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다

지난 달력이 보여주는
과거 시대상, 그리고 사람들

매 연말연시면 달력이 우리의 사무실로, 가정집으로 온다.
크기도, 양식도, 디자인도 다양한 달력을 보며 우리는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곤 한다. 달력을 생산·배포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마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는 상징적
의미만큼은 모두 동일하게 품고 있지 않을까.
글 이보성 자료관리과 학예연구사

우리 생활 속 필수품인 달력

그간 달력은 우리 생활에서 날짜를 알려주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명절에 전을 부칠 때면 소쿠리 위에 달력을 깔고 완성된 전을 올려두었고, 어린 시절 할아버지·할머니는 시골에 놀러 와 심심해하는 손주에게 빳빳한 달력으로 딱지를 접어주었다. 달력은 날짜를 알려주고 확인하는 ‘캘린더(calender)’의 기능을 넘어 생활 속 필수품으로 우리 삶과 함께 했던 셈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50~1960년대 달력을 보며 당시 사람들이 달력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 보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자.

  • 1950년 달력
  • 1953년 달력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1950~1960년대 달력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달력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50년 달력이다(자료번호: 한박1933). 연도가 단기(檀紀) 4283년으로 표기돼 있어 1950년 달력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단에는 태극기와 24절기, 국경일이 적혀 있고 하단에는 월(月), 일(日), 요일(曜日)이 표기돼 있는데 이는 뒷면에서 사용자가 직접 숫자와 요일을 바꿔 사용하는 형식이다. 좌측 상단 태극기 아래에는 발전을 꿈꾸는 공장, 고층 건물, 톱니바퀴 모양과 함께 건설(建設) 그림이 보인다. 중앙에 밝고 넓은 벌판에서 그림을 그리는 남성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듯 1950년 달력에는 당시 사람들이 꿈꾸던 미래가 담겨있었다.
1953년도 달력(자료번호: 한박1935)은 6·25 전쟁 중에 인쇄된 것으로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가 함께 실린 점이 눈에 띈다. 한자로 적힌 “大韓民國(대한민국) 統一萬歲(통일만세)”라는 글귀를 보면 전쟁 중 제작된 달력임을 알 수 있음은 물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염원도 확인할 수 있다. 1953년 달력은 앞서 살펴본 것과 달리 단기와 서기가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열두 달이 한 장의 종이에 모두 실려 있다. 24절기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고 단기와 서기, 간지(干支), 일본식 연도 표기, 나이 등을 ‘연령대조표(年令對照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정(大正), 쇼와(昭和)와 같은 일본식 연도 표기가 병기된 것으로 보아 해방 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는 일제 잔재가 남아 있던 시기임을 알 수 있다.
1962년 1월 달력(자료번호: 한박14357)은 왼쪽에 환한 표정의 사람들과 밝은 색으로 칠해진 자유진영, 오른쪽에 어두운 표정의 여인과 검문당하는 사람들의 회색빛 도시 풍경으로 표현된 공산진영의 모습을 대조해 보여준다. 소련과 미국의 무기 비교를 통해 소련의 열세를 강조하며 자유세계의 힘과 긍정적인 모습을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달력에는 생산하고 배포하는 사람들의 정치적·사상적 의도가 담겨있었다.
1968년 달력(자료번호: 한박15120)에서는 당시 박정희 정부의 가족계획사업을 확인할 수 있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는 문구와 함께 어머니와 두 자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1968년은 가족계획사업 2기(1967~1971년)에 해당하는 시기로, 루우프(loop) 장치1) 장려 등을 통해 당시 보건사회부에서 지향한 가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매달 25일을 저축의 날로 표시해 저축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음력 날짜를 표시하는 방법이 앞서 살펴본 달력과 다르다. 앞선 달력들이 양력 날짜는 숫자로, 음력 날짜는 한자로 모두 표기한 반면, 1968년 달력에는 음력 날짜가 매달 1일과 15일만 양력 숫자 하단에 작은 숫자로 적혀 있다. 이러한 음력 날짜 기재방식의 변화는 1960년대 후반 양력 날짜 사용이 확산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1962년 1월 달력
  • 1968년 달력

새해의 설렘이 담기다

지금까지 대한민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달력 중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달력을 살펴보았다. 달력은 당시 정치·경제·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시대적 생산물이다. 과거 달력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생산자의 정치·사상적 제작 의도와는 별개로, 달력은 그 당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준비물이자 설렘 자체였다. 달력을 향한 설렘과 기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생활에서 달력의 의미가 과거보단 축소됐지만, 여전히 연말이면 새로운 달력을 펼치며 희망찬 새해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돌아오는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미뤄뒀던 만남과 여행으로 2022년 달력을 채울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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