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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온 가족이 둘러앉은 둥근 식탁처럼 - 3층 공간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의 시 「그날」 부분) 한 시인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은 곪아가는 시대, 그리고 그 비애에 무관심한 세상이 병들어 있노라 썼다. 역사 속에서 위인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신음은 줄이거나 삭제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은 역사 속 이런 숨은 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올리는 공간이다. 지금 여기, 온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는 둥근 식탁이 있다. 이 식탁 위에 차려진 삶과 사람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소리 내어 부른다.

뜨겁고 깊고 진한 아픔 6·25전쟁 70주년 특별전 <녹슨 철망을 거두고>

3층 기획전시실 맞은편에 자리 잡은 주제관에서는 올해 말까지 계속되는 6·25전쟁 70주년 특별전 <녹슨 철망을 거두고>가 열리고 있다. 이 특별전은 중국, 러시아(구 소련), UN 연합군까지 가세한 거대 서사가 아니라 전쟁을 견뎌내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에 집중한다. 5부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38선이 그어지고 갑자기 시작된 전쟁을 맞이한 사람들의 공포와 당혹감, 서러움과 비애, 삶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국민증, 피난일기, 군복, 지폐 등 다양한 전시자료들은 찾아온 관람객에게 ‘어떤’ 말을 건넨다. 뜨겁고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전이다.

화염병과 함께한 매운 맛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3층 기획전시실에서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1980년 그해 오월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특별전이다. 1980년 5월 15일 민족민주화대성회가 개최된 이래 5·18민주화운동의 치열한 현장,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까지 훑어내는 이번 특별전에는 대한민국의 1980년대를 점령했던 매운 맛이 담겨 있다.

책으로 만나는 역사, 따뜻한 이야기들 박물관 역사책방

7월 25일부터 3층 다목적홀에서 문을 연 ‘박물관 역사책방’(이하 역사책방)은 이름처럼 역사책이 중심이 되는 책방이지만 체험활동과 책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함께하는 공간이다. 책은 물론 저자와의 대화, 음악 등 다양한 요소를 더해 역사 속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책방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주제에 따라 책들이 분류된 전시 공간이 있다. 역사책방을 찾은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책을 골라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편히 책을 읽는다. 역사를 매개로 한 체험활동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주요 선언문을 원고지에 적어보는 ‘역사 필사’, 자판기를 누르듯 선언문을 인쇄해볼 수 있는 ‘역사자판기’ 등의 체험활동은 역사를 생생하게 즐기며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행사 프로그램으로는 책 콘서트와 책 이야기가 있다. 책 콘서트는 지난 7월 25일 백영란 역사책방 대표의 사회로 그림책 『나의 사직동』(한성옥·김서정 저, 보림, 2003) 관련 행사가 열렸고 책 이야기의 경우 8월 6일에 5·18민주화운동을 군대 자료 등을 중심으로 면밀하게 분석한 『그들의 5·18』(노영기 저, 푸른역사, 2020), 8월 13일에는 6·25전쟁을 전염병과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다룬 책 『전염병 전쟁』(이임하 저, 철수와영희, 2020) 관련 행사가 열렸다.
역사책방에서 진행하는 행사 모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연 특별전과 관련이 깊다. 두 행사에 참여해 저자와 이야기 나눈 후, 3층 전시실에 마련된 <녹슨 철망을 거두고>와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을 관람한다면 역사뿐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를 체험하고 간직하는 달콤한 공간 역사관 에필로그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라는 주제 아래 기획된 이 공간은 역사관 유물들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다양한 생각을 담아내는 특별한 공간이다. 역사관 전시유물로 나만의 달력을 만드는 ‘일력 만들기’, 그 일력을 큰 화면으로 감상하며 다른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의 벽’, 관람객들이 만든 일력을 출력해 소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갤러리’로 구성돼 있다. 체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장까지 할 수 있으니 관람객에게는 더없이 달콤한 공간인 셈이다.

역사서는 국가나 큰 공을 세운 위인 위주로 기록되어 후대에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 거대 서사 안에 빼곡하게 자리 잡으며 살아간 보통 사람들 덕분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은 이렇듯 6·25전쟁에서, 5·18민주화운동에서, 그 밖에 다양한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과 삶을 소환해낸다. 온 가족이 둘러앉은 둥근 식탁처럼 따뜻하고 달콤한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