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다

꽃 피는 봄이 오면

광복절 기념 클래식 콘서트
<우리 하나 되어>

인터넷 검색창에서 ‘광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자.
거리와 도로 등에 운집해 광복의 기쁨을 나누는 당시 사람들이 보인다.
성별도, 나이도, 환경도, 사정도 각기 달랐지만 하나의 뜻으로 모여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지난 2021년 8월 15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클래식 콘서트 <우리 하나 되어>는 개인인 동시에 마치 ‘하나처럼’ 모여
빛을 거머쥐었던 그날을 기념했다. 사진 김성재 싸우나스튜디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광복절 기념 클래식 콘서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클래식공연단(이하 공연단)은 국립박물관 산하 최초로 결성된 공연단으로 역사적 의의를 담은 클래식 작품, 겨레의 얼이 깃든 곡을 선정해 근현대사의 시대정신을 실내악의 깊고 풍성한 울림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정광준 첼리스트가 올해 2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가운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기존 공연단 멤버들은 갈수록 견고하고 조화로운 연주를 들려준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 클래식 콘서트 <우리 하나 되어>에서의 연주는 특히 아름다웠다. 박물관 유튜브 채널과 해외문화홍보원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이날 공연은 1만 2,000여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빛을 되찾아가는 여정

공연은 공연단 전원이 참여하는 곡으로 운을 뗀 후 각 개별적인 악기의 매력을 살펴보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독립과 조국, 봄 등 광복절에 걸맞은 키워드로 채워져 빛을 잃었던 우리 민족이 현실에 굴하지 않고 끝끝내 희망을 꿈꾸고 독립과 만나는 과정을 한 시간여 동안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새야 새야>와 <광복군의 아리랑>, <독립군가>를 한데 모아 연주한 첫 곡은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해 빠르게 전환되는 편곡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편곡이 다채로운 만큼 온라인 시청자들이 곡을 통해 느꼈던 감정도 다양했으리라. 이 곡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17년 발간한 『항일음악 330곡집』에 수록된 것으로 공연단은 이 책에 수록된 곡들을 꾸준히 연구하며 재해석하고 있다. 비장한 도입부가 인상적인 두 번째 곡 <빛으로 날다>는 광복 이후 비상하며 발전을 거듭한 우리 민족의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장구를 연주하듯 악기를 손으로 치며 내는 소리는 비상하는 우리 민족의 힘찬 에너지를 더 극적으로 그려냈다.
이어지는 세 곡은 개별 악기의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바이올린과 첼로로 연주하는 <파사칼리아(Passacaglia)>는 사랑하듯, 혹은 싸우듯 연주하는 다채로운 전개가 돋보인 곡이다. 격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오프닝이 단번에 귀를 사로잡고, 이후에는 애절한 멜로디가 이어졌다. 체코의 민족주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를 각색한 네 번째 곡은 바이올린, 플루트, 피아노, 호른이 참여해 빼앗긴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호른, 피아노가 참여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는 러시아의 압제에 시달렸던 핀란드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곡이다.
악기의 상세한 매력을 살펴볼 수 있던 세 곡을 지나 공연단은 다시 한데 뭉쳐 두 곡을 더 소화했다. ‘종교적인 음악’을 뜻하는 <렐리지오소(Religioso)>는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그 어떤 수난에도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표현했다. 가곡 <봉선화>의 멜로디를 기반에 두고 만들어진 곡으로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운을 떼 서서히 격렬하고 웅장해지는 구성이 돋보였다. 정광준 예술감독의 말마따나 ‘애절하지만 그 안의 힘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공연단은 마지막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하며 광복절 기념 클래식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모두가 승자였던 그 길에 다시 서서

공연단이 연주한 일곱 곡은 모두 다른 정서와 스타일을 지녔다. 하지만 품고 있는 뜻은 ‘하나의 문’으로 귀결됐다. 좁지만 가치 있는 그 문, 빛을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의 문 말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13~14)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쉬운 길은 없었다. 외세의 침략은 빈번했다. 때론 태풍이 몰아쳤고, 폭설이 쏟아졌다. 장애물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시밭, 자갈밭이 나와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길을 걷고 닦아 좁은 문을 지나온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 누구 하나 승자 아닌 사람이 없었다. 함께 걸어온 모두가 승자였으니. 이날 공연단의 <우리 하나 되어>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에 힘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환시켰다. 그리고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영향으로 힘든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우리를 위로하는 듯 느껴졌다. 우리 하나가 돼 꽃 피는 봄을 기다려보자고, 그날처럼 다시 그 빛을 거머쥐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