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사건의 장대한 일관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공부하면 다양한 사건의
흐름을 짚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지금 우리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글 김선미·최충희 교육과 학예연구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관 이후 2013년부터 일반 시민 대상의 역사 강좌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동안 일부 변화도 있었다. 강좌명이 <박물관 대학>에서 <현대사 시민강좌>로 바뀌었고, 올 상반기부터는 일반 시민들이 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강의 구성도 주제 강좌에서 통사로 변경됐다. 운영 방식도 전면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민강좌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직접 소통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무엇보다 지역적 거리와 상관없이 원거리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수강생도 크게 늘었다. 지난 상반기 현대사 시민강좌가 100명으로 수강생을 확대하면서 교육인원이 대폭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이번 하반기 현대사 시민강좌는 신청자가 이틀 만에 400명이 몰려 공고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마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강생 구성이 크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수강생이 주로 퇴직자를 중심으로 한 60대 이상 남성들이었다면, 이번 교육에서는 수강생 연령층이 20대에서 60대까지 확대됐다. 그중 80~90%를 40~50대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적 거리나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보다 쉽게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직장인 등 40~50대 여성들이 온라인 교육의 주력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보다 깊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시민들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사학과 대학원생들이 수강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번 하반기 현대사 시민강좌는 10월 6일 개강해 해방부터 외환위기 이후까지 시기별 핵심 주제를 8개로 나눠 시대별 특징을 다룬다. 첫 강의에서는 <인물로 본 해방정국의 풍경>을 주제로 이동원 교수(서울대)가 ‘좌우대립은 불가피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며 1945~1948년까지 해방정국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두 번째 강의는 박명림 교수(연세대)가 <우리에게 6·25 전쟁은 무엇이었나?>를 주제로 상처받은 치유자이자 평화 창조자로서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영구평화를 수립할 것인지 강의했다. 이어서 <1950년대 아메리카니즘과 냉전문화>, 1960년대는 <한국 고도성장의 외적 동인>, 1970년대 <여공의 시선, 여공의 세계>, <1980년대 검열과 제도적 민주화>, <1990년대 한국의 사회·문화>, 1990년대 이후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에 대해 전문가들의 강의와 함께 우리 현대사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현대사 시민강좌>는 11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상·하반기 연 2회 개설되고, 한국 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통찰력과 안목을 키우고자 하는 일반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수강료는 무료다.
연번 | 일시 | 주제 | 강사 |
---|---|---|---|
1강 |
10/06 |
<인물로 본 해방정국의 풍경> |
이동원(서울대학교) |
2강 |
10/13 |
<우리에게 6·25 전쟁은 무엇이었나?> |
박명림(연세대학교) |
3강 |
10/20 |
<1950년대 아메리카니즘과 냉전문화 풍경> |
장세진(한림대학교) |
4강 |
10/27 |
<한국 고도성장의 외적 동인> |
정진아(건국대학교) |
5강 |
11/03 |
<여공의 시선, 여공의 세계: 박정희 시기 여성노동자를 둘러싼 담론> |
김원(한국학중앙연구원) |
6강 |
11/10 |
<1980년대 검열과 제도적 민주화: 검열공화국, 문화통제, 자유·민주> |
이봉범(성균관대학교) |
7강 |
11/17 |
<1990년대 한국의 사회·문화> |
주은우(중앙대학교) |
8강 |
11/24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기원, 구조, 특징> |
박상훈(정치발전소) |
박물관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목요일에 학년별·주제별로 다양한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제동원,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강제동원의 역사를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며 기억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학교와 가정에서 온라인 실시간으로 서로 소통하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강제동원,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급 단위로 진행하고 있으며 개인이 아닌 학교 담임교사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온라인 실시간 교육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온라인 수업환경 및 교육 일정과 관련해 담임교사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교구재, 전시실 영상 등 교육에 필요한 자료는 사전에 학교에 전달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40분간 진행되며 세부 프로그램 구성은 시청각 강의와 체험활동으로 나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자 시나리오와 시청각 자료를 수차례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강제동원,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기억과 공감’이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지식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왜 강제동원의 역사를 기억하고 알려야 하는지’ 스스로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시청각 강의에서는 강제동원의 개념 이해는 물론 실제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물관 전시실 자료를 활용해 강제동원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 교육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군함도나 일본군 위안부처럼 언론에서 주목받는 사례도 다루지만,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례도 다룬다.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사례를 통해 강제동원의 역사가 지금도 우리 가까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내용 설명을 마무리한 후에는 활동지를 함께 풀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제동원과 관련된 주요 단어를 퍼즐 속에서 찾아보고, ‘해시태그 달기’와 ‘나의 다짐’을 적는 활동으로 시청각 교육은 마무리된다. 체험활동은 시청각 강의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진행하고 있다. ‘나의 역사 거울 만들기’는 활동지에 적었던 ‘나의 다짐’을 활용해 미리 준비된 거울 뒷면에 옮겨 적는 시간이다. 또한 물망초 압화 스티커로 뒷면을 꾸며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이듯,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되는 내용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서로 만들었던 거울 내용을 발표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거울에 적힌 ‘나의 다짐’을 잊지 말자고 결의하는 것으로 모든 교육은 마무리된다.
교육을 마친 후 학생들은 설문지를 통해 여러 의견을 보내줬다. “강제동원, 군함도, 근로 보국대, 인권 등 많은 것을 배워 재미 있었지만,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라며 소감을 보낸 학생들도 있었고,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라고 적은 학생도 있었다. “아이들과 수업하기 어려운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오늘 수업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인 교사들도 있었다. 후기를 보면서 교육을 준비한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박물관 교육울 통해 다양한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사고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