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죽음의 승리(The Triumph of Death)>, 1526년 작,
프라도 미술관 소장
전시 속으로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다시, 연결 :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2022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했다.
2012년 개관 이래 현대사의 다양한 주제로 특별전을 선보이며 국민과 함께하는
공감과 소통의 공간이 되어온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9월 8일부터 팬데믹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마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중심으로 인류의 감염병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돌아보고자 한다. 글 이도원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사건일까?

2019년 12월 중국에서 보고된 원인 불명의 폐렴이 주변 아시아 국가와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듬해 공식 명칭으로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가 확정됐으며,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인 범유행인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감염과 후유증 같은 인적 피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벌어진 경제·사회적 손실은 인류의 역사에 남을 만큼 크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일까? 코로나19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안전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의 끝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을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다시, 연결 :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에 담았다.

  • 세계보건기구에서 발급했던 국제 예방접종 증명서(왼쪽)와
    동경공항검역소의 건강안내문(오른쪽)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 내원 시 지침안내문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인류와 함께한 병원체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는 자가 복제와 증식이 불가능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을 감염시켜 번식하고 생존한다. 인류는 지구상에 등장한 순간부터 다양한 병원체와 만났고, 농경과 정주 그리고 도시를 형성해 살게 되면서 다양한 질병이 등장했다. 1만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혔다는 천연두부터 중세인들이 신이 내린 형벌로 믿었던 흑사병, 그리고 19세기 전 세계로 퍼진 콜레라와 1918년의 스페인독감까지 감염병은 늘 인류를 위협했다.

감염병은 사람의 이동경로를 따라 퍼져나가는데, 중세 유럽을 절망에 빠트린 흑사병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을 급감시킨 천연두 창궐은 교류나 교역의 결과물이었다. 19세기 이후 제국주의의 확장과 증기기관의 발명은 군대의 이동과 대규모 교역으로 이어졌고, 그 영향으로 전 세계는 하나의 ‘질병문화권’으로 편입됐다. 지역 풍토병이었던 콜레라는 1817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곱 차례나 유행했고, 스페인독감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전 세계에 퍼졌다. 이는 모두 대륙 간의 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 스페인독감 유행 당시 반려동물과 함께 마스크를 쓴 가족사진

    © 캘리포니아 온라인 아카이브(OAC)

사람과 동물, 종을 넘나드는 ‘인수공통감염병’

백신이나 항생제 같은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에 인류는 감염병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전 세계는 감염병에 대응하며 감염병과의 길고 지루한 투쟁이 끝나기를 기대했고,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힌 천연두를 박멸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희망은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증, AIDS)과 동물 인플루엔자인체감염증(조류독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 스),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에볼라 등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며 팬데믹은 계속되고 있다. 대유행의 주기는 오히려 짧아진다. 최근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감염병은 사람과 동물의 종을 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08년 한 조사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2004년까지 확인된 335종의 신종감염병 중 최소 60% 이상은 동물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 원인으로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환경 파괴, 기후변화를 손꼽는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인류와 생태계의 접촉면이 증가하면서, 야생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고 감염된다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인류는 이제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 세계보건기구 제1회 총회 사진(1948.6.24. 스위스 제네바)
    © 세계보건기구 누리집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식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른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유엔과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대응 구호 중 하나는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이다. 모든 세계가 연결된 현대 사회에 어느 한 곳만을 차단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전파되는 반복이 지속되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약해진 협력의 끈을 ‘다시, 연결(re-connect)’해야 하지 않을까? 팬데믹의 끝은 종료가 아닌,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콜레라 창궐’을 화보로 실은 프랑스 잡지

    『르 프티 저널(Le Petit Journal)』의
    1912 년 12월 1일자 표지

    © 프랑스 국립도서관 디지털 도서관(Gallica)

    Source gallica.bnf.fr/BnF
  • ‘천연두 박멸’을 선언한 세계보건기구의 잡지
    『월드 헬스(WORLD HEALTH)』
    1980년 5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