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메타버스가
네이버 제페토 플랫폼에서 지난 12월 오픈했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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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

새로운 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메타버스

언제부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각종 미디어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5G 상용화에 따른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 팬데믹이 불러온 비대면 추세 가속화에 힘입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시 지난 12월 네이버 제페토 플랫폼에 메타버스 박물관을 구축하고
문을 열었다. 박물관과 광화문 인근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데….
메타버스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번 글을 통해 엿본다. (편집자 주) 글 김권정 조사연구과 학예연구사

  • 2021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오픈한 메타버스 박물관 ‘힐링동산’. 박물관이나 기념관 관련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 독보적인 이용률을 보인다. © 국립중앙박물관
  • 메타버스 공간 속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광화문 일대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박물관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해 만들어진 메타버스(metaverse)는 사회, 경제, 교육, 문화, 과학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 3차원 공간 플랫폼이다. 기존의 온라인 세계와 달리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 공간에서 가상의 자아인 아바타를 통해 실제 생활처럼, 경제·사회·문화적 활동이 가능한 ‘가상의 현실 세계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활동부터 유명 가수의 실제 공연을 보거나 교육을 받는 등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에서처럼 사람들의 욕구에 따른 자발적 행위들이 실제로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코로나19로 몰아닥친 비대면 환경이 확대되면서 현실 세계와 같은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최근에도 그 영역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중심기관인 박물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에 박물관의 공간을 새로이 구축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영역이 가상 현실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국립중앙박물관이 2021년 10월 초 메타버스 공간을 제공하는 제페토(ZEPETO) 플랫폼에 국보 문화재 ‘반가사유상’을 주제로 한 메타버스 박물관 ‘힐링동산’을 오픈했다.

‘힐링동산’은 최근까지 폭발적인 이용자 방문 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기념관 메타버스 플랫폼이 저조한 이용률을 보이는 가운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즐겨 찾으며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는 기회

이런 흐름에 부응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남희숙 관장 취임 이후 2021년 중반부터 메타버스 플랫폼에 공간 구축을 준비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인근 광화문 공간의 역사적 인지도를 강화하고, 사람들이 가상 세계에서 쌓은 경험을 실제 광화문 공간 및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메타버스 공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국내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주목했다. 제페토에는 이미 아바타 생성과 공간 지도(월드 맵), 포토 부스, 비디오 부스, 아이템 제작, 게임, 이벤트, 창작 등 다양한 경험과 소셜 네트워크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 가상 세계가 구축돼 있었다. 또한 2억 명의 이상의 이용자 가운데 해외 이용자가 90%이고, 그중 10대가 80%로 추정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런 연유로 제페토 플랫폼에 젊은 세대에게 박물관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테마월드’를 기획·개발했다.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인 광화문 일대를 테마월드로 조성해 MZ세대와 기존 세대 모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도록 공간을 구현했고, 박물관 내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관련 전시물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에 흥미를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테마월드를 방문한 이용자들은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니고 다양한 퀘스트를 풀면서 광화문과 박물관 인근 공간의 역사적 건축물, 상징물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놀이를 즐기고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사회성을 강화하고 장시간 접속과 재방문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2022년 12월에 박물관 메타버스를 오픈하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홍보와 이벤트 행사를 진행했으며, 2023년에는 각종 기념일에 맞춘 이벤트를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며 메타버스의 활성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메타버스 공간 속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입장한 모습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광화문 인근 공간으로 구성된 테마월드는 광화문·대한민국역사박물관·세종문화회관·정부서울청사 등의 건축물과 이순신 동상, 세종대왕 동상, 박물관 안의 유물 등이 월드맵의 주요 요소로 자리를 잡는다. 메인 공간인 박물관과 광화문 인근 공간을 3D로 표현했는데 북쪽은 광화문과 경복궁의 망루인 동십자각까지, 남쪽은 교보문고 사거리까지, 동쪽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뒤편 중학천까지(현재는 복개도로), 서쪽은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문화회관까지로 설정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는 퀵보드를 이용해 광화문 인근 공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풀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배운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테마월드에서 이용자는 아이템 미션과 세 개의 포즈 취하기 미션 등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박물관 내에 숨겨진 다이아몬드를 획득해서 광화문 해태상에게 먹이로 주면 해태를 깨워 자신만의 펫(pet)으로 만들 수도 있다. 더불어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글 자음 ‘ㄱ, ㄴ, ㄷ’ 포즈를 취하거나 이순신 동상 앞에서 포즈 취하기, 교보문고 앞 염상섭 동상 벤치에서 포즈 취하기 등을 수행하면 의류 아이템을 살 수 있는 보상이 주어진다.

메인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광화문 공간과 박물관 건물이라는 ‘역사적 장소’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실제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려고 신경 썼다. 메타버스 이용자들이 실제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광화문 인근 공간을 직접 찾았을 때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한 메타버스의 중요한 건축물과 각 중요 위치마다 안내 설명문을 설치해서, 현실 세계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박물관 메타버스를 활용한다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광화문 인근 공간을 실제로 탐방한 것 같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세상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이제 그곳에 막 발을 들여놓았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힘찬 첫발을 뗐을 뿐이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박물관을 향한 우리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