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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자료 기반 역사 문화 '스토리' 발굴 박물관 주요자료 연구

역사와 박물관은 사람들과 얼마나 가까울까. 우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설립 이래 줄곧 박물관과 관람객의 거리를 좁히고자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했다. 2020년에 진행한 ‘박물관 주요자료 연구’ 사업은 지난 소장 자료를 기반으로 박물관이 관람객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글 / 조사연구과 김현경 학예연구사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교과서 속 역사 이야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이름만 들어도 재미가 없어지는 기분은 일반인이라면 그리 이상한 반응도 아니다. 교과서 속 역사 이야기,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봐도 알 만한 이야기, 그리고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 일반인들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가질 수 있는 그 느낌과 편견은 박물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가 다루는 근현대사를 언제나 ‘우리들의 역사’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저 국가의 역사, 혹은 교과서 속 역사로 인식하고 외면한다. ‘전시장 진열대 유리 너머 자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료 속 인물과 대화하며 그 시간 그 공간에 빠져들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관람객들이 반복해서 찾으며 대박? 강추!라 외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 6·25 전쟁고아의 감사편지
  • 1960년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 종합경제회의에서 의결된 건의사항을 정리한 「경제 발전을 위한 대정부 건의」
  • 금강산 탐승 안내도
  • A-501 금성 라디오(등록문화재 제559-1호)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

최근 관람객들은 교과서 속의 궁서체 역사보다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설명하는 동영상 역사에 더 흥미를 갖고, 성공한 국가에 박수 치는 것보다는 나의 기억 혹은 내가 지지하는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 현재 진행형인 현대사는 관람객들에게 정해진 것이 아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며,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가 됐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들을 박물관으로 모아보는 건 어떨까.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혹은 그 매체로 박물관이 다가가는 건 어떨까. 200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추진단이 설립됐고 같은 해 말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됐으니, 관람객 성향이 급격히 변하는 그 혼돈의 시점에 태어난 우리 박물관이 그간 참 많은 고민과 고생을 해왔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어찌되었건 급변하는 관람객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박물관이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가야만 했다. 이러한 박물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수장고 속 자료를 꺼내 들었다.

우리 집 서랍 속 그 물건도 기증하고 싶게 만드는 가슴이 쿵쾅거리는 이야기,
그 시절 나의 기억도 덧붙이고 싶어서 입이 간질거리게 되는 전시,
우리의 시간이 가지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교육과 공연 등
박물관 사업의 긍정적인 선순환을 그리며 ‘박물관 주요자료 연구’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박물관, 가면 갈수록 빠져드는 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2019년 소장 자료를 기반으로 연구직 직원들이 직접 자료에 담긴 역사 문화적 스토리를 발굴하는 ‘박물관 주요자료 연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2020년 현재까지 총 일곱 건의 자료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6·25 전쟁고아의 감사편지, A-501 금성 라디오(등록문화재 제559-1호), 금강산 탐승 안내도, 「경제 발전을 위한 대정부 건의」 등 네 건의 자료 연구는 보고서 발간을 진행했다.
6·25 전쟁 중 편지 한 통을 남긴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진 한 장, 편지 한 장을 들고 무작정 부산으로 찾아가 그 아이를 수소문했다. 편지를 쓴 아이, 그 아이와 함께 자란 고아원 친구들, 고아원 운영자들, 그리고 후원자와 결연 단체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편지 한 통에 얽힌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조사하고 기록했다. 6·25 전쟁고아 감사편지를 포함한 총 네 권의 보고서는 2020년 12월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고, 올 1월에는 전국 주요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보고서에 담긴 이야기들은 앞으로 우리 박물관의 전시·교육·문화행사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우리 집 서랍 속 그 물건도 기증하고 싶게 만드는 가슴이 쿵쾅거리는 이야기, 그 시절 나의 기억도 덧붙이고 싶어서 입이 간질거리게 되는 전시, 우리의 시간이 가지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교육과 공연 등 박물관 사업의 긍정적인 선순환을 그리며 ‘박물관 주요자료 연구’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서툰 첫걸음이었지만 우리 박물관 학예직 직원들이 지닌 연구에 대한 열정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긴 협업의 시간들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덕분에 다 같이 충혈된 눈으로 “내가 내 발등 찧었다”고 한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도가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박물관, 가면 갈수록 빠져드는 박물관으로 만드는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올해에도, 2031년에도 우리의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