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공감 초대석

박물관 문화공연,

취향에 맞게 즐기세요!

최상오 교류홍보과 학예연구사

2022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문화공연은 개관 10주년에 걸맞게 화려했다.
5월에는 JTBC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에서 우승했던 서도밴드가 야외 역사마당에서 공연했고,
10월에는 유명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3층 야외 테라스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줬다.
지난 9월에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지금은 광화문 가수시대>가 열려 개관 1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이런 박물관 문화공연은 어떻게 기획해서 공연자를 섭외하고,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걸까?
문화공연 업무를 맡고 있는 최상오 학예연구사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김성재 싸우나스튜디오

박물관 정체성과 인지도를 모두 사로잡는 문화공연

반갑습니다. 언제부터 문화공연 사업을 맡으셨나요?

최상오 | 2021년부터 교류홍보과에서 문화공연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화공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역사 기념일에 열리는 공연이 있고, 어린이날 같은 일반적인 기념일 공연이 있죠. 그리고 ‘박물관! 춤추고 노래하다’ 같은 정기 문화공연이 있습니다. 저는 각 성격에 맞게 공연을 기획해서 공연자들을 섭외하고 있어요. 공연이 잘 진행되고 관람객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 환경도 관리하고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문화공연은 보통 어떤 목적으로 열리게 되나요?

최 | 통상 ‘박물관’이라고 하면 전시와 교육, 자료 수집 등의 업무를 먼저 생각하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물관 문화공연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목적이 중요해요. 우리 박물관 문화공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우선 근현대사 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물관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죠.

아까 세 가지 종류의 문화공연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첫 번째 역사 기념일 공연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되새기자는 의미가 강한 만큼 박물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목적이 큽니다. 어린이날 같은 일반 기념일 공연은 박물관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어요. 어린이날이 되면 어린이는 물론 가족 단위로 박물관을 찾으니까요. 반면 정기 문화공연은 두 가지 목적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정체성 확립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인지도 제고도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시민들에게 인지도 있는 음악인을 공연자로 섭외하려고 하는 거죠. 또한 특별전이나 상설전시 주제관과 연계된 공연도 정기 문화공연을 통해 많이 진행하는데, 이 역시 박물관 전시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전시 주제와 연계한 박물관 행사가 많이 열리죠.
인구 특별전 때도 연계된 학술대회가 열렸어요.

최 | 학술대회는 전시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강연이나 토론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문화공연은 직접적인 연결성을 갖기가 어려워요. 대신 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느껴질 만한 주제를 선정해 공연을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 열린 자매 성악가 백재은·백재연 씨의 <클래식 음악 속 가족 이야기>와 <하림과 블루카멜 앙상블의 디아스포라 이야기>는 인구 특별전 <사람, 숫자: 인구로 보는 한국 현대사>와 연계해 열린 문화공연이었어요. 인구라는 큰 주제에는 출생과 가족 계획, 이주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으니까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시민과 함께

2020년 팬데믹이 선포되면서 한동안 대면 공연을 볼 수 없었어요.
대신 온라인 공연이 열렸는데 반응은 어땠나요?

최 | 당시 팬데믹 상황 때문에 박물관이 폐관되면서 문화공연도 연기됐어요. 그러다가 그해 5~6월부터 사전 녹화, 온라인 송출 방식으로 전환해 열렸습니다. 최근에는 대면 공연과 온라인 생중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박물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송출하기 때문에 박물관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시간 생중계 때 댓글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죠.

지난 5월 28일 야외 역사마당에서 공연을 펼친 서도밴드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21년부터 문화공연 사업을 맡으셨지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그전부터 근무하셨지요.
기억에 남는 문화공연이 있나요?

최 | 2015년경1) 밴드 잔나비가 박물관을 찾았어요.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왔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명하진 않은 인디 밴드였지만, 그래도 고정 팬층이 있다 보니 공연 날이면 사람들이 줄 서서 관람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어요. 이제 유명한 밴드가 됐으니, 다시 우리 박물관을 찾아준다면 좋겠네요. 제가 업무를 맡은 이후로는 2021년 1월에 열린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씨의 공연과 2021년 11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씨의 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워낙 세계적인 연주자들이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모시기 어려웠을 거예요. 조인혁 씨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종신 수석주자로 활동하고, 조진주 씨는 캐나다에서 교편을 잡고 있거든요. 그런데 당시 팬데믹 때문에 대부분의 해외 공연과 대학교 수업이 잠정 중단되면서 두 분 모두 한국에 계신 덕분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열린 공연 중에는 서도밴드가 출연한 <역사를 기억하고 이어가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 씨가 출연한 <경계를 넘어 함께 즐기다>가 기억에 남습니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인지도 있는 공연자를 섭외한 대형 공연이었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만 뽑으라면 시민들 참여로 이루어진 <지금은 광화문 가수시대>입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경연하는 방식인데,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박물관’을 추구하는 우리 박물관의 성격과 잘 맞는 기획공연이었다고 생각해요.

박물관에서 문화공연기획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최 | 기본적으로는 박물관 자체에서 구상하는 계획이 있지만, 문화공연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잖아요. 그래서 공연 관련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공연기획위원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광화문 가수시대>를 비롯한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들은 박물관 자체 기획으로 이루어졌습니다만, 일반적인 문화공연 대부분은 박물관과 문화공연기획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기획과 섭외가 이루어져요. 회의를 통해 주제를 확정하고 그에 걸맞은 공연자를 섭외합니다. 공연자에게 우리의 기획 의도와 취지를 전달하면, 공연자가 직접 해당 공연에 선보일 곡을 선별해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문화공연은 양보다 질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고 있어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화공연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최 | 맞습니다.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국악과 클래식,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균형감 있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시민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도 박물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팬데믹 이후 선보인 ‘온라인 실시간 중계’도 우리 문화공연만의 특징입니다. 다른 기관에서는 실시간 중계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온라인은 공간의 제약이 없기에 더 많은 분이 즐길 수 있습니다. 공연 공간도 특징이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3층 다목적홀이나 테라스 공간을 공연장으로 꾸며서 쓰고 있습니다. 공간이 넓지 않다 보니 공연자와 관람객의 간격이 매우 좁은데, 그래서 관람객들은 마치 소극장 공연을 즐기듯 가까운 곳에서 공연자의 호흡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 지난 10월 15일 3층 야외 테라스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준 뮤지컬 배우 정선아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22년 문화공연은 어떻게 자평하시나요?

최 | 2022년에는 총 12회 진행했습니다. 2021년에는 18회였고, 그전에는 더 많았으니 점차 줄어들고 있죠. 그간 박물관 문화공연이 ‘질보다는 양’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횟수를 줄이되, 10주년 개관에 걸맞은 기획과 섭외에 신경을 썼습니다. 예를 들어 서도밴드는 국악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팝’ 밴드예요. 사실 국악은 대중에게 익숙한 장르는 아니죠. 하지만 서도밴드처럼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닌 밴드라면 호응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음악을 하는 밴드니까 ‘과거를 담아 미래를 꿈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지향점과도 어울리죠. 뮤지컬 배우 정선아 씨 섭외는 대중성을 고려했어요. 대중이 좋아하는 공연자를 섭외해서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자는 취지가 있었죠. 그 밖의 공연들도 무사히 잘 진행됐으니 2022년 문화공연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문화공연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최 | 2023년에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화공연은 ‘양보다는 질’을 추구합니다. 총 8회 공연으로 횟수를 더 줄였지만, 대신 질 높은 공연을 준비하고자 노력할 생각입니다. 우리 박물관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대중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당대 사회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날에 맞춰 사회적 약자로 칭해지는 장애 예술인들이 선보이는 공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청년 세대를 응원하고자 준비한 경연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장르의 다양성을 통해 시민과 함께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중점을 둔 셈이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전시가 그렇듯, 문화공연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나 시선을 담아내며 당대와 호흡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