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속으로

다른세대의 삶을 체험하며
익히는 이해와 공감

상설전시 체험관 개편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4층에 체험관이 올해 문을 연다.
체험관은 상설전시 개편 2년차 사업의 결과이다.
지난해 문을 연 5층 역사관에 이어 새롭게 개편한 4층 체험관은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전시하고 있을지 미리 살펴본다. 글 김성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관

재미와 공감의 근현대사 전시

근현대사를 전시했다고 하면, 다소 무겁고 진지하기만 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새롭게 문을 여는 체험관은 이 같은 예상을 넘어, 흥미롭고 재미있게 현대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근현대사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근현대사를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을 서로 공유하고 그 차이를 느낌으로써 근현대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체험으로 만나는 근현대사

전시와 관람자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꽤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관람자의 수동적 관람이 계속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수동적인 형태의 전시 관람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전시 관람이 가능할까? 체험관을 기획하며 고민했던 지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근현대사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온 삶들이 모인 결과물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근현대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현대사 자체가 여러 다른 삶들의 집합이라면, 그 다른 ‘역사의 결’들을 보여주는 것도 역사박물관의 역할일 것이다. 우리 박물관은 체험관에서 관람객들이 개개의 사람들이 각자 살아오고 경험한 다양한 삶들을 체험하면서 각기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세대’를 구분해 차별화된 전시 관람이 가능하도록 시도했다. 세대는 사람들의 인식, 문화를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같은 세대라고 비슷한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각 세대별로 공유하는 요소들이 있고, 이는 해당 세대를 다른 세대와 나누는 기준이 된다. 우리는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근현대사를 크게 다섯 세대로 나누었다. 1945년 즈음 태어난 ‘해방둥이 세대’, 6·25 전쟁 이후 인구 급증의 계기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 민주화의 주역이 된 ‘86 세대’, 고도성장 이후 어려움을 겪은 ‘IMF 세대’, 가장 젊은 ‘밀레니얼 세대’ 등 총 다섯 세대가 그것이다. 각 세대별로 두 명씩 총 열 명의 인물을 상정해서 같은 세대가 경험한 근현대사가 어떻게 달랐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 '함께 걷는 광장'의 낮과 밤 장면
  • 간접 체험을 통한 세대 간 이해

    우선 관람객은 체험관 전시장 입구에서 ‘체험카드’를 발급받는다. 발급받은 체험카드를 통해 관람자의 세대가 결정되고, 그에 맞춰 각기 다른 전시 관람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체험관 첫 번째 코너인 ‘스무 살이 되던 해’는 관람자가 선택한 세대의 인물이 스무 살이 될 무렵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신문 스크랩북 형식으로 보여준다. 성인이 될 무렵의 역사적 사건은 그 세대 사람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함께 걷는 광장’이라는 코너에서는 해당 세대 인물의 인생에서 일어났을 법한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역사를 상호작용적인 방식으로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체험관의 마지막 코너인 ‘인생 네 컷’에서는 각 세대 인물이 살았던 시기의 주요 사건에다 관람객 자신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4컷 만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체험관의 여러 코너에서도 관람객의 선택을 통해 과거 우리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했다. ‘소중한 한 표’라는 코너는 역대 대통령 선거를 소재로 했는데 인물을 먼저 보고 공약 등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공약을 보고 인물을 맞춰보는 체험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실제 역사는 얼마나 같거나 다를지 체험할 수 있다. ‘나는 수험생’에서는 과거 입학시험에 나온 실제 문제를 직접 풀어보면서 우리 근현대사의 교육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고, ‘랄랄라’에서는 우리 추억 속 대중가요 등을 흥미로운 리듬 게임 형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편성표’에서는 과거의 라디오, 흑백 TV, 컬러 TV에서 볼 수 있었던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 들을 수 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전시장 입구에서 다른 세대 인물의 체험카드를 발급받아 다시 관람할 수 있다. 이때 관람객은 무작위로 배정된 다른 세대를 체험하게 된다. 이는 관람객이 다른 세대의 삶을 간접 체험하도록 돕는 우리 박물관의 의도와 관련이 있다. 중장년층은 젊은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또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인생 네 컷'의 예시

보다 많은 사람이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내에는 여러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특히 세대 간 의견 차이가 크다. 근현대사를 보는 시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소통하고 공유하고자 노력한다면,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체험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 현대사를 살아온 여러 세대의 차이에 주목하고 이해하며, 나아가 서로 공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