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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에서 공공역사는 어떻게 실천되고 있나 <근현대사박물관과 공공역사> 학술대회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 사회’ 또는 ‘인택트(Intact) 사회’라는 신조어가 각광받을 만큼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학술대회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9월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오프라인으로 <근현대사박물관과 공공역사>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공공역사(public history)를 실현하는 대표적 기관인 근현대사박물관에 주목하고 공공역사 관점에서 박물관 역할과 과제를 재검토함으로써,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의 새로운 전망과 진로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글 / 조사연구과 김선미 학예연구사

공공역사 관점에서 역사박물관의 새로운 전망과 진로 모색

공공역사(public history)는 연구실 밖 다양한 분야의 역사 재현과 서술, 활용을 일컫는 개념으로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다. 물론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공공역사 실천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학계에서는 공공역사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공역사의 대표적인 현장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 <공공역사 대토론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이래 올해부터는 격월로 공공역사포럼을 진행하며 공공역사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근현대사박물관과 공공역사> 학술대회(이하 학술대회) 역시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공공역사에 대한 이론과 실천을 함께 논의해보고자 기획됐다. 당초 9월 3~4일 양일간 세계적인 공공역사 이론가들과 실천가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각 나라별 공공역사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살펴보는 국제학술대회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소 및 연기되면서 국내학술대회로 변경해 개최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온라인 회의 사전 신청자만 233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두 개 세션과 종합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공공역사와 역사박물관이라는 주제 아래 ‘근현대사박물관 건립 붐과 현황 분석’, ‘현대사박물관의 쟁점들’ 등의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두 번째 세션은 역사박물관에서 공공역사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살펴본 시간으로 현재 건립 추진 중인 민주인권기념관과 여성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 개편 과정 등 세 가지 사례를 알아보았다. 종합토론에서는 공공역사 관점에서 역사박물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집중 토론을 통해 새로운 전망과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도 공공역사에 대한 논의가 더욱 진전되고, 역사박물관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와 공공의 바람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길 기대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장시간 이어진 논의

첫 번째 세션에서 ‘근현대사박물관 건립 붐과 현황 분석’을 발표한 정병욱 고려대 교수는 근현대사박물관 366개 관을 조사 분석한 끝에 건립 붐은 탈냉전, 민주화에 따른 과거사 재인식과 기억 갈등의 소산이라 밝혔다. ‘현대사박물관의 쟁점들’을 발표한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역사박물관이 기억 문화와 역사 문화의 장이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역사 재현과 서술, 기억 전승의 준칙과 방법,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말하고 역사박물관의 전문성과 소통능력 고양이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공공역사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한 세 가지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정근식 서울대 교수는 발표를 통해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은 한국의 민주화 이행기 정의 프로젝트의 결실이자 아래부터 이어진 민주화운동기념관 만들기 운동의 결실이라고 말하며, 조성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과 과제 등을 이야기했다. 윤택림 한국구술사연구소 소장은 ‘여성사박물관과 공공역사’를 주제로 기존 박물관의 몰(沒)젠더성1)을 비판하면서, 젠더인지적인 여성사박물관의 건립 방향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지원 대림대 교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 개편 사례’를 발표하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만들기를 넘어서 공공역사의 현장이 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을 이야기했다. 토론자로는 신주백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 전진성 부산교육대 교수, 최호근 고려대 교수, 기계형 서울대 교수, 이용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 과장 등이 참여했으며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종합토론에서는 허영란 울산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각 발표자와 함께 김육훈 서울공업고등학교 역사 교사, 김재원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연구자가 토론자로 나서 ‘공공역사 관점에서 본 역사박물관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일반 참가자들도 온라인을 통해 9시간 넘게 장시간 접속해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궁금증과 질문을 쏟아내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도 공공역사에 대한 논의가 더욱 진전되고, 역사박물관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와 공공의 바람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