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전시 주제관Ⅱ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22년 3월부터 상설전시 주제관Ⅱ에서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을 새롭게 선보인다.
주제관Ⅱ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관람하는 실감형 영상전시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무엇을 열망했는가’, ‘우리는 어떻게 열망했는가’, ‘우리는 왜 열망했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소비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광고의 이야기를 탐색한다.
글 오경운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광고는 대중의 소비문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광고가 우리의 일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일상이 광고를 반영하기도 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은 이렇듯 관람객에게 친숙한 광고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경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에 쓰인 ‘고백(告白)’이라는 단어는 1886년 『한성주보』에 서양 회사가 우리 땅에 입점해 수입품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대신해 쓰인 말로, 이른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광고로 알려져 있다. 고백의 정의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함’임을 생각한다면, 광고는 곧 세상을 향한 숨김없는 고백이나 다름이 없었다.
주제관은 역사관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근현대사 주제를 선정해 깊이 들여다보는 전시실로, 상설전시실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이 열리는 주제관Ⅱ는 실감형 영상 전시실로 특화해 실재와 가상을 넘나드는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근현대사 속의 광고를 다른 관람객과 공유하며, 각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주제관Ⅱ의 문(슬라이딩 도어)을 열면 70여 평에 이르는 4면 파노라마 스크린과 미디어 큐브가 관람객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광고합니다”, “그래, 이 맛이야!”, “참, 곱기도 합니다”, “기적인가, 기술인가” 등 4종의 영상을 순차 상영한다. 1부 “광고합니다”는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의 시작을 알리는 콘텐츠로, 가상의 주인공과 함께 각 시대의 대표적인 광고를 살펴볼 수 있다. 개화기에서 출발해 1990년대 후반까지, 우리가 소비했던 것은 무엇인지 따라가 본다. 광고 문구와 일러스트를 3D로 구현했고, 가상의 주인공에는 특수 효과를 통해 실제 배우의 모습을 입혔다. 덕분에 관람객은 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
2부 “그래, 이 맛이야!”에서는 식품 광고를 소재로 한 한국 근현대사의 식생활을 소개한다. 다섯 가지 시대로 구분해 외래 식품의 유입, 혼분식 장려, 외식 생활 등 근현대사 속 식품 광고의 홍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3부 “참, 곱기도 합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화장품 광고를 시작으로 한국의 근현대사의 패션광고를 다룬다. 의복, 화장품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인물상을 통해 각 시대에 유행한 미의 가치와 의미를 살펴본다. 4부 “기적인가, 기술인가”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놓은 전자제품 광고를 소재로 한 일종의 가상세계를 구현한다. 기술의 발전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해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실과 디지털 세상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는 요즘, 관람객은 스마트 기기로 박물관 전시를 감상할 뿐 아니라 그 경험을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공유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한국 근현대사의 이야기가 관람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주제관Ⅱ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내용은 깊지만, 문턱은 낮췄다.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