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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망을 거두는 시간 6·25전쟁 70주년 특별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6·25전쟁 70주년 특별전 <녹슨 철망을 거두고>를 통해 전쟁을 경험한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소복이 쌓여 있던 사연들을 풀어낸다. 전쟁 피해자에게는 자그마한 위로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평화의 메시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녹슨 철망 앞에 섰다. 글 / 전시운영과 유정환 학예연구사

6·25전쟁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녹슨 철망을 거두고>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번 특별전 핵심은 ‘6·25전쟁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를 표현했다는 데 있다. 전투 중심의 6·25전쟁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과 이후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6·25전쟁을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전쟁은 총을 들고 싸운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쟁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뒤틀어놓았고 가슴에는 어떤 수많은 녹슨 철망을 남겨놓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했다.
이번 특별전은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구술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앓던 이를 빼니 시원하다며 시내를 돌아다니다 전쟁 발발 소식을 접하는 사연, 생생한 피난 경험담, 전쟁 중에도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사랑 이야기,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이북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철책선과 가까운 파주 문산에 살고 있다며 눈물짓는 어느 이산가족의 사연 등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연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이번 특별전은 총 5부로 나뉘어 있다. 해방 직후 38선이 그어지고 점차 남북으로 사람들이 나뉘는 이야기(1부 짙어지는 38선), 전쟁을 맞닥뜨리고 피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2부 1950년 6월, 전쟁과 흩어지는 가족), 옛이야기 ‘지줄대던’ 마을에서 일어난 학살의 비극(3부 마을로 간 전쟁), 전쟁 중에도 일상을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4부 그래도 살아간다는 것),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70년 동안 가슴속에 남아있는 상처(5부 남겨진 사람들)를 일기, 구술영상, 당시 신분증, 피난 관련 물건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1부에 앞서 만나는 프롤로그에서는 현재부터 해방 직후까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영상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듯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1부에서는 아무것도 없던 땅에 갑자기 말뚝이 박히고 선이 그어지면서 점차 분단으로 치닫는 상황을 표현했다. 남과 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어느 한쪽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에서는 특별할 것 없던 1950년 6월의 스물다섯번째 날, 갑자기 찾아온 기나긴 전쟁 때문에 피난했던 사람들의 사연이 실려 있다. 미처 피난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과 김성환 화백의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3부에서는 마을 공동체가 경험했던 전쟁과 비극적인 학살을 각종 자료와 애니메이션으로 접할 수 있다. 전쟁 기간 둘로 나뉘어 서로에 대해 학살과 보복을 반복했던 마을은 더 이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던 곳이 아니었다. 4부는 전쟁 중에도 지속되었던 일상의 힘을 보여준다. 새로운 정착지를 개척하며 다시금 일상을 만들어가고자 했던 사람들, 전쟁 중에도 먹고 자고 쓰고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자료로 펼쳐진다. 5부는 전쟁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 남편을 잃은 여성 가장, 부모를 잃은 고아, 가족을 떠나보낸 납북자 가족,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 등 전쟁과도 같았던 70년 동안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보고 들으며 느낄 수 있다. 대미를 장식하는 ‘에필로그’에 다다르면 프로젝터 영상으로 표현된 녹슨 철망과 만날 수 있다. 관람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각자의 사연을 적어 철망에 묶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치 지난 시간 동안의 고난과 아픔을 거두듯 평범한 사람들의 수 많은 사연이 그 녹슨 철망을 거둘 것이다. 김민기가 노래했듯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 김민기의 노래 <철망 앞에서> 부분
가슴속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은 기억이라고 한다. 이번 특별전이 전쟁을 경험했던 분들 가슴속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가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특별전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누리집 온라인 전시관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