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물의 재발견

국산 1호 선풍기를 통해 본
여름 가전의 시작과 진화

시대의 바람

오랜 기간 선풍기는 여름철 필수 가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어컨의 대중화로 인해 그 필요성이 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적은 전력 소모와 에어컨과의 병행 효율 등을 이유로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초소형, 휴대형, 날개 없는 선풍기 등 다양한 변신을 통해 계절 가전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외국 제품은 물론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의 다양한 제품군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선풍기의 국산 개발 및 보급의 선두는 금성사(金星社, 현 LG)다.

글. 황성식(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료관리과 학예연구원)

  • • 명칭 금성 선풍기 GS-12A
    • 연도 1960 • 규격 30.6×28.7×52.5
  • 광고로 본 선풍기의 시작

    국내 최초 라디오 출시(A-501, 1959년 11월) 이후 금성라디오제조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주식회사 금성사가 선풍기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금형기술의 확보 및 모터 개발 등을 통해 선풍기 자체 제작의 기반을 마련하고, 1960년 3월 국산 1호 선풍기를 개발·출시했다. 모델명은 ‘GS-12A’형으로 GoldStar의 12인치 1호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D-301이라고도 부른다. 이번 소개하는 사진 속 자료가 그것인데, 원반형 보호망·날개·전동기·받침대·코드가 연결된 형태로 받침대 중앙에 속도조절장치를 부착해놓았다. 쇠 파이프를 휘어 만든 몸체와 모터 하우징, 플라스틱 소재의 받침대로 이루어졌으며, 바람을 일으키는 단순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제품에 대한 정보는 당시 동아일보·경향신문·조선일보에 게재된 신문광고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1960년 6월 7편의 광고 기사를 시작으로 7월까지 총 13편의 광고를 게재했는데, 제품의 이미지와 함께 제품 정보를 명시했다.

    시원한 바람 염가(廉価)로 불어주는 금성선풍기(金星扇風機),
    금성(金星) GS 12A형(型)의 특징(特徵)


    1. 보기에도 시원한 푸라스틱 날개
    2. 새 시대(時代)의 유행(流行)을 가는 젯트스타일
    3. 마음대로 조절(調節)되는 삼단변속식(三段變速式)
    4. 12촌(吋) 탁상형(卓上型) 소비전력(消費電力) 35W
    5. 회전수(囘轉數) 1550-1430 RPM / 풍량(風量) 50입방미/ 분(立方米/分)

    <동아일보> 1960.06.03. 등

     

     

    도전과 실패, 한계와 개선

    당시 미제·일제 등 고가의 외국 제품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제작품을 완성해 출시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열경화성 수지로 회전부 지지를 설계했고 디자인을 고려해 쇠 파이프로 스탠드를 제작했으나, 이는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고 발열 문제 등도 존재해 D-301은 1961년에 단종되었다. 이후 같은 해에 후속작인 ‘GS-12B(D-302)’형을 내놓았는데, 고성능 모터의 35W 소비전력, 풍부한 풍량 등 비슷한 사양을 갖추었음에도 받침대 모양의 변화와 3개의 누름 버튼 장착 등 디자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 세간의 평으로 미루어 전작의 발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내용은 아래의 기사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성 GS-12B형 선풍기의 특징

    1. 보기에도 시원한 푸라스틱 날개
    2. 우주시대에 적합한 “로켙” 스타일
    3. 고성능 모-타에 소비전력 불과 35W
    4. 마음대로 조정 할수 있는 3단 프레스보탄 스윗치
    5. 풍부한 풍량, 저렴한 가격···

    <경향신문> 1961.06.06.




    …작년에 생산된 구형은 35,000환(직경40센치) 정도이며 금년에 생산된 신형은 4만8천환정도입니다
    구형은 오랫동안 계속해서 틀면 모오타가 뜨거워져서 끄고 식혀야하는데 비해 신형은 장시간 사용해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경향신문> 1961.06.07.

     

     

    시대에 갇힌 선풍기의 꿈

    D-302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배경과 상황으로 인한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1963년에 단종되었다. 그 요인으로는 우선 소비자들의 무관심과 낮은 구매력을 지목할 수 있는데, 당시 선풍기는 고가의 가전으로 사진기·축음기·냉장고 등과 더불어 물품세 제2종 과세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일반 대중은 접근이 쉽지 않은 고가의 사치품이었고, 이는 당시 크고 작은 선풍기 도난 사건을 통해 그때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정작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은 외제를 선호했고, 국산에 관한 관심은 저조했다. 게다가 1960~61년의 정치·경제적 변혁과 행정지침으로 인한 파급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4·19, 5·16 등의 정치적 변혁과 환율 인상 같은 경제 환경 악화는 기업 활동 및 성장에 제동을 걸었고, 거기에 제한 송전 등의 지침은 제품 생산 및 판매 모두에 큰 타격을 주었다.

    동력송전 연장/전등선을 제한강화 …
    관공용을 비롯한 일반 전등에 대한 제한송전을 더욱 강화하고 여름철을 맞이하여 선풍기와 「에어·콘디숀」등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결정하고 이를 배전회사에 시달했다 …


    <경향신문> 1960.05.17.



    계량기 있는 집은 선풍기를 써도 무방! 계량기를 단 집에서는 선풍기(扇風機)와 같이 전력소비가 극히 적은 전기용품은 써도 좋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읍니다/ 한 여름의 벗, 금성 선풍기


    <조선일보> 1961.08.04.

     

     

    사라졌지만 남은 것

    D-301은 훗날 1978년 금성사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짤막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다. 행사에서 최초 모델인 D-301을 당시 최신형인 FD-3524SC로 교환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GS-12A(D-301)는 계절 가전으로 대중화에 실패하며 짧은 역사를 썼지만, 그것이 지니는 의미는 ‘국산 최초의 선풍기’라는 타이틀 그 이상이다. 금형기술 확보 및 모터 개발 등 기술의 발전과 부품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으며, 새로운 모델 개발 추진에 원동력이 되었다. 1963년부터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선풍기가 개발·출시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가정용 외 사무실용 등의 모델 개발은 물론 선풍기 머리 각도 조절 및 상하 리프트 기능, 코드 감기 및 타이머 기능, 스탠드형·벽걸이형·천장형 제품 등 현재에는 너무도 당연한 기능과 디자인의 마중물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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