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속으로

<사람, 숫자: 인구로
보는 한국 현대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우리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올 8월 20일(금)부터 11월 21일(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사람, 숫자: 인구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인구’를 스펙트럼 삼아 우리의 지난 현대사를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인구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편집자 주) 글 함영훈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 인구로 보는 한국 현대사 : 사람, 숫자 - 2021년 8월20일(금요일) ~ 11월21일(일요일)까지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인구에 담긴 우리의 삶

인구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인구는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의 수’를 뜻한다. 이 말에 따라 대한민국의 올해 인구를 정의해본다면, 2021년 국내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통계청 추계인구로 보면 대한민국의 올해 인구는 5,182만 1,669명이다. 이를 보고 우리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인구가 어떤 의미를 갖기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계속 국가의 주요 관심사가 돼왔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경험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1970년대 말에는 정관수술을 한 사람에게 아파트 청약 우선권을 주는 등 피임시술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도 했다. 반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한국 현대사에서 시기별로 인구 변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보고, 현재의 인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특별전 <사람, 숫자: 인구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준비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한 가지는 ‘인구’라는 숫자 속에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 1960년 대한민국 인구주택국세조사표

전시를 기획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은 인구를 결정하는 요인 중 출생을 중심으로 한 이야깃거리였다. 우리 삶 속에는 인구 변화가 자연적 현상에서 계획의 차원으로 넘어가며 생겨난 이야기들이 많은데, 특히 출생을 둘러싼 부분에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박물관은 단순한 통계의 전달을 지양하고, 인구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인구 폭발, 성비 불균형,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봤으면 한다.

  • 1961년 <브라질 이민 추진 건의안>
  •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발행한 『가정의 벗』 창간호(1968년 8월)로 가족계획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 가족계획 계몽영화 <딸이 더 좋아>(1976) 포스터

영상과 구호, 체험전시 등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특별전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했다. 프롤로그에서는 과거 전국 주요 장소에 설치돼 있었던 인구탑 모형을 중심으로 시대별 구호와 인구를 형상화한 미디어 아트를 설치했다. 1부에서는 ‘사람 100’이라는 주제의 원형 영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요 인구 지표와 관련 정보를 영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다소 과격한 표어에서 연상되듯 휴전 이후 일어난 베이비붐과 같은 인구 폭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인구를 조사하기 위해 시작한 통계 관련 자료와 가족계획 총력전의 모습, 이촌향도(離村向都,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촌락의 인구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로 인한 도시의 인구 급증, 그리고 국제이주 등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인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 가족계획을 위해 월경주기 등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체크할 수 있는 가족계획 보건속산기와 완전 피임 다이얼. 안의 원판을 돌려 날짜를 맞춰 주기를 계산할 수 있으며, 임신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 산달을 채우지 못하거나 면역 체계에 이상이 발생한 신생아가 충분히 성장하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3부에서는 지금 중년층에게 익숙한 구호(‘딸 아들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통해 성비불균형 문제를 다뤄보고자 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국 기초단위에 세워진 ‘피임의 집’ 모형을 통해 당시의 산아제한(産兒制限) 관련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고, 산아제한 속에 지속되던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불거진 성비불균형 문제도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가족계획 포스터가 시대별로 어떻게 변해갔는지 확인하며 자신만의 포스터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마련했다.
4부는 ‘카페100’이라는 이름 아래 백세시대를 맞은 우리들의 목소리를 모아 미래를 그려보는 공간이다. 현재를 살펴보고, 서로가 선택한 결정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카페처럼 꾸몄다. 나의 선택, 그리고 다른 이들의 선택이 모였을 때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결정될까? 이 공간에는 비혼과 만혼,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다문화 시대와 같은 다양한 우리 시대의 인구 속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현재 인구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전시를 보고 나온 관람객이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늘날 인구 문제에 대한 관람객들의 인식을 살펴보고자 마련했다.

  • 사람이 귀로 감지할 수 없는 주파수로 인체 내부 조직의 영상을 얻는 초음파기기.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장비이지만 성별을 감별할 수 있어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었다.
  • 수집한 정보를 규칙에 따라 종이 카드에 구멍을 뚫어 기록하는 천공기. 천공카드 시스템은 빠른 시간 안에 통계 처리가 가능해 인구주택총조사 등에 사용됐다.

우리 각자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인구 문제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며 우리는 인구 문제가 사람의 생로병사 과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쪼록 이번 전시를 통해 숫자 속에 담겨 있는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인구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