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영어로 ‘Korea’라고 부르지만, 몽골어로는 ‘솔롱고스(Солонгос)’라고 부른다.
솔롱고스는 흔히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국가’ 혹은 ‘무지개가 뜨는 동쪽의 나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지개가 뜨는 이 나라가 해방 이후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내게 이번 관람은 의미가 컸다.
한국의 성장 기반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으니까.
사진 김성재 싸우나스튜디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층 역사관을 찾았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순차적으로 살펴봤는데 곳곳에서 어린이 관련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10년 한반도가 일본에 강제 병합된 이후 한국 학생들은 제한적인 교육을 받았다. 조선총독부는 한국인들이 식민 지배에 순응하도록 중등 이상의 교육을 제한하고, 일본의 정신과 문화를 가르쳤다. 당시 학생들은 일자리와 출세를 위해 학업과 상급학교 진학에 전력을 다하면서도 차별과 억압에 저항했다.
역사관에는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의 사진도 전시돼 있다.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일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이들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당시 교과서와 출석 통지서, 수험번호표 등 교육 관련 유물들을 살펴보면서 한국의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을 떠올렸다. 억압과 통제된 환경에서도 한국의 어린이들이 배우며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와 교육의 가치를 믿었던 선생 같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1945년 8월 한반도는 해방을 맞았으나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분단이 됐다. 한민족은 이념의 대립으로 싸우게 되고, 그 영향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아가 된 어린이들도 많았다. 어린이들은 생계를 위해 미국이 원조해준 분유를 배급받고, 미군의 군화를 닦았다.
한국인은 후손에게 가난을 유산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했다. 함께 협력해 극복하려는 그 의지가 결국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되는 첫걸음은 아니었을까. 한국인들은 결국 지하자원이 부족한 이 땅을 지식자원이 풍부한 강대국으로 바꾸어놓지 않았던가.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연령층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사관에 전시된 한국 어린이들의 역사를 살펴보며 나는 몽골의 어린이들을 떠올렸다. 몽골의 유목민 어린이들은 넓은 초원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성장한다. 도시 어린이들도 방학 기간에는 자연생활을 즐긴다.
어린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연환경이지만, 교육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과거 사회주의 체제였던 몽골은 1992년 민주주의 헌법을 제정하며 민주화의 바람을 맞았다. 하지만 30년 동안 정부가 열일곱 번이 바뀌는 등 불안정했고, 이는 교육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의 교육 시스템이 일부 남아 있는 데다 한국에선 익숙한 방과 후 보충수업이나 예체능 교육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학생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 울란바토르 인구 중 절반이 게르촌에 거주하는데, 이곳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슬럼가다. 일부 지역은 전기가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석탄으로 겨울을 나는 등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한편 몽골 정부와 지자체는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 때문에 게르촌 어린이들의 일부는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학업을 포기한 채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몽골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자 UN과 EU를 비롯한 다자주의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단체와 민간단체, 한국의 기업과 단체 등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아직은 재정적인 문제가 있지만 몽골 어린이들에게 좋은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사람들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남겼다. 오늘날 한국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성장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과거 역사 속 어린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어린이들이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자유와 평등, 발전의 기회를 준 셈이다.
교육에는 어떠한 어려운 환경과 현실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담겨 있다. 교육을 통해 인생을 바꾸거나 역전할 수 있고, 국가의 귀한 인재로 성장할 수도 있다. 교육의 평등을 위해 투쟁해온 한국인들의 지난 노력과 헌신이 전시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관을 관람하며, 교육이 인생은 물론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교육의 위상을 정립하고 21세기의 주역이 될 후손들에게 우리 교육의 밝은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1995년 6월 개관한 교육 전문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교육제도,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기관, 교육활동 등에 관한 유물과 사진 등 1,309점의 자료를 시대별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시대는 전통기(삼국시대~조선시대), 개화기, 민족저항기, 광복과 6·25전란기, 교육과정기로 나뉘어 있다. 전통기에서는 우리 교육의 뿌리가 된 서안(일종의 책상)과 대나무 필통, 책장 등 교육 유물을, 개화기에서는 근대 교육이 도입된 무렵의 신교육 유물과 일제의 강제 조약에 대항한 교육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민족저항기에는 일본어를 국어로 배우던 강압 속에서 꿋꿋했던 우리 교육의 유물을, 광복과 6·25전란기에는 전쟁의 시련에도 싹트던 교육의 열기가 담긴 유물과 만날 수 있다. 교육과정기에서는 전쟁 이후 큰 변화를 통해 성장한 한국의 교육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매년 주제를 선정해 교육과 관련된 유물을 연차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역사의 갖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오늘을 이룩해낸 교육의 위대한 힘을 깨닫고 우리 조상들의 숭고한 교육정신과 숨결도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이다.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주말) |
||
---|---|---|---|
휴관 | 법정공휴일, 첫째·셋째 주 수요일 |
||
관람료 | 무료 |
||
주소 |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48(화동, 정독도서관) |
||
문의 | 02-2011-57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