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속으로

광화문에서 만나는
국가등록문화재

국가등록문화재 20주년 특별전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문화재청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20주년 특별전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를 연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그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어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문화재를 광화문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유정환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일상 속의 근현대 문화유산, 국가등록문화재

‘문화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국보 1호인 숭례문이나, 삼국시대의 화려한 금관, 고려시대의 상감청자 같은 옛 보물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 일상 곳곳에도 근현대사의 흔적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 있다. 국가등록문화재가 그것이다.
국가등록문화재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고 익숙하기 때문에 귀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호하기 위하여”1) 2001년에 신설된 제도이다. 국보나 보물 같은 지정문화재가 “동결보존”해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일상 속의 문화유산인 국가등록문화재는 외형을 훼손하지 않는 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등록문화재는 2001년 도입 이래 2021년 4월 5일 기준 901건이 등록돼 있다.

  • 국가표준 근대도량형기, 국가등록문화재 제320호,
    국가기술표준원 소장, 1900년대 초.
  • (제중원 4대 원장을 역임했던) 에비슨 수술 장면 유리건판 필름,
    국가등록문화재 제448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은의학박물관 소장, 1904년.
  • 『조선요리제법』, 국가등록문화재 제686호,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1917년.
  • 조선말 큰사전 원고, 보물 제2086호(전 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한글학회 소장, 1929년~1942년.
  • 한글점자, 국가등록문화재 제800-1호,
    송암박두성기념관 소장, 1946년.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격변하는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전통과 근대를 주체적으로 접합하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을 담은 주요 국가등록문화재를 선보인다.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창의적으로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외국의 제도와 문화를 수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 했던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국가등록문화재는 실물 원본과 영상물을 포함해 총 80점이고,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 프롤로그에서는 전체 국가등록문화재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 1부 ‘앎의 체계, 생활을 바꾸다’에서는 근대 문물을 수용하면서 도량형, 의학, 그림, 요리법 등 전통시대의 앎을 새롭게 전승한 흔적을 볼 수 있다. ▲ 2부 ‘말을 모아 뜻을 통하다’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한글을 새로운 나라말로 삼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려 했던 노력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 창제 노력을 만나볼 수 있다. ▲ 3부 ‘세우고 짓다’에서는 국가등록문화재 건축물의 입체 영상 다큐멘터리를 만나볼 수 있고, ▲ 4부 ‘해방, 새로운 문화를 펼치다’에서는 해방 이후 패션, 체육, 영화, 만화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문화를 펼치려 했던 흔적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 에필로그에서는 국가등록문화재 제도에 대한 설명과 등록 현황, 등록 신청 절차를 소개하고 있다.

  • 독립신문 상해판, 국가등록문화재 제510-2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1923년.
  • 양단 아리랑 드레스, 국가등록문화재 제613호,
    신혜순 소장, 1959년.
  • 영화 <시집가는 날(일명: 맹진사댁 경사)>,
    국가등록문화재 제348호, 한국영상자료원 소장, 1956년.
  • 「고바우 영감」 원화, 국가등록문화재 제538-1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1979~1980년.
  • 인천 선린동 공화춘(입체 영상 전시), 국가등록문화재 제246호,
    인천광역시 중구, 1908년.
  • 제14회 런던 올림픽 참가 페넌트, 국가등록문화재 제492호,
    대한체육회 한국체육박물관 소장, 1948년.

50년의 시간, 50년 후의 미래 유산

하나의 문화유산이 국가등록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5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 무엇도 50년 후의 미래 세대에게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이 가까운 시대를 먼저 살아간 사람들이 남긴 귀중한 흔적을 되새기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남길 흔적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