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교실

‘나 안중근, 평화를 위해’

《안중근 書》 특별전 연계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나 안중근, 평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습자들이 전시실 활동을 하는 모습

지난 3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기념 특별전 《안중근 書》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통해 그의 생애와 활동, 사상을 되돌아보고, 독립에 대한 의지와 동양평화 사상 등 그의 올곧은 정신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만큼이나 인기였던 건 바로 겨울방학 특집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나 안중근, 평화를 위해’였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학예연구사의 이야기를 가상의 인터뷰로 구성해 보았다.

글. 신민철(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육과 학예연구사)

  • ‘나 안중근,
    평화를 위해’

    《안중근 書》 특별전 연계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 Q
    • 안녕하세요. 이번 ‘나 안중근, 평화를 위해’를 기획하신 학예연구사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안중근 의사’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하얼빈 의거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이르기까지 안중근 의사가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을 겪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가를 넘어 동양 평화를 꿈꾼 사상가였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단편적인 사건이 아닌, 입체적인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설계했습니다.

    • Q
    • ‘하얼빈 의거’라는 큰 사건 뒤에 숨겨진 안중근 의사의 내면을 조명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셨나요.

    보통 역사 교육에서 안중근 의사는 의거를 일으킨 ‘영웅’으로만 소개됩니다. 그러나 이번 교육에서는 의거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그가 겪었던 고민과 신념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기에, 주변 신부들의 조언에 따라 학교를 세우고 사람들을 가르치던 교육자였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침탈이 가속화되면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여 무력투쟁에 나섰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천주교 신자로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었고, 독립운동과 평화, 그리고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그는 ‘동양 평화’를 위한 결단으로서 하얼빈 의거를 감행했습니다.

    • Q
    • 그렇다면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셨나요.

    인물의 입체성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최근 유행하는 ‘부캐(부캐릭터)’라는 개념을 활용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다양한 면모를 단순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종교인, 교육자, 군인, 평화 사상가라는 네 가지 역할로 나누어 조명했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평화를 위한 부캐’를 만들어보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은 요리사, 인플루언서, 과학자, 무용가 등 자신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한 친구는 “우리나라의 슬픈 상황을 문학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시인이 되고자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제빵사가 되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하며 안중근 의사의 내면을 공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학습자들이 붓글씨를 쓰며 평화에 대한 자신만의 메시지를 고민하는 모습.
    • Q
    • ‘부캐’ 개념을 도입한 것이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를 거뒀다고 보시나요.

    학습자들이 안중근 의사를 ‘먼 과거의 영웅’이 아니라 ‘나처럼 고민하고 선택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특히 활동 후반부에 진행한 붓글씨 쓰기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평화를 재정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폭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적극적 평화의 개념을 제시한 친구도 있었고, 평화는 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것을 넘어 평화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 Q
    • 기존의 역사 교육 방식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교육은 ‘역사 속 인물의 내면 탐구’와 ‘현재적 해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치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동양 평화를 꿈꾸며 남긴 유묵과 서적을 통해 학생들이오늘날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도록 했습니다.

    • Q
    • 마지막으로 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알고 싶습니다.

    역사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평화를 위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고민했던 문제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의 신념과 선택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적용해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교육적 의미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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