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과 함께하는 《석탄시대》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마지막 공영탄광인 도계광업소의 폐광을 계기로,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강원도 삼척의 역사와 석탄에 울고 웃었던 삼척 도계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기획했다.
사라지는 산업의 기억을 단순한 과거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리며, 석탄산업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이어갈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글. 신하철(삼척시립박물관 전시 담당자)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되었나요.
지난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태백·문경·보령석탄박물관과 ‘지역과 함께하는 《석탄시대》’ 특별전을 개최했는데, 이를 지역순회전의 형식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올해 6월 말 문을 닫은 우리나라 마지막 공영탄광, 도계광업소가 위치한 삼척에서 지역 순회전을 개최하자는 제안을 주셨고요. 오랫동안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삼척에서 석탄산업의 역사와 도계 광부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전을 열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도계광업소의 역사를 알고 싶어지네요.
대한민국 석탄산업 역사 속에서 본격적인 삼척 탄광 개발은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 목적으로 이루어졌어요. 1923년부터 조선총독부 산하 연료선광연구소에서 지질조사를 실시했으며, 1930년 시라키 다쿠지가 「삼척무연탄전 지질도」를 발표, 삼척에 대규모의 무연탄이 매장되어 있음을 확인하면서 1936년부터 삼척개발주식회사에 의해 도계갱과 홍천갱의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1951년 대한석탄공사로 이관해 도계광업소와 장성광업소가 분리·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도계광업소는 1984년 개광 이래 처음으로 연 생산 100만 톤을 넘겼고, 1988년 연 127만 톤으로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삼척은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시작부터 영광의 시대를 거쳐 마지막까지 함께한 지역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구성했나요.
1부 ‘석탄증산으로 경제부흥 이룩하자’에서는 1940년 발간된 「조선탄전조사보고서」 등을 통해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탄광 개발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 들어 고속 굴진과 대규모 시설 투자에 힘입어 1966년 석탄의 자급자족이 실현되었으나, 연탄 파동으로 잠시 위기에 처한 석탄산업은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정부가 다시 석탄 위주 정책을 추진하면서 1980년대까지 말 그대로 ‘석탄시대’를 누렸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2부 ‘싸이랭 들려온다 일터로 가자’에서는 삼척, 태백, 문경의 탄광에서 광부가 직접 사용했던 안전모와 척추보호대 등 작업 도구와 굴진, 채탄, 운반, 선탄으로 이어지는 석탄 생산 과정을 생생한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부 ‘아빠! 오늘도 무사히’에서는 탄광마을 사람들의 독특한 생활 문화와 삶을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주안점을 두고 준비한 연출이 있나요.
도계 탄광촌과 관련된 책과 자료를 수없이 찾아보다가 발견한 ‘가공삭도’ 이야기입니다. 삼척 도계는 높은 산이 많아 도로나 철도를 놓기 어렵기 때문에 탄광에서 생산한 석탄을 운반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탄광촌 케이블카 가공삭도입니다. 1940년에 처음 설치해 1991년까지 운행한 우리나라 마지막 가공삭도였습니다. 이를 통해 도계광업소 흥전갱에서 2,314m 떨어진 도계역 저탄장까지 하루 1,200톤의 석탄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공삭도 이야기를 라인아트 형식으로 꾸며놓았습니다.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올해 6월 마지막 탄광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도계 사람들에게 도계광업소는 단순한 일자리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광부들을 비롯한 도계 사람들에게 검은 석탄은 하얀 쌀밥과 고깃국이었고, 자식들의 등록금이었고, 삶에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이제 도계광업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남아 있는광부들과 도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분들이 지니고 계신 ‘대한민국 산업발전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역 회생을 위한 대체 산업 육성 등 정책적 지원과 함께 석탄산업의 유산과 역사를 어떻게 보존하고 기억해 나갈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입갱하기 전 광부들이 받았던 안전 교육 관련 자료와 안전 장비.
▲ 황재형 작가의 <식사Ⅱ>를 배경으로, 갱 천장에 매달았던 광부들의 도시락을 재현한 포토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