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무선호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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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와 IT 기술에

‘진심’인 나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관 3부에는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과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새삼 한국사회의 빠른 발전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네트워크와 IT 기술의 발전에 가장 ‘진심인’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
글 콜린 마샬(Colin Marshall) 수필가, 팟캐스트 <콜린의 한국> 진행 /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인터넷으로 접한 한국 문화

1984년에 태어난 나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에 속한다. 이 세대는 10대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자랐기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정보기술에 능통한 동시에 어린 시절 겪은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세계’ 또한 잘 기억한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시작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무척 생소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메타버스 등 최첨단의 즐길 거리가 넘치는 요즘과 비교하면 단순했지만, ‘인터넷’이라는 신세계는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 발신 전용 휴대폰(시티폰)으로

    광명텔레콤에서 1997년 출시했다.
  • 1998년 출시돼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모토로라 휴대폰 StarTAC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쉽게 알기 어렵던 해외 문화를 검색만으로도 접할 수 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은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운 국가 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손쉽게 한국 문화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음악 역시 찬가지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냅스터(Napster)’라는 음원 공유 프로그램으로 음원을 내려받았는데, 한국 문화를 찾으며 알게 된 걸 그룹 베이비복스의 노래도 몇 곡 있었다. 노랫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베이비복스의 이국적인 음악이 좋아서 한동안 통학하는 길에 자주 들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초기 휴대폰은 크고 무거워 한국에서는 ‘벽돌’이라 불렸다는데, 미국에서도 ‘브릭(brick)’이라 불렸다.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가격이 비쌌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 이후 휴대폰 가격이 저렴해지고 보편화되기 전까지 한국 사람들은 무선호출기 ‘삐삐’를 즐겨 사용했다. 이는 의사 같은 일부 전문직만 사용했던 미국과는 다른 한국 문화의 특성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한국에서 ‘짧은 전성기’를 누렸던 삐삐는 외부에서 연락할 방법이 공중전화밖에 없고, 휴대폰은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던 당시 사람들에게 제격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삐삐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했다. 휴대폰보다는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1997년에는 사용자가 2,000만 명에 달했다. 특히 당시 한국 젊은 층 사이에는 삐삐 숫자 암호 관련 문화가 유행이었다 한다. 예를 들어 8282는 ‘빨리빨리’, 486은 ‘사랑해’ 같은 식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 2004년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휴대폰
  • 2007년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액정 및 자판에 압력을 가해

    사용하는 초기 스마트폰의 모습을 띤다.

그 어디보다 뜨겁고 빠른 한국의 스마트폰 문화

고등학교 3학년 크리스마스 때 노키아 휴대폰을 선물로 받았다. 생애 최초의 휴대폰이었다. 반에는 휴대폰을 가진 친구가 거의 없었고, 설령 가지고 있더라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줄 몰랐다. 당시 미국 친구들은 휴대폰으로 소통한다는 생각 자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삼성 휴대폰을 구입했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인터넷 접속 기능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이후 몇 년이 흘렀어도 계속 그 삼성 휴대폰을 사용했다. 휴대폰 교체 주기가 빠른 한국인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10년 전에야 스마트폰을 샀고, 캘리포니아주에 계시는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신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에 미루고 미루었지만, 이제 미국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한 시대가 됐다고 한다. 어린아이와 할머니 등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는 한국이라면 아마 10년 전에도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1993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미래는 이미 이 세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

첨단 기술로 위세를 떨치던 당시 일본을 염두에 두고 꺼낸 말이겠지만 21세기 현재 한국 사회에도 통용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화를 감상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공공 와이파이를 통해 손쉽게 신호를 잡을 뿐 아니라 속도가 아주 빨랐기 때문이다.

물론 첨단 기술의 발생지라고 불릴 수 있는 미국에는 애플과 구글처럼 중요한 IT 기업이 있다. 지금의 스마트폰 문화도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아이폰에서 시작됐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물리적인 버튼이 아닌 화면을 터치하며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또한 수많은 앱이 등장하며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 전화기가 아닌 만능 도구가 됐다.

하지만 역사관에 전시된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과 휴대폰 및 스마트폰의 변천사’를 관람하고 나니, 이러한 네트워크와 IT 기술을 발전시키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결국 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네트워크 사회로 진입했다. 생활문화가 급격하게 변했고, 사람들 또한 그 호흡에 맞춰서 빠르게 적응 해갔다. 새로운 IT 기술이 등장하면 그 어디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뜨겁게 진심으로 반응해왔다.

7년 전 한국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종류의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미국을 방문해보니 그곳에서도 이제 음식 배달 앱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다음에 미국을 방문할 때는 스마트폰을 빠른 속도로 즐기는 미국 지하철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까?

한양대학교 박물관은 1979년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개관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핵심기관이자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실은 기획전시실과 고고역사실, 도자·서화·생활민속실 등의 상설전시로 구분된다.

현재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1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박물관협력망사업으로 진행된 <감각의 확장, 전자시대 PHASE 01>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이만영 박사의 ‘아날로그 전자계산기 3호기’(1964년 제작)와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 등을 중심으로 전자·통신의 발달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타자기, LP, 흑백텔레비전, 카세트테이프 등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제558호)로 지정된 아날로그 전자계산기 3호기
소니 베타막스 비디오카세트 레코더
아마나 전자레인지 킴
애플 매킨토시 클래식 컴퓨터 세트

5층에 자리 잡은 고고역사실은 인류가 탄생한 구석기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불의 발견과 도구의 발명으로 원초적인 문화생활을 영위했던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청동기 시대의 간돌칼, 원삼국 시대의 대형광구장경호와 멍석무늬짧은목항아리, 삼국 시대의 목간과 철제마, 고려 및 조선 시대의 백자와 청자 유물 등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유물들과 만날 수 있다. 4층에 있는 도자·서화·생활민속실에서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도자, 김홍도의 <경직풍속도>, 장승업의 <쌍압유희도> 등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풍경을 담아낸 서화,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바느질 도구와 국수틀 같은 다양한 생활도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고고학연구실을 운영하며 1983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유물을 발굴·조사하고,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한양뮤지엄아카데미와 문화유적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마감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주소

(04763)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222번지

휴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문의

02-2220-1394~6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