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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역사 상설전시 역사관 관람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하기 전, 대학 졸업을 앞둔 a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광화문을 돌아다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만났다. ‘내가 역사랑 밀접하게 관련이 있던가. 이건 위인들 이야기잖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들어갔다. 잘 모르면 배우면 되는 일 아니던가. 먼저 찾은 곳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5층 역사관이다. 사진 / 김성재(싸우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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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가 반기는 입구

    짙은 회색빛의 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여러 문구들이 두 눈을 압도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한글이 목숨”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 우리 근현대사의 의미 있는 말들을 모아놓았다. 벽면 오른쪽 정중앙에는 a가 사랑하는 BTS의 2018년 「유엔 연설문」도 있다. “오늘의 부족한 나도,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을 들려주세요.” a는 그 글귀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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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작이 1894년인 이유

    1부_ 1894~1945:자유, 평등, 독립을 꿈꾸며

    a는 ‘1894~1945’라는 숫자를 따라 역사관 1부에 도착했다. 왜 1894년부터 시작했을까 궁금해 살펴보니 한편에 적힌 「근대국가를 향한 노력과 좌절」이란 글에 답이 적혀 있다. 문호 개방 이후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민(民, 평범한 사람들)이 개혁의 주체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술국치부터 진행된 일제 강점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선조들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있어 흥미로웠다. 독립운동가 100명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는 ‘나의 독립영웅’과 당시 대중음악 30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등 다양한 자료 덕에 이 시기의 분위기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기증자들의 육성 구술과 <소설가 구보씨의 경성산책> 같은 ‘역사 속 이야기’도 좋았다. 위안부 생존자들을 표현한 정원철 작가의 작품 <접어둘 수 없는 이야기> 앞에서는 숙연해졌다.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얼굴은 쉽사리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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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동의 시기

    2부_ 1945~1987:평화, 민주, 번영을 향하여

    기나긴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2부에서는 광복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전 못지않은 격동의 시기가 펼쳐졌다.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단이 되고 3년간의 6·25 전쟁이 진행됐다. 전쟁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건 민간인들이다. a는 ‘사망 37만 3,599명, 전쟁고아 10만여 명, 이산가족 1,000만여 명’이라는 숫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1953년 휴전 이후에도 부정선거에서 촉발된 4·19혁명,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어야했던 1960~1970년대,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으로 대표되는 혼돈의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편할 날은 없었던 듯하다. 1부와 마찬가지로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디지털 아카이브와 구술 영상, ‘역사 속 이야기’ 등을 관람하며 a는 지금 우리가 교과서나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인지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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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쉼표

    광화문 풍경

    3부에 입장하기 앞선 공간에는 ‘광화문 풍경’이라 불리는 쉼터가 마련돼 있다. a는 잠시 좌석에 앉아 통유리 너머 광화문 풍경을 바라보았다. 희로애락이 담긴 역사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속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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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항쟁부터 케이팝까지

    3부_ 1987~현재: 나-대한민국-세계

    6월 민주항쟁으로 첫발을 떼는 3부 공간은 ‘나-대한민국-세계’라는 제목처럼, 세계 속의 ‘나’와 대한민국을 보여준다. 부정과 과오를 딛고 대한민국은 직선제를 개헌했고, 외환 위기를 거쳐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1987년 대선 선거홍보물이 서랍에 담겨진 전시공간은 열어 보는 재미가 있었고, BTS의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앞에서는 열광했다. 1894년부터 현재까지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사는 한 편의 파노라마 같았다. 가슴 아프고 분노하다가도 결국에는 웃음 짓게 만드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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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체험 가능한 공간

    역사관 에필로그

    a는 3부까지 다 보고 난 뒤 계단을 따라 내려가 체험공간인 역사관 에필로그와 만났다.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나다’라는 주제 아래 기획된 이 공간에서 a는 역사관 전시유물을 활용해 자신만의 달력을 만들었다. 테마와 사건을 선정해 달력을 만들어 출력까지 완료! 달력 표지는 ‘당연하게도’ BTS가 나오는 『타임』지 표지다. 이 뿌듯함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 따뜻하게 해준 역사관 관람

역사관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돼 관람하기 편했다. 중간에 화장실로 빠져나가는 공간이 있다는 점 역시 좋았다. 하지만 a가 가장 좋았던 점은 역사에 대한 평소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역사관의 전시 대부분은 위인보다 ‘평범한 사람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싸우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쌓여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물론 우리 역사를 한 번의 관람만으로 다 깨닫고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a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훗날 역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의 마음은 충분히 따뜻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