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전시

《멀리서 다가오는 광복의 소리》

광복 80주년 기념 역사관 부분 개선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관에 광복의 순간을 되새기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아침, 광복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 한국어 방송을 비롯해,
국내 동포들이 독립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 해준
독립운동가들의 라디오 단파방송 관련 자료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이정윤(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 라디오가 전해준 희망

  • ▲ 일제강점기 라디오 방송에 썼던 마이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 라디오 청취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대한제국 때부터 일제강점기까지를 다루는 역사관 1부의 마지막 공간이《멀리서 다가오는 광복의 소리》로 재탄생했습니다. ‘광복의 소리’라는 이름답게 라디오 방송을 소재로 한 공간입니다.

    일제 말기, 철저한 언론 통제 아래서도 해외 독립운동가들은 라디오 단파방송¹⁾ 을 통해 세계정세와 독립운동 소식을 전했습니다. 방송은 신문이나 잡지와 달리 실물이 없고, 실시간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일제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진짜 전쟁 소식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전시 도입부에는 일제강점기 라디오와 관련된 자료 3점을 새롭게 소개합니다. 그중 ‘라디오 청취장’은 일제가 라디오 청취자를 지속적으로 통제·감시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는 조선총독부에 허가를 받은 후, 고유번호가 명시된 청취장을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이때 수신기의 주파수가 적절한 범위인지 아닌지도 주된 검토 대상이었는데, 해외 방송 청취가 가능한 단파수신기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독립운동가들의 라디오 방송은 국내로 전해져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전시실에 비치해놓은 ‘단파방송 밀청²⁾ 사건 소송기록과 판결문’ 책자를 통해 당시의 정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제의 감시를 피해 몰래 단파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일본은 결국 패전할 것이며, 한국의 독립도 머지않았다”라는 희망의 소식을 입에서 입으로 전했습니다. 소문이 커지자 일제는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35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일제가 이들에게 적용한 죄목은 해외 단파방송을 듣고 전쟁 관련 ‘조언비어(造言蜚語)³⁾ 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1) 라디오 방송은 주파수 대역에 따라 단파, 중파, 초단파 등으로 구분합니다. 그중 단파방송은 전송 거리가 길어 아주 먼 거리까지도 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2) 몰래 청취함.
    3) 근거 없는 말을 지어내 퍼트리다.

    경성지방법원 형사 제1심 소송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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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명
    육군형법 위반, 해군형법 위반

    피고인
    이근창(李根昌, 송산고길(松山高吉))

    위 피고인의 범죄 사실에 관해 공판을 청구함.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조선총독부 검사 후지키(藤木龍郞)

    범죄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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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피고인은 조선방송협회 사업부 보수(保修)과 기술원으로서, 1942년 12월 초순 보수과 동료와 전파수신기를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송출하는 모략방송을 청취했으며… 같은 달 중순에도 동료에게 “미국 샌프란시스코 조선비어방송을 들으니 미, 영 연합국은 물자가 풍부하고 무기가 우수하므로 장기전으로 갈수록 유리하다. 연합국은 일본 본토 공략을 준비 중이라 하니 때가 오면 우리 조선 동포는 그들을 도와 조선 독립을 이루어내자”라는 내용의 조선비어를 퍼트렸다.

    ▲ 이근창 소송기록 표지와 공판청구서,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 조국으로 보낸
    독립 소식

  • \ ▲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규식 선전부장의 라디오 방송 영문 원고,
    독립기념관 소장.

    신사 숙녀 여러분, 라디오를 통해서라도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릴 수 있다니 무한한 감동입니다…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조국의 독립, 유엔의 승리, 그리고 세계 모든 민족 간의 평화 확립이라는 더 위대한 목표의 실현을 위해 더 조직하고, 단합하고,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일본의 패전과 우리의 독립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미국의 소리> 한국어 방송도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방송은 1945년 8월 15일 아침(한국 시각),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발표한 직후 전 세계에 송출되었습니다. 일왕의 항복 방송보다 앞서, 한국어로 우리의 독립을 알린 목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포츠담 선언 조건을 완전히 접수하였습니다… 이 포츠담 선언은 일본이 무조건적 항복을 지적한 것이 옳습니다.”
    - 1945.8.15. <미국의 소리> 일본 항복 특별 방송 중

    마지막에 있는 키오스크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재미한족연합회 등 여러 해외 독립운동가의 라디오 방송 관련 자료와 국내에서 방송을 듣고 독립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다양하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해외 독립운동가들이 라디오 단파방송을 통해 보내온 소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믿게 한 희망이자, 우리 민족이 어두운 시대를 견디게 해준 힘이었습니다. 80년 전 멀리서 전해진 ‘광복의 소리’를 역사관에서 만나보길 바랍니다.

    ▲ 재미한족연합회 김병연 부위원장의 라디오 연설문이 실린
    <신한민보> 기사,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여러분에게 이 전쟁 소식을 간단히 보고하겠습니다... 일본이 진주항을 습격한 후로 미군은 일본 배 526척을 격침하였고 미국 배의 손실은 다만 91척뿐이올시다. 일본인이 말하는 허황한 승전을 믿지 마시오. 이 약한 원수는 싸움을 상당히 잘하지는 못합니다. 욱일이 영원히 대양 밑으로 잠길 날이 속히 올 터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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