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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와 아메리칸 파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한미 양국

한미동맹은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협업뿐 아니라 문화교류를 통해서도 공고해지고 있다. 그중 주요 메뉴는 대중음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백악관을 찾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앞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이들의 대표곡 ‘버터’를 재생했고, 올해 4월엔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지 포크 록의 고전인 미국 포크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음악이 두 나라의 조화로운 화음(和音)을 상징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장면들이다. 이재훈 『뉴시스』 기자 /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5층 역사관에 전시된 1990년대 이후 한류 관련 전시자료

김시스터즈부터 뉴진스까지

한미 대중음악 교류의 시작은 1953년 7월 정전협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게 되자, 이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했다. ‘미8군 쇼’로 불리는 대중음악 공연은 주한미군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여기에 참여한 한국 음악가들은 차츰 스탠더드 재즈, 스윙 재즈, 로큰롤 등 미국 인기 대중음악 문법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미8군 무대에서 주목받은 3인조 걸그룹 김시스터즈가 195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진출했다. 1960년대 미국 인기 쇼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에 수차례 출연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지만 본인들의 히트곡이 없어 차트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건 40년이 지나서다. 특히 빌보드와 한국 대중음악이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1년. 김범수가 히트곡 ‘하루’를 영어로 리메이크한 버전 ‘헬로 굿바이 헬로’로 부문별 차트인 ‘핫 싱글스 세일스’에 51위로 처음 진입했다. 빌보드차트에 제대로 분기점이 생긴 건 2009년이다.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과 싱글차트 ‘핫100’에 한국 가수가 처음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의 별’로 통하는 보아는 그해 3월 미국 현지 정규 1집 <보아>로 빌보드 200에 127위로 진입했다. 같은 해 10월 그룹 원더걸스는 ‘노바디’로 핫100에 76위로 처음 진입했다.

그러다 2012년 전 국민이 열광한 그 일이 터졌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핫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의 결과였다. 이후 역시 유튜브와 함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힘을 업고 방탄소년단이 등장하면서 미국 내 K팝의 역사는 다시 쓰인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미니 4집 <화양연화 pt.2>로 빌보드200에 171위로 처음 진입한 뒤 해당 차트에서 여섯개 앨범을 각각 정상에 올렸다. 미국 대중음악 풀뿌리 인기를 반영하는 차트 핫100에서는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멤버 지민의 솔로곡 ‘라이크 크레이지’까지 총 일곱 곡이 1위(2023년 6월 기준)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기폭제가 되면서 빌보드 차트는 K팝에 문을 활짝 열었다. 2023년 6월 기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K팝 팀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슈퍼엠·스트레이키즈(세 번 1위)·블랙핑크·투모로우바이투게더까지 총 다섯 개 팀이다. 핫100 1위에 오른 K팝은 방탄소년단이 유일하지만, 뉴진스처럼 따로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도 핫100에 진입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특히 ‘큐피드’란 곡으로 영미권 싱글차트에 깜짝 균열을 낸 피프티 피프티처럼 K팝 중소기획사도 핫100에 진입하는 일이 생겼다.

  • 한류의 시초라 불리는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앨범과
    미국 언론의 소개 기사

K팝과 미국 현지 레이블의 합작

K팝의 위력에 미국 대형 음반사들도 적극 손을 내밀었다. 방탄소년단이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실어준 곳이 메이저 음반사인 소니뮤직 산하 컬럼비아 레코드였다. 동시에 방탄소년단 소속사이자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는 현지 연예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뒤 K팝 기획사를 넘어 미국 대중음악 시장 주류 진입을 꿈꾸고 있다. 올해 초 하이브는 미국 유력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북미 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라틴 팝 레이블 인수도 추진 중이다.

현재 한미 대중음악의 교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K팝 대형 기획사와 현지 유력 레이블이 합작해서 선보일 걸그룹들이다. 미국 스타디움에 입성한 스트레이키즈·트와이스를 앞세워 미국 대형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전략적 협업을 맺고 있는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는 미국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A2K’를 통해 이 회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A2K는 지난해 미국 주요 5개 도시에서 글로벌 걸그룹 데뷔 후보생을 찾는 오디션을 개최하며 출항을 시작했다. 선발된 후보생들이 JYP 본사에서 박진영 JYP 창의성총괄책임자(COO)를 비롯한 K팝 기획자, 안무가, 프로듀서들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하이브 역시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 함께 걸그룹을 준비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컬럼비아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대형 기획사와 현지 유력 레이블 간 협업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뉴욕한국문화원과 링컨센터 주축으로 퍼포먼스 위주의 K팝과 결이 다른 한국 인디 음악들도 현지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올해 7월 링컨센터가 주최하는 한국 문화예술 특집 페스티벌 ‘코리안 아츠 위크’에는 펑크 록 밴드 크라잉넛과 서프록 밴드 세이수미, 싱어송라이터 백예린이 뉴욕에서 공연한다.

  • 역사관에 배치된 터치스크린형 키오스크를 통해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K팝의 뮤직비디오와 콘서트 장면 등을
    관람할 수 있다.
  • 역사관에서는 방탄소년단의 2018년 미국 『타임』지
    표지 사진으로
    캘린더를 제작해 소장할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