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8층 옥상정원에서 윤용일 기획운영과 청원경찰
역사공감 초대석

역사의 한복판을
관통한
그의 10년

윤용일 기획운영과 청원경찰

우리 현대사에서 광화문은 역사적인 사건과 사람들이 오간 의미 깊은 공간이다.
영화에 비유한다면 작품의 핵심 주제를 잘 보여주는 세트장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들은 어떤 존재일까.
박물관 관람객의 안전을 지키는 ‘명품 조연’은 아닐까. 두 번째 초대석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함께 호흡하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퇴직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신스틸러(scene stealer), 청원경찰 윤용일 씨를 만났다.
사진 김성재 싸우나스튜디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청원경찰

개관 때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계셨다죠.

윤용일 |본래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근무했고요, 그 청사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들어선 후에도 계속 함께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지난 10년을 함께하신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개관 초기와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진 것 같나요?

윤 |개관 초기에는 전시공간이 약간 협소하다고 느꼈는데 증축을 통해 점차 넓어졌어요. 기획전시실이나 상설전시실 등이 변화하면서 초기보다 많이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관 초기에는 3층에 전시실이 없었어요. 광장처럼 뚫려 있는 공간이어서, 청원경찰들이 인접한 미국 대사관 쪽을 주시하며 3층에서 경계근무를 서기도 했어요. 박물관에서 월담해 미국 대사관으로 건너가려는 거동 수상자들이 간혹 있었거든요.

박물관에서 청원경찰분들은 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윤 |박물관 시설 및 인원의 안전을 위해 청사 방호와 순찰, 경비, 관람객 안내 및 질서 유지 업무 등을 맡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청원경찰실과 8층 옥상정원, 박물관 주차장의 초소에서 관람객 등 외부 방문객 안내와 박물관 외부 상황을 주시해요. 타 관람객의 안전과 관람 질서에 방해되는 언행을 하는 거동 수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출동해 제압하고 경찰에게 인계합니다.

거동 수상자란 대체로 어떤 분들인가요?

윤 |아주 가끔은 전단지를 살포하려는 분들도, 위험한 무기를 소지하고 전시실을 돌아다니는 분들도 계세요. 아까 말씀드렸듯 미국 대사관과 인접해 있다 보니 월담해서 대사관에 진입하려는 분들도 간혹 계시고요.

기억에 남는 관람객들도 많겠죠?

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단체에서 방문한 적 있습니다. 옥상정원에서 광화문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변천사를 설명해드렸더니 흡족해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옥상정원이 근무지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우리를 보고 질문을 많이 하세요. 저는 특히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광화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그래서 인왕산이나 기타 기관 및 건물에 대해 질문하시면 성실하게 답변하죠. 동료 청원경찰 중 한 명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던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더군요. 금메달을 여러 차례 획득한 강팀이었는데, 박물관을 찾아 옥상정원에서 함께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옥상정원에서 내려다보는 광화문 풍경은 정말 일품이더군요.

윤 |저 역시 옥상정원을 꼭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경복궁과 인왕산, 청와대, 북악산, 북한산 자락까지 펼쳐진 진경을 한눈에 보기란 쉽지 않거든요.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던 때를 잊을 수 없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죠.
연령대에 따라 관람 태도에 차이가 있나요?

윤 |옥상정원에 한정해서 말씀드리자면, 연배가 있는 어르신들이 특히 질문을 많이 하세요. 그만큼 본인들의 이야깃거리가 많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광화문 앞에 중앙청이 있었고 뭐가 있었고 하는 식으로 광화문 변천사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무척 즐거워요. 결국 광화문에는 사람들의 역사가 쌓이고 있는 셈이죠.

근무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윤 |2010년대부터 많은 인파가 광화문에 모여 다양한 목적의 집회를 했잖아요. 수십만 인파가 모였던 촛불집회를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이를 취재하려고 수백 명의 취재진이 옥상정원으로 몰렸어요. 일반 시민까지 모여드는 바람에 통제하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대통령 개표 방송을 옥상정원에서 진행한 적도 있고요.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셈이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요.

올해 12월 말까지 근무하고 퇴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일반 관람객이 될 텐데, 박물관에서 어떤 전시를 보고 싶으세요?.

윤 |역사는 이 순간에도 계속 흐르고 있잖아요. 그 흐름에 맞춰 최근의 사건들을 다루는 특별전시가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동료 청원경찰 중 한 명은 올림픽 참가 변천사를 전시로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올림픽에 참가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1988년(하계)과 2018년(동계)에는 직접 개최하기도 했잖아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직 청원경찰은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더군요.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절과 봉사 마인드예요. 권위의식이나 우월감을 가지지 않고, 관람객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는다면 충분히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바라는 점이나 당부 사항이 있으신가요?

윤 |우리 박물관은 지리적 조건이 좋고 많은 관람객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현대사 박물관입니다. 혼자 와도 좋고 가족 단위로 찾아서 역사를 직접 보고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이 앞으로도 관람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