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너머의 시간

백남준 작품 <로봇> 

보존과 복원을 통해 되살아난 작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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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작품 <로봇>은 기술과 감성을 결합한 미디어 조형물로 움직임과 시간, 유쾌한 위트를 담고있다.
오랜 사용으로 구조와 부품이 노후화되고 발열과 안전상의 문제가 발견되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전문가 검토와 보존 처리를 통해 필요한 부품을 교체하고 정리하며 전시 관리 체계를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작품의 조형적 요소와 기능 회복은 물론 안정적인 전시 환경이 확보되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감상이 가능해졌다. 

글. 안주영(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료관리과 학예연구사)

  • 천진난만한 위트와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안은 작품

  • 백남준의 작품 <로봇>은 두 팔을 활짝 들어 올린 자세로 몸 전체에 로봇 피규어와 전자 부품이 부착되어 있으며, 양팔 끝에는 6인치 CRT 모니터 4대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이 작품이 단순한 입체 조형을 넘어 움직임과 시간, 기술을 품은 미디어 작품임을 보여준다. 백남준에게 기술은 차갑고 비인간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매체였다. 그의 로봇 시리즈는 이러한 인식이 집약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제작된 ‘로봇 패밀리’ 연작에서 그는 오래된 텔레비전 수상기와 전자 부품을 해체하고 재조합함으로써, 따뜻하고 유쾌한 인간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소장 <로봇>은 이 시기의 연작 가운데 하나로 천진난만한 조형성과 위트를 한층 강조한 작품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외형과 달리, 1900년대 후반 제작된 <로봇>은 다양한 보존상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자부품 속 이물질은 작동 불량과 화재 위험을 높였고, 디빅스 플레이어, 전원 어댑터, 멀티탭, 각종 케이블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검은색 합성수지층의 노후화로 분말화가 진행되어 작은 자극에도 부스러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3D 촬영 결과, 4대 모니터의 무게로 팔이 약 6° 후방으로 기울어져 이동과 설치 시 구조적 주의가 필요했다. 기능 측면에서도 일부 모니터에서 영상이 출력되지 않았고, 열화상 촬영 결과 전원 어댑터의 최고 발열이 약 50℃로 확인되어 장기적 손상을 막기 위한 보존 조치가 요구되었다.

     

    ▲ 3D 촬영 결과.
    ▲ 열화상 카메라 촬영.

     

  • 과학적 보존으로 되살아난 작품의 안정성 

  • 보존 처리 과정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단순 수리가 아니라 작품의 성격과 작가 의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두 개 영상 파일의 프레임 늘어짐 분석 결과, 이는 디지털 변환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아닌 작가의 의도적 편집 효과로 확인되어 영상의 동기화나 수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전자부품은 건식 클리닝 중심으로 처리하고 플라스틱 오브제와 유리, 목재 표면에는 초순수를 이용한 제한적 습식 클리닝을 실시했다. 장기 보존과 안전한 전시를 위해 노후화된 디빅스 플레이어를 교체하고, 노이즈 차단 성능이 확보된 AV 케이블을 새로 설치했으며, 전원 어댑터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멀패드와 방열판을 추가한 12V 3A 제품으로 교체했다. 또 과부하 차단기능이 있는 고용량 멀티탭으로 교체하고, 모든 케이블에 라벨링을 실시해 향후 관리가 쉽도록 정비했다.

    보존 환경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정이었다. 기존에는 별도 타이머 없이 상시 가동되던 작품에 타이머를 설치해 하루 가동 시간을 조절하도록 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이나 대전시립미술관의 <프랙탈 거북선> 등 유사 사례를 참고한 조치로, 작품 노화를 늦추고 장기 보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 보존 처리 과정.

     

  • 안정성과 가치 회복, 새로운 전시의 시작 

  • <로봇>은 상태 점검과 보존 처리를 통해 외형과 기능 모두에서 안정성을 회복했다. 표면과 전자기기에 쌓였던 이물질이 제거되면서 조형적 요소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고, 노후 구성품 교체와 케이블 정리로 발열과 안전상의 위험이 크게 줄었다. 영상 출력이 불량했던 모니터는 현장 조치로 정상 가동이 가능해졌으며, 전원 타이머 설치로 전시 환경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보존 처리는 작품 가치를 회복함과 동시에 향후 지속적인 전시와 관리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주기적 점검과 기록, 작품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 보존이 병행될 때, <로봇>은 백남준이 꿈꾸었던 ‘인간적인 기술’의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보존 처리(전).
    ▲ 보존 처리(후).
    ▲ 보존 처리 후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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