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전통술박물관
전주한옥마을을 거닐다 보면 우리 전통술의 향기와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전주전통술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한국 전통주 문화의 복원과 보존에 목적을 둔 이곳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전통술이 얼마나 근사하고 맛있는지 알리는 몫도 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대로 내려온 양조 비결들을 기록한 ‘주방문’을 소개하는 《우리 할머니의 주방문》 전시를 통해 술 빚는 지식과 일상의 발효 문화를 조명한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집에서 술을 빚던 문화’,
특히 할머니의 부엌에서 시작된 따뜻한 술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전국 150여 곳의 근현대사 관련 박물관과 함께 소통 및 협력할 수 있도록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을 운영하며, ‘협력망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학예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근현대사박물관 방문기’ 코너에서는 2025년 협력망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관을 소개합니다.
이번 가을호에서는 전주전통술박물관과 기획전시 《우리 할머니의 주방문》에 대해 알아봅니다.
상설전시 공간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집에서 직 빚어 마시던 전통 가정 양조주, ‘가양주(家釀酒)’를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집에서 빚다 보니 각 가정의 손맛과 정성이 달랐을 테고, 그 고유한 술맛은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어 전해지고 있다. 전시에서는 조선시대의 문헌 자료, 실제로 사용했던 누룩, 양조 도구, 다양한 가양주 레시피, 전통적인 술 빚기 과정 등을 통해 가양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전통 누룩과 술 빚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관람객들이 가양주를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전시를 보며 술 한 잔에 담긴 역사와 정성,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전라도는 풍부한 쌀과 청정한 자연환경 덕분에 가양주 문화가 매우 발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관은 전라도 지역 특유의 발효 기술과 술맛의 특징을 살피며, 지역 전통의 맥을 잇는 일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전시장 곳곳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술의 유래와 제조법을 상세히 확인 가능하며, AR코드로는 전통주 제조 과정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다.
▲ 전통주의 역사와 종류, 빚는 방법을 시각 자료와 실물 유물을 통해 소개.
‘주방문(酒方文)’은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가양주의 제조법이나 조리법 등을 기록한 문서를 의미한다. 박물관은 우리 선조들만의 특별한 양조 비결들을 기록한 주방문을 소개하는 기획전시 《우리 할머니의 주방문》을 선보이고 있다. 제조법은 시어머니에서 며느리에게, 어머니에서 딸에게 입에서 입으로 혹은 손 글씨로 남겨져 한 집안의 귀한 기록으로 전해졌다. 전시 공간은 종갓집 마다 대를 이어 간직해 온 그 비법의 비밀 문서로 채워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술의 종류와 재료의 놀라운 다양성이다.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와 그 비율, 발효 기간이 제각각이었으며, 집마다 술의 맛과 향, 색감까지도 모두 달랐다. ‘소주의 술 빛깔이 자줏빛을 띠게 하려면 모시 위에 지초의 뿌리를 놓고, 노란빛을 띠게 하려면 치자를 놓는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며느리를 향한 시어머니의 세심한 배려와 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기획전시는 할머니의 손끝에서 시작된 술 한 잔이 한 집안의 소중한 전통이 되었고, 나아가 한 시대의 생활 문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 기록으로 남은 손맛, ‘주방문’을 담아낸 기획 전시 《우리 할머니의 주방문》.
▲ 문인들의 고전적인 풍류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한 ‘유상곡수’.
전주전통술박물관을 소개해주세요.
A. 전시실은 다소 아담하지만, 그 안에는 매우 알차고 깊이 있는 콘텐츠로 채웠습니다. 전통술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부터 술이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 전국의 가양주까지 다양한 주제를 압축적이고도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체험 요소를 접목해 보다 친근하고 살아 숨 쉬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을 추천해주세요.
A. 술을 직접 빚고 가져가서 발효 과정을 지켜보는 ‘내가 빚酒’와 모주를 직접 거르고 설명도 듣는 ‘대비모주 거르기’가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전통주, 사케, 와인 세 가지를 비교 시음하는 ‘나도 소믈리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요. ‘술지개미 쿠키 만들기’와 ‘술지개미 비누 만들기’는 술지개미를 활용해 전통술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어 가족 체험으로 좋습니다.
Q.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바라나요.
A. 이 공간을 단순히 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만 보시지 않았으면 해요. ‘술’이라는 주제 속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깊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를 경험하며 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술 문화를 가졌는지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술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일부임을 인식하고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