 자산이 점점 더 비싸지는 특징이 발생하는데 잦은 경제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금, 달러, 아파트의 가격 폭등이 이런 현상의 일종이다.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자산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영웅담을 들어본 경험이 있겠지만 사실 자본이 많은 사람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큰 자산이 있고 그만큼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다. 기대수익률이 낮다는 말은 수익률에 비해 투자가 비탄력적이란 뜻으로 쉽게 말해 자기 먹고살 돈은 따로 있고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생활자금, 독립자금, 결혼자금, 주택자금을 가지고 투자해야하는 서민들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려면 반드시 투자 성과가 일정 수준 이상 나와야 한다. 이런 투자는 수익률에 비해 투자성향이 탄력적이며 기대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어서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투자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아울러 과거처럼 재테크 한번 잘해서 노후가 달라지고 경제 상황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즉 미래의 경제적인 안정이란 나의 일이 성장하고, 직장에서의 내 입지가 단단해지고, 건강하게 일을 오래 하는 데서 승부가 나는 것이지, 더는 재테크만으로 성공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고물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소득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23년 한 해는 최근 불거진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의 불안감으로 인해, 당분간은 위험자산보다는 예·적금 위주의 안정형 자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글의 내용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