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역사 만나기

역사,

이 시대의 팬데믹을

되돌아보다

2021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술대회
‘역사, 팬데믹을 질문하다’

지금 우리는 인류사의 거대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이미 정복했다고,
또는 이제는 무시해도 된다고 여겨졌던 감염병의 위세가 전 세계, 전 인류의 생존과 삶의 방식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당대 과제인 감염병 문제를
역사를 통해 질문하는 학술대회를 마련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이 시대의 팬데믹을 성찰하는 자리였다. 글 이경순 조사연구과 학예연구사

새로운 자기인식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

지난 9월 30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 박물관)은 학술대회 ‘역사, 팬데믹을 질문하다’를 개최했다. 박물관은 2022년 <재난과 인류 문명의 미래>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학술대회는 특별전 개최에 앞서 팬데믹과 관련된 국내 역사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고, 팬데믹의 역사적 성찰을 위해 기획됐다. 박물관 3층 다목적 홀에서 진행됐으며, 유튜브로도 생중계해 곧바로 대중에 공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감염병을 둘러싼 국제 공조, 국가 정책, 팬데믹의 영향으로서 사회 변동, 전쟁과 전염병, 민간 의료와 보건 등을 주제로 서구와 동아시아,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 다양한 관점을 다루고자 했다.
먼저, 신동원 전북대학교 교수는 ‘호열자에서 코로나까지: 과학, 보건, 사회의 공진화, 1821~2021’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조선에서 콜레라가 첫 유행한 1821년과 200년이 지난 오늘을 비교해 발표했다. 200년간의 감염병 대응에 관한 역사적 경험을 살폈고,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은 전통과 근대, 서양과 동양, 추격과 선도 등의 전통적 이항대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기인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19세기 유럽의 전염병과 국제 공조의 탄생을 다룬 이영석 광주대학교 명예교수는 19세기 유럽의 전염병 발생과 그 대응 경험이 21세기 팬데믹 대응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고전적인 방식은 무력하다고 지적하며, 국제 공조 패턴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함을 제기했다. 뒤이어 박윤재 경희대학교 교수는 ‘현대 공공 의료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 사례에서 배우다

오후 발표에서는 신규환 대구대학교 교수가 19세기 동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제3차 페스트 팬데믹과 그로 인한 동아시아의 서양의학 인식의 변화, 식민 지배 정책, 도시 공간의 변동 문제를 발표했다. 이임하 성공회대학교 교수의 발표는 6·25 전쟁과 그 후 이루어진 전 국민 예방 접종, DDT의 살포 등 전쟁이 가져온 공공보건의 문제 상황을 다루었다. 한편, 정준호 건강과 대안 연구원은 구충제 국산화와 한국적 경험의 국제화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과거의 구충제 국산화 경험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음을 살폈다. 마지막 주제 발표를 맡은 박승만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작성된 농촌생활사 연구의 보고(寶庫)인 『대곡일기』를 통해 농촌 의료와 방역의 실체를 미시사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김태웅 서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김기봉 경기대학교 교수와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김인덕 청암대학교 교수,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건강정책연구센터장과 발표자 전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팬데믹과 관련한 다양한 역사적 성찰이 이어졌다. 기존 역사학의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인류의 건강을 위해 전통적 국제 보건 체제를 넘어선 민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의 팬데믹 과정 속에 한국적 대응과 국제적 역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로 논의됐다. 이번 학술대회 ‘역사, 팬데믹을 질문하다’를 통해 팬데믹의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면서 팬데믹의 역사적 성찰은 물론 현재의 과제를 깊이 있게 짚어볼 수 있었다. 학술대회의 각 발표와 토론 내용은 박물관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muchkorea)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역사, 팬데믹을 질문하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