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다

푸른 눈 외국인이 포착한 20세기 초
한국, 한국 사람들

『COREA e COREANI』

러일 전쟁이 일어난 1904년, 이태리(伊太利, ‘이탈리아’의 음역어)의
한 서점에 이제 막 인쇄된 책이 들어온다.
총 2권으로 발간된 이책의 제목은 『Corea e Coreani.
우리말로 번역하면 ‘한국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다.
저자는 카를로 로세티(Carlo Rossetti, 魯士德, 1876~1948).
그는 1902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7개월 남짓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제3대 이태리 영사였다.
불과 26살의 청년이었던 그가 본국에 돌아가 1년여 만에 책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글 노선희 자료관리과 학예연구사

1904년 발간한 『Corea e Coreani』의 표지

한국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아내

1904년 러일 전쟁을 전후로 유럽 각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극동아시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해군장교 출신으로 일찍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에 능동적으로 활동했던 로세티가 『Corea e Coreani』를 출간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였는지 모른다. 그는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RASKB: Royal Asiatic Society Korea Branch, 1900~현재) 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정보를 입수해 한국 지하자원 분포도, 서울지도 등 여러 지도를 제작하며 아마추어 지리학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영사로 부임하기 전 1902년 초에 초대 주한이태리 영사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우고 프란체세티 디 말그라 백작(Ugo Francesetti Di Malgra, 1877~1902)을 만나기 위해 한 달간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다. 그때 보고 느낀 바를 서간문 형태로 엮어 『Lettere dalla Corea(한국에서의 서한)』를 펴냈는데, 이는 『Corea e Coreani』의 전신이 됐다. 1904년 출간한 『Corea e Coreani』에는 로세티가 직접 찍은 사진과 일본 무라카미 사진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 사진 등도 수록돼 있는데 학교, 시장, 공연 등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생전에 SGI(Società Geografica Italiana, 이태리지리학회) 회원 자격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로세티는 한국에서 구입한 기념품과 160여 장의 사진 그리고 자신이 아끼던 카메라를 학회에 기증했고, 이태리지리학회는 이를 ‘카를로 로세티’ 컬렉션으로 소장하고 있다.

사료적 가치 높은 로세티의 책

국내에도 로세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는 로세티가 대한제국 외부(外部)에서 받은 임명장과 영사로 임무를 맡았음을 황제에게 알리는 서신, 고종 황제에게 이태리의 금광채굴권을 거듭 요청하는 여러 건의 서신이 소장돼 있다. 또한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의 정기간행물인 『Transactions』 회원 동정에서도 그의 부임 및 이임 소식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여러 외국인 여행가, 선교사, 인류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나름의 기록을 남기곤 했지만, 로세티처럼 공식적인 지위를 기반으로 일정 기간 체류하면서 방대한 사진과 글로 서울을 관찰하고 공적·사적 기록을 남긴 경우는 드물었다. 뿐만 아니라 『Corea e Coreani』는 요즘 발간되는 책 못지않게 사진과 삽화의 질도 좋고, 비교적 정확하게 시대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Corea e Coreani』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꼬레아 꼬레아니: 백 년 전 이태리 외교관이 본 한국과 한국인』(숲과나무, 1996)과 『꼬레아 에 꼬레아니: 사진 해설판』(하늘재, 2009)을 살펴보면 된다.

  • 1904년 발간한 『Corea e Coreani』의 내지에 실린 로세티의 서울지도(좌)와 가마를 탄 로세티의 모습(우)

이달의 기증 유물

조선명소를
사진엽서로 만나보시오

경성일지출상행(京城日之出商行)에서 제작한 조선명소(朝鮮名所) 사진엽서. 가로는 14.2cm, 세로는 9cm 크기이다. 엽서 앞면에는 경복궁 앞 광화문 거리를 찍은 흑백 사진이 자리하고 하단에는 ‘조선명소(朝鮮名所) 경성경복궁광화문(京城景福宮光化門)’이란 소개 문구와 영문으로 번역한 ‘The Kouka mon, Seoul’, 그리고 ‘(京24)’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다. 뒷면은 엽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상단 우측에는 우표 붙이는 곳이 있고 ‘郵便はかき(우편엽서)’라는 문구가 있다. 중앙에는 ‘Union Postale Universelle(우편물을 취급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 ‘Carte Postale(엽서)’ 등이 인쇄돼 있다. 경성일지출상행은 광화문 거리말고도 경성 시가,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은행, 경성우편국, 용산 한강 나룻배 등 조선명소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사진엽서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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