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개인, 가계를 넘어
국가 경제에 기여한

자산 축적의 역사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

오늘날 개개인이 자신의 돈을 은행에 예금하고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며 자산을 축적하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만 거슬러 올라가도 자산을 축적하는 목적이나 방식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 당연한 것이 그때는 당연하지 않았다. 우리 현대사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목돈을 꿈꾸고 실행했을까?
이번 특별전은 목돈 마련의 꿈을 이루고자 애쓴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 궤적을 따라가며 우리 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경제 성장을 이뤄왔는지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함영훈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3월 3일부터 문을 연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는 기존 설명식 패널 전시와는 달리, 목돈 마련 관련 질문과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기획된 특별전이다. 전시방식을 대화형 패널로 구성해 관람객들이 재테크의 현대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도록 꾸몄다.

그렇기에 재테크에 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전시를 감상하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전시는 금융기관이 탄생하기 전의 재테크 방식부터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상품, 고수익-고위험 상품의 순서로 우리 현대사 속 재테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현대사 속 다양한 투자 방식별 체험 프로그램과 영상을 통해 건전한 투자와 경제 지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했다.

  • 특별전 풍경 ©연합뉴스

다양한 전시자료와 체험으로 만나는
재테크의 현대사

“얼마면 돼?”
전시는 이러한 질문으로 첫 문을 연다. 목돈에 대한 규모나 개념, 목돈을 만들어가는 방법 등이 각자 다르기에 저마다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처음 질문을 도발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전시장에는 시사 네 컷 만화 <헹가래>로 유명한 유환석 화백이 그린 ‘한국인들의 목돈 마련 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이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형식의 영상 콘텐츠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목돈이 가진 의미와 전시 주요 자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 소액채권 포스터(1970년대) ©한국거래소
  • 전라북도 후생복표(1947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아사히 금고(일제강점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농어촌 1조 저축 저금통(1970년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1회 복금부 건국기념예금증서(194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구책 재테크- 어딘가에 묻힌 내 돈’ 코너에서는 근대 금융기관 도입 이전 사람들의 목돈 마련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육중한 금고나 쌀을 아껴 담는 절미통 등의 전시자료를 통해 자산관리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은행 이용이 쉽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이 목돈 마련을 위해 이용했던 우리 전통의 계(契) 관련 사건·사고 자료도 전시했다.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코너에서는 해방 이후부터 발매된 다양한 복권들과 과거 복권 추첨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복권이 가진 공익적인 목적은 물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복권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코너다.

‘아끼면 정말 잘 살 수 있나요?’ 코너에서는 저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8·15 광복과 6·25 전쟁의 격변 속에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경제 개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저축에 힘써왔다. 국가 경제를 살리고자 저축에 매진했던 당시 이야기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복권과 저축을 결합한 형태의 복운 예금은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 상품이었다. 이러한 전시자료들을 통해 당시 어린이와 학생, 그리고 사회 각 계층이 얼마나 절약하며 목돈 마련을 위해 노력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교육비 마련과 노후 보장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가입했던 저축성 보험 상품들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시대별 금리를 통해 목돈 마련 시나리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나의 저축 일지’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부동산을 주제로 한 재테크의 역사도 소개한다. ‘내 집 마련, 언제면 가능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코너에서는 단순히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 안정의 수단으로서 부동산을 거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의 독특한 주택제도인 전세와 아파트 거주의 역사, 아파트를 얻기 위해 정관수술을 했던 에피소드 등과도 만날 수 있다. ‘금 모으기 운동 이야기’ 코너에서는 금까지 제공하며 국가를 살린 당시 사람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 휴대용 무선증권 단말기(2000년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잠실 장미아파트 분양지(1978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명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목돈 마련의 꿈

주식을 중심으로 한 투자 이야기 코너도 마련돼 있는데, 개인투자자가 1,300만 명이 넘어선 요즘 시대에 크게 와닿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개소 이후부터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요즘과는 달랐던 거래 도구의 변천사를 관람할 수 있고, 경제 개발을 위해 국민에게 투자를 권하고 소액 채권으로 경조사비를 내도록 권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투자가 단순한 목돈 마련의 수단이 아닌 국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의 주식투자게임인 ‘트레이딩 플로어’를 통해 주가 형성 과정과 투자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관람객이 10억을 가지고 자산 투자 게임을 하는 체험 등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목돈의 의미와 꿈을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목돈 마련’이라는 꿈은 문명이 지속되는 한,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개인과 가계를 넘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했던 자산축적의 역사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가 지혜로운 경제생활을 위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증권 관련 전시자료를 살펴보는 관람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