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속으로

시대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

상설전시실 개편 - 주제관 개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9년부터 상설전시실 개편 사업을 시작해 2020년 6월에는
5층 ‘역사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올해 3월부터는 4층 ‘체험관’이 공개돼
색다른 체험형 역사전시로 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인기몰이 중이다.
2022년 1월에는 상설전시실 개편의 마지막 단계로, 한국 근현대사를 통사적으로 전시하는
역사관이나 단기 특별전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근현대사의 다양한 주제들을 조명하는 ‘주제관’이
새 단장을 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글 문근실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 광복 이후 최초의 베스트셀러 『자유부인』(정비석, 1954)
  • 1950년대 인기소설 『청춘극장』(김래성, 1949)
  • 영화화된 <청춘극장>(홍성기 감독, 1959) 포스터

주제관의 첫 전시 주제는 베스트셀러와 광고

3층에 위치한 주제관은 ‘주제관 1’과 ‘주제관 2’, 두 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1년 주기로 전시가 진행된다. 관람객들에게 더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많이 선보이기 위해 보통의 상설전시 기간(5년 이상)보다는 짧은 1년 주기로 전시 주제가 교체된다. 특히 주제관 2는 미디어전시실로 특화해 기존의 전시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다채로운 주제를 자유롭게 다룰 예정이다.
주제관의 첫 전시로 다루어질 주제는 ‘베스트셀러(bestseller)’와 ‘광고’이다. 우선 주제관 1에서는 광복 이후 주요 베스트셀러 현상들을 통해 당대 사회상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의식을 살펴볼 예정이다. 주제관 2에서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광고’라는 매체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 속의 소비문화를 다각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베스트셀러’와 ‘광고’는 얼핏 보기에 서로 전혀 연관성 없는 주제들처럼 보이지만, 이 둘을 엮어주는 주체가 있으니 바로 ‘대중(大衆)’이다. 베스트셀러와 광고는 모두 ‘대중(소비)사회’의 산물이자, 현대사의 주체인 ‘대중’이라는 존재가 명백하게 존재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중 주제관 1에서 선보일 베스트셀러 전시를 좀 더 살펴본다.

왼쪽위쪽 부터 광복 직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인기를 모은『우리말본』(최현배, 1937), 『백범일지』(김구, 1947)
  • 잡지 「사상계」 1960년 6월호(4·19혁명 특집호)와 1961년 4월호(4·19혁명 1주년 특집호)

베스트셀러는 시대의 거울

특정 시기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을 뜻하는 베스트셀러는 그 당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은 생각 또는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현상을 분석한다면, ‘왜 그런 책이 인기를 얻었는지’ 당대의 시대상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러한 기획 의도를 기반으로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초점을 맞춰 광복 이후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현상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전시는 크게 ‘주제 존(zone)’과 ‘시대의 서가’로 구성돼 있는데, ‘주제 존’에서는 현대사 관점에서 우리 독서 문화를 봤을 때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네 가지 현상 또는 흐름을 보여준다. ‘시대의 서가’에서는 주제 존에서 다 다루지 못한 광복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시대별 베스트셀러를 전시하며, 주요 베스트셀러 현상들은 ‘이동형 투명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심층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저자나 출판인의 개인적 취향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구조적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베스트셀러 현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제도와 사상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의 총체적인 모습을 대중들의 집단적인 욕구와 함께 민감하게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과도 같다는 뜻이다. 내년 1월에 문을 열 주제관에서 관람객들이 이러한 ‘시대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당시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