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학술대회로 본 학술교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2025년 하반기 연이어 개최한 세 차례의 공동학술대회는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학술교류의 장을 여는 계기였다.
8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학술행사들은 기존에 주목하지 않았던 주제, 인물과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조명했다.
잊혔던 독립운동가를 살펴보았고, 민족운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는 기회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들이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연구한 역사를 복합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학술교류의 장은 단순한 학술대회를 넘어 우리 역사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다채로운 방식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글. 함영훈(대한민국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 학예연구사)
8월 19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20주년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개최한 ‘제7회 국제 인도주의 학술회의’는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한국민족운동사학회와의 공동 주최로 시작했다. (주)빙그레의 후원을 받은 이번 학술회의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도주의 활동의 궤적을 총 9개 세션으로 나눠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전국 43개 박물관에 소장된 523건의 사료와 618점의 유물을 공개해 120년 적십자 역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1부에서는 멕시코 한인사회에서 활동한 김익주 선생의 적십자 활동과 독립운동 연계 사례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대한적십자회의 역할을 조명했고, 2부에서는 해방 이후 국제적 위상 강화, 여성 리더의 활동, 간호 인력 양성, 국제 재난 구호 활동 등 현대 인도주의의 현황과 과제를 언급했다.
한 달 후인 9월 18일에는 한국민족운동사학회와 공동으로 ‘선전·광고물로 보는 한국 현대 정치사회사’ 학술회의를 실시했다. 두 기관의 MOU 체결 후 기획한 첫 번째 성과물인 이번 학술회의는 박물관 소장 선전·광고물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사회·문화사적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의 기조강연 ‘선전·광고물로 보는 한국 현대 정치사회사: 새로운 각도에서 근현대 일상 바라보기’는 독립운동 시기부터 대통령 담화문에 이르기까지 시각 자료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았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시대와 매체를 달리하며 선전·광고물의 다층적 의미를 탐구했다.
정혜인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제5공화국 시기 선거 홍보물을 조명해 민주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분석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임민재 연구원은 1970년대 하이틴 영화와 학생 잡지에서 청소년 문화와 학생 주체 형성 과정을 다루었다. 숭실대학교 조영윤 강사는 해방 이후 현수막 메시지를 통해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사회적 메시지를 고찰했다.
이틀 후인 9월 20일에는 ‘광복 80주년·한일 수교 6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일민족문제학회, 재일조선인운동사연구회,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역사문화아카이브연구센터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재일코리안: 역사와 미래를 조망하다’라는 주제로 한일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경북대학교 김경남 교수의 ‘한-일 관계와 재일코리안의 위상’을 시작으로 총 7개의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특히 일본 센슈대학 다나카 마사다카 교수의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과 일본거주 조선인의 반응’, 니가타국제정보대학 요시자와 후미토시 교수의 ‘1965년 한일조약과 재일코리안 법적 지위’ 등 민감한 역사적 사안들을 학술적으로 살펴본 점이 주목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조기은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남기정 교수가 함께 논의한 ‘민단계 재일조선인의 조국 통일’ 문제와 게이와가쿠엔대학 김경호 교수가 발표한 ‘해방 이후 재일코리안의 생활권 옹호 운동’은 재일동포사의 복합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세 차례의 공동학술대회는 각각 다른 성격의 기관들과 협력하며 학술교류의 다양한 장을 열었다. 시민사회 영역인 대한적십자사부터 학술단체, 대학 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각 기관의 전문성과 자료를 결합해 연구의 깊이와 폭을 확장했다.
특히 박물관이 보유한 전시 공간과 대중 접근성, 학회의 학술적 전문성, 연구기관의 사료 및 인프라를 결합해 시민들에게도 열린 학술 담론의 장을 제공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연속적인 공동학술대회는 단발성 행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학술교류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다기관 협력을 통해 역사 연구의 외연 확대와 시민 참여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광복 80주년·한일 수교 60주년 국제학술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